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인구의 0.6% 지역 마르와르 상인, 인도 경제 주무르다

    •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

입력 2016.08.13 03:06

마르와리 성공 비결 셋
①과감하게 베팅해 크게 성장 ②친족 공동체 안에서 자금 조달 ③신뢰를 최고 가치로 여겨

2006년 6월 세계 철강업계를 발칵 뒤집어놓는 빅뉴스가 발표됐다. 세계 1위 철강 기업 미탈스틸이 2위 아르셀로스틸을 인수·합병한다는 내용이었다. 합병 회사 이름은 아르셀로미탈. 인수 금액은 395억달러(약 45조원)에 달했다.

아르셀로미탈의 연간 조강 생산 능력은 2007년 말 기준 1억3000만t으로 2위인 일본 신일본제철의(3270만 t)의 3배 이상이었다. 세계 철강업계에 감히 경쟁자가 없는 매머드 철강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이 회사 소유주는 인도의 마르와리(Marwari) 상인 출신 기업인 락시미 미탈이다.

2015년 9월 경제 전문 잡지인 포브스 인디아는 인도 억만장자들의 순위를 발표했다. 이들 가운데 특히 눈에 들어오는 젊은 인물들이 있다. 33살의 사친 반살과 비니 반살이다. 이들은 '인도의 알리바바'로 통하는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플립카트의 공동 창업주다. 이들의 재산은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로, 인도 내 부자 순위 86위를 기록했다. 20대 중반에 창업한 이들은 1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어마어마한 갑부로 부상했다. 이들 역시 마르와리 출신이다. 마르와리란 인도의 황량한 사막 지역 라자스탄에 있는 작은 마을 마르와르 출신 상인을 말한다.

인도가 새로운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인도를 이끄는 전통적 인도 상인 카스트 출신의 경영인들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인도 인구의 0.6%(약 800만명)에 불과한 외진 사막 마을 출신으로 인도 20대 대기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마르와리들은 인도 경제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래픽
인도 20대 대기업 중 9곳이 마르와리

인도 20대 대기업 가운데 상인 카스트 출신 기업인들이 15곳을 장악하고 있다. 인도의 유명한 상인 카스트로는 마르와리, 구자라티, 펀자비, 파르시, 체티아르, 벵골리 등이 있다.

특히 마르와리들이 소유한 기업은 15개 상인 카스트 소유 대기업 중 9개나 된다. 이 통계엔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철강 회사 아르셀로미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인도 최초·최대 글로벌 기업 아디티야 비를라그룹, 세계 3위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바르티 에어텔, 영국 최대의 갑부 기업 힌두자그룹 등이 모두 마르와리 기업이다.

또한 인도의 최대 신문 더타임스오브인디아, 최대 텔레비전 방송 Zee TV, 최대 민간 항공사 제트에어웨이즈를 위시해 에사르, RPG, 베단타, 비데오콘, 퓨처, 바자즈, 진달, 포다르, 달미아, 방구르 등 쟁쟁한 기업 그룹이 바로 마르와리의 소유이다.

대기업만이 아니다. 마르와리 상인들은 콜카타(옛 캘커타) 지역 비즈니스의 70% 이상을 장악하는 등 중소기업을 포함한 인도의 산업·유통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외진 사막 마을 출신의 소수 마르와리가 인도 재계를 주름잡고 있는 것이다. 세계 기업사에서도 이처럼 특정 지역 몇몇 사람이 국가 기업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마르와리의 고향 라자스탄은 사막 지역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 설비가 절대 부족한 데다 강우량이 적어 사람들은 매년 기근에 시달렸다. 이들은 16세기 중반부터 인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후 돈을 벌어 다시 돌아왔는데, 이것이 마르와리의 출발이다. 초반 교역상과 대금업에 종사하던 이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친 후에는 제조업 산업가가 되기 시작했고, 1950년대 인도의 10대 기업에 5곳이나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마르와리의 경제적 영향력은 이후 반세기가 흐른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친족 공동체 이점 최대로 살렸다

마르와리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첫째, 위험을 무릅쓰는 도전 정신과 기업가 정신이다. '고위험 고수익'이란 말도 있지만 마르와리 상인들은 비즈니스 위험을 적극 즐겼다.

표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스틸 회장의 경우 서방 전문가들이 포기한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하는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불린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마르와리 상인은 격변의 시기에 위험한 선물(先物)에 대규모로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둘째는 탄탄한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뛰어난 자금 조달 능력이다. 마르와리 상인은 일종의 친족 공동체로, 자금과 인력, 정보, 공동 숙소 등을 가진 촘촘한 상호 협동 네크워크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사업에 필요한 자금 등을 공동체 네트워크를 통해 쉽게 얻거나, 공동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셋째는 신뢰와 명예를 중시하는 태도다. 마르와리는 비즈니스에서 신뢰를 최고 가치로 여긴다. 마르와리 언어로 신뢰는 사크(sakh)라고 한다.

마르와리 사회에서 사크는 그 기업인의 신용도와 정직성을 나타내는 핵심 요인이요, 성공을 위한 중요한 잣대였다. 마르와리는 상대방을 완전히 믿고 돈을 빌려주는 훈디(hundi)라는 문화를 제도화하기도 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