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제대로 배우지 않은 미시경제학의 代父

입력 2015.11.14 03:04

"내가 관심 있었던 건 개개인의 삶"
40년에 걸친 디턴의 연구… 거시 데이터 중시했던 때 미시 분석

불평등에 대한 연구가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지만 40여 년에 걸친 앵거스 디턴 교수의 연구 분야는 이외에도 소비, 건강, 복지, 빈곤, 경제 개발 등 다양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디턴 교수는 소비자가 다양한 제품 사이에서 지출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사회의 소득은 얼마나 지출되고 얼마나 저축되는지, 복지와 빈곤을 어떻게 가장 잘 측정하고 분석하는지 등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을 중심으로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디턴 교수의 가장 큰 학문적 공적(功績)은 가계 조사를 통해 수집한 개인별 소득·지출 등 자료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소비와 빈곤을 측정하고 미시(微視) 경제학을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턴 교수는 거시적 데이터를 중시하던 풍토에서 미시적 자료를 모으고 이를 실증 분석에 활용한 미시 경제학의 대부(代父)"라고 평했다.

디턴 교수는 스스로를 "경제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는 1945년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헌신적 아버지 덕분에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는데,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처음엔 수학을 전공했다가 경제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구 분야 범위가 아주 다양하십니다.

"영국에서는 미국처럼 거시(巨視) 경제나 미시 경제, 개발 경제 등 한 분야에 집중해야 하는 압박이 없었습니다. 또 경제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에 그저 제가 관심이 있는 것을 연구했어요. 제게 '어떻게 전문 분야가 없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여러 분야를 연구한 것은 이점이 됐습니다."

―소비와 행복 등을 측정할 때 전체가 아닌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왜 그런 건가요?

"결국 삶이란 한 사람 개인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소득이나 빈곤을 측정할 때 한 나라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삶입니다."

디턴 교수는 영국과 미국 국적을 가진 이중국적자다.

1974년 케임브리지대에서 '소비자 수요 모델과 영국에 대한 적용'이란 논문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1983년 영국 브리스틀대에서 교수를 지냈으며 1980년에 존 무엘바우어 현 옥스퍼드대 교수와 함께 수요와 가격, 소득의 관계를 다룬 '준이상수요체계(AIDS)' 논문을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AER)' 저널에 발표해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983년 프린스턴대 교수로 부임해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그는 "영국에서 학업을 끝낸 후 미국으로 간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당시 재직했던 영국 대학교에 심각한 자금 문제가 있었던 것이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디턴 교수의 아내(앤 케이스)도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다. 디턴 교수의 연구실에서 한 칸 건너 옆방이 케이스 교수의 연구실이다. 디턴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 이후에 아내 케이스 교수와 함께 미국 백인 중년의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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