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위기 빠진 한국 기업… 투명·정직·평등 반영해야 생존

    • 마크 맬럭브라운 前 유엔 부사무총장

입력 2017.01.21 03:00

기업 신뢰추락 세계적 문제
도시 스모그와 노동자 저임금 문제 등 현 경제모델 이미 고장
세계화 역동성 유지하면서 문제점 해결할 대안 찾아야

마크 맬럭브라운 前 유엔 부사무총장
마크 맬럭브라운 前 유엔 부사무총장
한국은 빠른 회복력과 강한 추진력으로 잘 알려진 나라다. 극심한 빈곤을 딛고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 번영을 이루어 냈다. 또 한국은 인성·정의·통합과 같은 유교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가치들 덕에 한국은 매우 가파른 경제성장을 하면서도 사회 전체가 똘똘 뭉칠 수 있었다.

신뢰 위기에 빠진 한국 기업

그러나 최근 한국은 다른 많은 나라처럼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추문과 부패로 정계·재계 지도자들이 신망을 잃고 있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신뢰의 위기가 깊어진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은 22개 아시아 국가 중 소득 불평등 정도가 가장 심각하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 재계 지도자들은 시험대에 섰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하다. 한국 전통적인 가치의 장점을 살리면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새로운 길을 한국 기업들은 찾아내야 한다.

이번 주 스위스 다보스에 모인 전 세계 기업인들도 한국 기업인들과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기업이 경제가 건전하게 움직이도록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업 신뢰의 추락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많은 사람이 부가 소수 엘리트에게 집중되는 지금의 경제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의 경제모델은 사회적, 환경적 측면에서 볼 때 이미 고장 났다. 목숨을 위협하는 도시 스모그, 농업 생산성을 저해하는 생물 다양성 훼손, 무분별한 도시 팽창, 산업 피라미드의 가장 하층부에 있는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권리 박탈 등 숱한 문제가 쌓여 있다.

물론 세계화된 경제성장 모델은 장점도 갖고 있다. 기업들이 전 세계에 연계망을 구축한 결과, 전례 없는 속도로 발전을 이뤄냈다. 신흥국 노동자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구해 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소득 격차도 줄였다. 전 세계의 기업인들이 이런 세계화의 역동성을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사회로부터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세계화 유지하며 해답 찾아야

필자는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발족한 '기업 및 지속가능발전위원회(Business & Sustainable Development Commission·BSDC)'에서 파울 폴만 유니레버 최고 경영자(CEO) 등 35개 다국적 기업 리더와 머리를 맞대어 기업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다보스포럼에 '더 나은 기업, 더 나은 세계'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시장과 경쟁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투명·정직·평등과 같은 가치를 기업 경영에 반영해야만 기업뿐 아니라 인류의 생존이 가능하다는 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다.

기업들은 자신이 누구를 위해서, 왜 존재하는지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남들처럼 공평하게 세금을 내고, 직원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정부 및 민간 사회와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계약을 맺어 환경 파괴를 막고 사회 정의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 많은 거대 다국적 기업이 이런 생각에 공감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공감대를 이뤄야 변화가 시작된다. 한국 기업도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