디턴 저서 '위대한 탈출' 한국어판은 왜 영문판과 달랐나

입력 2015.11.14 03:04

스타 경제학자 피케티와 대립 구도로 이슈
'불평등 옹호' 강조돼 한국서 논쟁 촉발… 본문 누락 등 왜곡 논란에 개정판 내기로

스타 경제학자 피케티와 대립 구도로 이슈
한국에서 불평등 논란을 촉발한 것은 앵거스 디턴 교수의 저서 '위대한 탈출(원제 The Great Escape: health, wealth, and the origins of inequality)'의 한국어판이다.

디턴 교수의 가장 최근작인 '위대한 탈출'은 인류가 어떻게 궁핍과 죽음에서 탈출했고, 어떻게 삶의 수준을 향상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원작인 영문판은 디턴 교수가 재직 중인 프린스턴대 출판부가 2013년 출간했고 한국어판은 한경BP가 작년 9월 발행했다.

이때는 불평등을 사회악으로 묘사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21세기 자본'이 선풍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당시 한경BP는 영문판에서 '건강, 부(富) 그리고 불평등의 기원'으로 돼 있던 부제를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로 바꿔 달았다. 한국어판 서문 역시 '피케티 vs 디턴'이라는 대립 구도를 강조했다. 디턴 교수가 불평등의 장점을 옹호했다며 당시 대유행이었던 피케티의 대척점으로 디턴 교수를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이 책은 디턴 교수의 노벨상 수상 이후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디턴 교수의 입장은 피케티 교수의 입장과 상반되지도 않고 오히려 그는 피케티 교수의 연구를 높이 평가한다는 반론이 나왔다.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책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제목을 포함한 원문이 변경되거나 누락된 부분이 있고, 이 때문에 불평등에 대한 디턴 교수의 입장이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불평등을 옹호하는 주장이 강조됐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경BP는 "서문과 도입 부분의 축약, 본문의 일부 누락 등이 원서의 취지를 고의적으로 왜곡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른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프린스턴대 출판부는 지난달 22일 "한경BP는 기존 번역판의 판매를 중단하고 독립적인 검토를 거친 개정판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디턴 교수는 위클리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불평등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점은 맞다"고 말하면서도 "불평등이 그 자체만으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는 없으며 불평등 때문에 민주주의가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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