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크쉑 성공 비결? 자랑하고 싶은 심리를 건드렸다

입력 2016.08.13 03:06 | 수정 2016.08.13 03:30

[7 Questions] 쉐이크쉑 CEO 랜디 가루티

#고급_재료로_만든_햄버거 #강남_매장에만_있는_메뉴

- 광고 한 번 안하고 성장
"나 이런 음식 먹는 사람이야" 유명인들, 스스로 SNS에 올려
새 체인 낼 때마다 새 메뉴 추가, 한국 매장엔 '허니버터 크런치'

- 햄버거 인기 식었다고?
질 낮은 패스트푸드 인기 저물때 항생제 없는 고기로 패티 만들고
신선한 채소로 주문 즉시 조리… 패스트푸드에 대한 경험 바꾼 것

쉐이크쉑 CEO 랜디 가루티
2001년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매디슨 스퀘어 공원. 핫도그를 파는 택시 모양 푸드 카트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맨해튼 내 공원만 80여 개. 그중 핫도그 푸드 카트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겉으로 봐선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카트는 뉴욕 요식업계 황태자인 대니 마이어 유니언스퀘어 호스피탈리티 그룹(USHG) 회장이 공원 복구 기금 모금을 위해 만든 이벤트성 카트였다. 유니언스퀘어 카페, 그래머시 테번 등 고급 레스토랑을 소유한 마이어 회장은 가격은 비싸지 않으면서도 재료는 고급인 핫도그를 카트에서 판매했는데 소위 '대박'이 난 것이다. 이벤트로 끝내려 했던 핫도그 카트는 3년 넘게 이어졌는데, 마이어 회장은 2004년 카트를 철수하고 비슷한 콘셉트로 핫도그와 햄버거, 밀크셰이크 등을 파는 공원 내 키오스크(매점)를 열었다.

이 작은 매점이 현재 전 세계 13국 98개 매장을 운영 중인 쉐이크쉑(일명 쉑쉑) 버거의 시작이다. 이름도 판잣집(Shack)에서 밀크셰이크(Shake)를 판다는 뜻에서 쉐이크쉑. 지난해 매출은 1억9060만달러, 시가총액은 15억5000만달러(9일 종가 기준)다.

쉐이크쉑은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던 2000년대 초반에 탄생했다. 그것도 웰빙 열풍으로 채식주의자 식당과 아시안 음식 식당이 가득하던 뉴욕에서다. 하지만 쉐이크쉑은 광고 한 번 하지 않고 뉴욕의 유명 인사들을 끌어오는 데 성공했고, 이제는 전 세계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한국 매장 오픈을 위해 방한한 랜디 가루티(Garutti·41·사진)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뉴욕 출신인 가루티 CEO는 13세 때 베이글 가게 점원으로 출발해 호텔, 식당 등에서 지배인 등으로 일하다 24세 때부터 마이어 회장과 함께하고 있다. 2006년 미국 크레인지가 선정한 '40세 미만의 가장 성공한 인물 40인'에 뽑혔으며, 2012년부터 쉐이크쉑의 CEO를 맡고 있다.

1 유행 따르지 말고 유행을 만들어라

―햄버거 패스트푸드가 사양산업으로 인식되던 2000년대 초반 뉴욕에서 햄버거 가게를 열었습니다.

"처음부터 햄버거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매디슨 스퀘어 공원 행사에서 핫도그를 판매했던 건 카트 내에서 팔 수 있는 음식이 한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벤트성 행사였기 때문에 저희는 핫도그를 파는 것보다 예술 작품을 공급한다는 콘셉트로 접근했습니다. 푸드 카트도 택시 모양으로 설치미술처럼 만들고, 핫도그에 들어가는 소시지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쓰는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너무 많은 핫도그가 팔린 것입니다. 이후 공원에 매점을 내고 햄버거를 판매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잘 만들어진 햄버거를 판매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더니, 사람들이 줄을 서 햄버거를 먹더라고요. 그때 저희는 알았습니다. 햄버거 패스트푸드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던 건 햄버거의 인기가 없어졌던 것이 아니라, 질 나쁜 재료로 성의없게 만들던 패스트푸드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햄버거 패스트푸드에 대한 경험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햄버거 패티는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은 고급 고기를 매일 밤 갈아서 사용합니다. 번(햄버거 빵)은 전분을 넣어 쫄깃하게 만들고요. 양상추와 양파, 토마토, 오이 등 채소는 신선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조리는 주문 즉시 이뤄집니다. 그랬더니 작은 매점에서 먹는 고급 햄버거에 사람들이 열광하게 된 것이지요."

2 시끄러운 소수보다 조용한 다수를 바라보라

―다른 재료에 비해 냉동 제품으로 제조되는 감자튀김은 미국 안팎에서 논란입니다.

"처음 작은 매점에서 가게를 열었을 때는 냉동 크링클컷(물결 모양의) 감자튀김만이 저희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이후 쉐이크쉑이 인기를 얻으면서 냉동 감자튀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 강력하게 제기됐기 때문에, 저희는 매장을 확대한 후 프레시컷(일자로 길죽한 모양) 감자튀김으로 메뉴를 바꿨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했더니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우리에게 냉동 크링클컷을 돌려달라'며 화를 냈습니다. 생감자를 썰어 튀기는 것과 냉동 크링클컷은 맛이 다릅니다. 냉동 감자가 더욱 바삭한 맛을 내거든요. 쉐이크쉑 팬 다수는 햄버거와 함께 나오는 바삭한 크링클컷 냉동 감자튀김을 좋아했는데, 저희가 일부 SNS 글만 보고 메뉴를 바꿔버리니 기존 팬들이 화를 낸 것이지요. 그래서 저희는 6개월 만에 다시 프레시컷 생감자튀김에서 크링클컷 냉동감자 튀김으로 메뉴를 바꿔야 했습니다. 대신 미국 아이다호주와 워싱턴주에서 재배한 골든 감자만을 사용하고, 색소와 방부제는 모두 뺐습니다. 사실 감자는 일 년에 한 번 재배되기 때문에 창고에 보관한 생감자보다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냉동한 감자가 더욱 신선합니다. 저희는 감자 파동으로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반대 의견을 가진 시끄러운 소수의 의견보다 조용한 다수의 의견을 파악하는 데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을요."
쉐이크쉑  버거
3 SNS에서 자랑하고 싶도록 하라

―하지만 쉐이크쉑의 성공에는 SNS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쉐이크쉑이 처음 문을 연 2004년은 페이스북이 등장한 해입니다. 저희는 SNS와 같은 시대에 탄생하여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녁을 먹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립니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당신이 저녁에 무엇을 먹었는지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이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좋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스스로에게 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싸고 맛없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SNS에 자랑하지는 않을 테니깐요.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표현해줄 수 있는 브랜드가 결국 승리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유명인들을 매장으로 불러 SNS에 올려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와서 그렇게 합니다. 저희는 광고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둘 수 있는 것에 돈을 씁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스크림입니다. 저희는 이 음식을 '프로즌 커스터드'라고 부릅니다. 아이스크림보다 버터와 계란이 조금 더 많이 들어가 식감이 훨씬 풍부하고 부드럽습니다. 토핑도 자주 바뀝니다. 평범한 아이스크림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프로즌 커스터드를 먹고는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것이지요."

4 싸면서도 멋지고 편하게

―두 번째 매장은 미국 월스트리트발(發) 금융 위기가 발생했던 시기에 문을 열었습니다.

"쉐이크쉑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에는 금융 위기가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뉴욕엔 실업자가 넘쳐났습니다. 사람들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돈을 쓸 수도 없었고, 돈을 쓰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10~20달러만으로도 연인과 데이트하거나 아이들과 함께 올 수 있는 장소를 원하게 된 것입니다. 가격은 고급 레스토랑보다 저렴하지만, 좋은 식재료, 멋진 브랜드를 가진 캐주얼한 식당을 찾게 된 것이지요. 금융 위기 이후 뉴욕에 생긴 식당들은 대부분 캐주얼합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요식업계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5 원칙을 지켜라

―쉐이크쉑은 햄버거 가게이지만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가장 큰 수익 모델 중 하나인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차에 탄 채로 메뉴를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가는 곳) 매장이 없습니다.

"드라이브 스루를 할 유일한 방법은 햄버거를 미리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주문 즉시 만든다는 저희 철학과 맞지 않습니다. 언젠가 신선하게 드라이브 스루를 할 방법을 생각해 낸다면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전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 드라이브 스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이브 스루는 '안으로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돌아가'라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저희는 공간을 중시합니다. '들어와서 친구들이랑 좋은 시간을 보내. 우리 매장에는 텔레비전도 있어'라고 말하지요. 쉐이크쉑은 그냥 음식을 받아가는 공간이 아닌 사교 장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장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씁니다. 한국 매장의 테이블은 미국의 오래된 볼링장에서 공수해온 빈티지 제품입니다."

6 매장마다 특색을 넣어라

―비슷한 시기 미국 서부에서 성장한 인앤아웃버거와 많은 부분에서 비교되곤 합니다. 인앤아웃은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 서부 출점을 고수하는 반면, 쉐이크쉑은 전 세계 확장 정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쉐이크쉑은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했다는 점에서도 인앤아웃과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앤아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로스앤젤레스(LA)에 갈 때마다 먹죠. 인앤아웃은 좀 더 간단한 조리 방법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쉐이크쉑과는 다릅니다. 지난 3월 미국 LA에 쉐이크쉑 매장을 열었는데 저희가 지금까지 오픈한 매장 중 가장 바쁜 곳 중 하나입니다. 내년에 미 서부에 추가 매장을 열 계획입니다. 인앤아웃과 다른 버거를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IPO 결정은 저희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자금을 조달받기 위해 결정한 것입니다. 이는 저희가 앞으로 더욱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에 450개의 매장을 낼 계획입니다. 사람들은 '체인(chain)'이라고 하면 그저 똑같은 걸 반복해 만들어 낸다고 생각해서 나쁜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체인을 낼 때마다 새로운 메뉴와 디자인을 추가합니다. 체인이지만, 체인이 아닌 것이지요. 런던 매장에는 영국산 돼지고기 소시지와 치즈 소스를 제공하는 메뉴가, 일본에는 크루넛(크루아상과 도넛을 합친 것) 메뉴가 있습니다. 한국 매장에도 팥빙수와 허니버터칩에서 영감을 받은 레드빈 셰이크와 허니버터 크런치 등이 있습니다."

7 직원들부터 보살펴라

―IPO 당시 정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고, 비정규직 직원들에게도 특별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희가 가장 우선하는 경영 철학이 '합리적인 배려'입니다. 저희는 경영에서 팀원들을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팀원들을 잘 보살펴야 그다음에 저희 고객, 그리고 지역사회, 재료를 공급해주는 이들까지도 보살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들이 다 잘 돌아가면 주주들도 수익을 많이 낼 것이고요. 저희는 매장마다 대중 교통 서비스 시간을 고려해 직원들이 모두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영업 시간을 정합니다. 경쟁사보다 시급도 높습니다.(시간당 평균 13달러). 그렇다 보니 이직률도 낮아 인력 채용이나 교육 비용이 절감되고, 고객 서비스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결국 회사 차원에서도 이득인 셈이지요. 저희는 파트너사도 이런 직원 우대 정책이 맞아야 함께합니다. 한국 매장 파트너인 SPC와 함께하게 된 것도 이런 원칙이 통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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