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조스도 슈미트도 8시간 이상 잔다는데…

입력 2017.01.21 03:00 | 수정 2019.08.13 22:16

[저자 인터뷰] '수면 혁명' 펴낸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포스트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67) 허핑턴포스트 창립자는 2007년 4월, 피로 누적으로 쓰러졌다. 당시 그는 하루에 서너 시간을 자고 미국 전역을 비행기를 타고 누비면서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사무실에 앉은 그는 눈을 떠보니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머리를 책상에 부딪혀 광대뼈가 부러졌고, 다섯 바늘을 꿰매야 했다.

이후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허핑턴은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만 알게 됐다. 그는 단지 매일 조금씩 더 자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다. 2005년 직원 세 명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를 세계 최대 온라인 매체로 키운 미디어 업계의 거물 허핑턴. 그가 부딪힌 첫 번째 장애물은 수면 부족이었다.

'수면 전도사'가 된 허핑턴은 지난해 4월 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 '수면 혁명(원제 The Sleep Revolution)'을 펴낸 뒤 미국 전역의 대학·기업을 다니며 숙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숙면이 행복과 성공의 필수 요건"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 4~5시간씩만 자고도 완벽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일 뿐이다. 우리는 수면 부족이 성공을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집단 환상'에 빠져 살아왔다. 바쁘고, 일에 치이고, 잠을 줄이는 희생을 마치 성공한 사람만의 훈장처럼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수면은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이 충분히 잠자는 회사의 생산성이 더 좋다."

지난달 뉴욕 맨해튼에 있는 아리아나 허핑턴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11년 동안 이끌어온 허핑턴포스트 편집장 직을 지난해 8월 떠나 건강 및 웰빙 플랫폼 '스라이브 글로벌'에 전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리아나 허핑턴
아리아나 허핑턴
과로가 성공 징표라는 생각은 착각

―바쁜 현대인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닌가.

"현대인은 과로와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신체적, 정신적으로 탈진한 상태)이 성공을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집단 환상'에 빠져 있다. 심지어 '나는 극도로 바쁘다'는 것을 '내가 지위가 높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표지(標識)로 착각한다.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바쁨을 과시하다 보니, 가장 만만한 수면 시간을 줄이게 된 것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상태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48분으로, OECD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1시간 이상 부족한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불면증을 겪는 사람은 최근 5년 새 40% 증가했으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1.5배 많다.

―한국인의 수면 부족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 편이다.

"전 세계에 과로로 인한 죽음을 일컫는 고유어가 있는 나라는 일본·중국·한국이다. 각각 가로시, 궈라오스, 과로사다. 영어에는 아직 그런 단어가 없다. 한국이 빠른 성장을 거둔 만큼 수면 부족과 과로가 심각한 문제이지만, 이를 일부의 나약함으로 치부할 뿐, 해결하려는 노력이 미미한 점이 안타깝다."

―당신도 결국 과로를 통해 성공하지 않았나. 충분히 자면서도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하루에 8시간씩 자고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특히 앞으로의 비즈니스 세계는 더 그럴 것이다. 수면 부족은 산업화된 세계를 쫓아다니는 망령이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지 않나. 과거의 기준으로 성공을 이룰 수 없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시간은 돈이다'라는 진리는 이제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

―수면권을 보장해달라는 직원의 요구는 자칫 나태함과 무능함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사회적 인식이 가장 큰 문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아침형 인간임을 자랑하는 허풍쟁이가 여전히 많이 있다. 하루에 4시간밖에 자지 않는다고 떠벌리는 최고경영자가 있다면, 그는 결국 자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 글로벌 리더들은 자신의 수면 부족을 자랑삼지 않고 잠을 당당하게 우선순위에 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경영자 사티아 나델라는 하루 8시간을 자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최고 경영자 제프 베조스와 캠벨수프의 데니즈 모리슨 역시 8시간 숙면을 강조한 적이 있다.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는 하루에 8시간 반 이상을 잔다."

8시간 숙면하는 글로벌 경영자들

―충분히 잠을 자지 않는 직원은 회사와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큰 손실을 야기하나.

"수면 부족으로 생산성이 얼마나 저하되는지를 근무 일수로 환산하면, 미국 근로자당 연간 11일이 넘고 비용으로는 약 2280달러에 달한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잦은 결근과 근로자 집중 부족으로 연간 총 630억달러 이상의 수면 부족 비용을 치르고 있다. 호주에서는 수면 장애 때문에 연간 50억달러 이상을 의료비와 간접 비용에 쓰고 있다. 그리고 '삶의 질 저하'로 연간 314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근로자 수면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나?

"골드만삭스와 맥킨지에서는 수면 전문가를 고용했고, 보험사 애트나에서는 직원들에게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 날수에 따라 20일마다 25~300달러씩 상금을 준다.

아울러 허핑턴포스트 뉴욕 사무실에는 낮잠방이 있다. 처음 직원들은 낮잠방에 들어가는 것을 수치스러워했지만, 이제는 항상 사람들로 가득하다. 밴앤제리와 자포스, 나이키를 포함한 많은 기업이 낮잠방을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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