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경제 살리려면 부채 축소 단행하고 좀비 기업 망하게 해야

    • 크리스토퍼 발딩 베이징대 HSBC 경영대 교수

입력 2016.08.13 03:06

크리스토퍼 발딩 베이징대 HSBC 경영대 교수
크리스토퍼 발딩 베이징대 HSBC 경영대 교수
'중국의 경제성장이 더뎌지면 중국 정부의 똑똑한 관료들이 경기 부양책을 들고 나타나 금융기관들을 지탱해줄 것이다.'

중국 경제는 오랫동안 '경제가 둔화해도 정부가 잘할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중국 정부가 부채와 관련해 긍정적인 수치를 내놓으면서, 이런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 듯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현실은 고정관념과는 크게 다르다.

중국의 공공 부채는 알려졌던 것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 부채는 증가하고 경제성장은 정체돼 있다. 중국 정부가 경제를 떠받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졌다. 중국은 구조적 개혁 없이는 암울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재정 적자는 적정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부채는 전체 경제의 약 46%를 차지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의 부채 순위는 IMF가 조사한 184국 중 100위에 해당한다.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IMF의 적자 전망치는 중앙 정부의 부채만 추산한 것이고 지방 정부는 포함하지 않는다. 중국의 공공지출 중 80%가 지방 재정으로 나가는 점을 미루어 보면, 매우 중요한 정보가 누락된 것이다. 가령 지방 정부들이 지난해 총 16조원의 법정 최대 부채를 안았다고 가정할 때 중국의 공공 차입은 두 배로 증가하게 된다. 이는 중국 GDP의 47%에 해당하는 수치다.

중국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부채 규모는 2013년 이미 18조위안을 넘어섰다. 2015년 법정 부채 한도를 3년 전에 넘어선 것이다. 이후 중국의 지방 재정 실태는 계속 악화됐다. IMF는 작년 중국의 재정 적자가 GDP의 10%일 것으로 추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더 높은 15% 정도로 추산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미국의 총재정 적자와 같은 수준이다.

중국 부채의 실제 규모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부채 한도라는 제재를 피하려는 지방 정부들이 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는 대출을 끌어다 쓰거나 국영기업을 세우는 방법을 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서 부채를 탕감하거나 출자 전환해주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투자자들과 신용등급기관이 정부 부채와 민간 부채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중국 내 주요 기업들로부터 돈을 빌린 국영기업들의 뒤를 정부가 봐준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오래전부터 중국 정부가 대부분 주요 기업을 지원해준다고 믿어왔다.

이제까지 그들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이 늘어나도 주요 기업들 중 단 한 곳도 파산하지 않도록 했다. 기업 파산이 경제 위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중국 은행권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 알려진 수치들보다 공공 부채가 더 심각해지면서 중국 정부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채 문제를 풀려면 첫째, 부채 축소(디레버리징)를 단행해야 한다. 지방 정부들의 차입 규모를 규제하면 이들은 더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부채를 숨기게 될 것이다. 둘째, 좀비 기업들이 망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정치적으론 인기가 없는 반면 경제적으로 더 효과적인 수단이긴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투자를 늦추고 저성장 기조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재정 지출을 계속 확대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10년 전에나 먹혔던 케인스학파의 재정승수(정부가 재정 규모를 확대하면 국민소득이 증가한다) 효과에 기댈 생각으로 보인다. 지금은 2000년대 후반과 많이 다르다. 당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정부의 재정 문제도 저절로 해결됐던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옛 정책의 효과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란 걸 받아들여야 한다.

만일 중국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지 못한다면 끝없이 늘어나는 부채, GDP 대비 치솟는 적자율, 그리고 금융권 부실 등 문제가 악화하면서 위험이 더 커질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하와 은행 위기를 전망하는 투자자들은 과거 무분별한 차입이 불러일으킨 위험을 익히 알고 있다. 중국이 더 이상 신용을 쌓을 수 없다면 과도한 차입은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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