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현금 생기면 미래를 위해 저축? 소비자 절반은 돈 써… 새로운 가설 필요하다

    •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입력 2016.08.13 03:06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한 현대 거시경제이론의 일부는 이미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 프리드먼이 1957년 처음 제시한 항상소득가설은 오늘날까지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그러나 그의 가설 일부분은 예상과 어긋난다.

항상소득가설은 사람들이 오늘 돈을 얼마 버는지가 아닌 앞으로 평생 얼마를 벌 것으로 예상하는지에 따라 소비한다는 내용이다. 항상소득가설에 따르면 운 좋게 엄청난 양의 현금이 수중으로 들어와도 곧바로 쓰지 않고 은행에 맡긴다. 이런 횡재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임금이 오른다면 오히려 매달 돈을 더 쓸지도 모른다. 임금 인상은 장기 수입이 늘어났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만일 항상소득가설이 맞다면, 정부의 확장재정정책은 1960년대의 경제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적을 수 있다. 정부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사람들에게 돈을 쥐여줘도, 소비자들이 밖에 나가 돈을 쓰는 대신 은행에 맡길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항상소득가설을 토대로 한 금융 관련 이론도 여럿 존재한다. 프리드먼의 가설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들쭉날쭉한 소비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고르게 소비하려는 습성을 가진다. 따라서 불경기가 와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 자산을 골라 투자할 것이란 이론이 나온다. 현존하는 대부분 거시경제 이론은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을 바탕으로 한다. 이 이론들은 '소비의 오일러 방정식(평생 벌어들일 소득을 가장 효율적으로 나눠 쓴다는 이론)'과 함께 항상소득가설을 신주처럼 떠받든다. 많은 중앙은행이 정책 금리를 결정할 때 이 이론들을 가져다 쓰기도 한다.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이 현대 거시경제 이론의 주춧돌이 되어왔다는 점은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는 가설의 대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완전히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프리드먼이 추측한 대로 행동하는 소비자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소비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차츰 후자와 가까운 소비자들이 더 많다는 증거를 찾아내고 있다.

1990년 하버드대의 존 캠벨과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프리드먼의 가설에 부합하는 소비자들은 고작 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캠벨과 맨큐는 나머지 절반의 소비자들이 장기 계획에 의지하기보다는 하루 벌어 하루 만에 쓰는 형태의 소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령 그들은 직장에서 보너스를 받거나 세금을 환급받으면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외식을 하거나 가구를 더 사는 등 전체적으로 소비를 늘렸다.

2006년 매슈 캔조네리 등 조지타운대 경제학자들은 오일러 방정식이 실제 금융 자료와 정반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오일러 방정식은 금리가 높을 때 사람들이 저축을 더하고 소비를 줄인다는 이론인데, 이 학자들은 실제로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조사를 해본 결과 금리가 높을 때 돈을 더 쓴다고 주장했다.

항상소득가설을 뒤집는 연구 결과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루엔즈 큉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알래스카주(州) 주민들이 국부펀드로부터 예상치 못한 돈을 받았을 때 프리드먼의 가설대로 은행에 집어넣지 않고, 바로 돈을 써버렸다는 사실을 밝혔다. 경제학계에선 이처럼 프리드먼의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가 점점 많이 등장하고 있다. 가면 갈수록 이런 연구가 늘어나자, 경제학자들은 항상소득가설을 대체할 학설을 찾고 있다.

나라야나 코철러코타 전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25~40년 전 나타난 가설들은 당시엔 훌륭했지만, 아직까지도 돌에 새겨진 것처럼 여겨선 안 된다"고 썼다. 코철러코타는 거시경제학자들이 과거의 복잡한 경제 모델들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의 경제 이론을 기반할 수 있는 새롭고, 더 정확한 핵심 가설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간 프리드먼의 가설이 경제학계에 과도한 영향을 줬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