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빈층, 자율 시스템으론 극복 못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해소 가능

입력 2015.11.14 03:04

‘부(富)의 불평등’은 오랫동안 경제·사회학자들의 논쟁거리였다.

재산의 사유(私有)를 부인하고 생산 수단을 사회적으로 공유(共有)해 공평하게 부를 나누자는 ‘공산주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자본주의 체제가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지,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어느 선까지 개입해야 하는지가 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였다.

최근 불평등 문제는 경영학자들의 연구 주제로까지 확산됐다. 기업 경영 활동이 소득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입장부터, 제대로 된 경영 활동은 전 세계적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다양해졌다. 일부에서는 부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한 기업 활동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지난 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싱커스 50(thinkers 50)’ 행사에 모인 경영학 대가들의 관심사도 ‘부의 불평등’ 문제였다. 2001년부터 시작된 싱커스 50은 세계 경영 대가들의 순위를 발표하는 행사로 ‘경영학계의 오스카(Oscar)상’으로 불린다. 2년 만에 열린 이날 행사에는 헨리 민츠버그 맥길대 교수,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등 60여명의 세계적인 석학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행사에 위클리비즈가 국내 언론 최초로 참석해 ‘부의 불평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편집자>

돈 탭스콧 탭스콧그룹 CEO

돈 탭스콧 탭스콧그룹 CEO

돈 탭스콧(Tapscott) 탭스콧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인 IT 미래학자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경영 컨설턴트로 위키노믹스(wikinomics·집단 지성과 협업해 창출하는 경제)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다.

탭스콧 CEO는 "자본주의 자체는 역사적으로 볼 때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본주의가 계급화됐고, 이 때문에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의 불평등 문제가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200년 전 혹은 1000년 전과 비교해 부의 평등 수준이 올라간 건 부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본주의 체제 도입 자체가 평등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도입된 후 한 단계 진화하면서 변한 게 있습니다.

무(無)에서 시작해 유(有)를 이루는 사람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계층의 사다리가 없어지고 부나 빈곤이 세습되는 계급화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부의 불평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힘 있는 권력기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힘 있는 중개인 즉,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부의 재분배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소득 기반이 전혀 없는 극빈층은 자본주의의 자율 시스템에만 맡겨서는 상황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개입해 이들의 실질적 생활 기반을 만들어 주고, 교육 혜택을 늘려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민간에서도 부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구성원 스스로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이와는 별도로 저는 기술 발전이 부의 불평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고, 앞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입니다. 물론 소득이 거의 없는 최극빈층이 먹고사는 문제를 기술 발달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 부분은 정부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욕구 불만 문제는 많이 줄어듭니다. 대표적인 것이 우버(차량 공유 시스템)나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시스템)입니다. 공유 경제로 돈이 많지 않은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다양해졌고, 삶의 질도 높아졌습니다. 과거에는 돈이 없어 버스와 지하철을 타야 했던 사람도 지금은 택시 대신 우버를 탈 수 있습니다. 호텔비가 아까워 여행을 못 가는 사람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서비스가 많이 생길수록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삶의 질 차이가 줄어들고, 부의 불평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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