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안 하는 건 실패보다 못해… 기업 성장하려면 위기의식 심어라

    •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 교수

입력 2016.08.13 03:06

경영에도 '기회비용'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 교수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 교수
재무 관리의 중요한 개념 중에는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하나의 기회를 선택하기 때문에 잃게 되는 다른 기회를, 내가 그 기회를 선택하면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보는 것이다.

현재 대학생이 대학을 다니는 대신 직장을 다닌다면 시간당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할 곳이 없어서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는 젊은이가 많은 상황에서 직장이라도 잡으면 다행일 것이다. 비정규직 월급이 평균 88만원이라고 하니, 월 200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하고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4400원이 된다. 다시 말해 현재 대학생들이 취업해서 돈을 버는 대신, 대학에서 강의를 들으며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은 시간당 4400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요즘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도 계속해서 공부해야 하는 시대다. 대학을 졸업한 지 20년도 더 된 내 대학 동기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다녔으면 한다고 가끔 연락이 온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다. 현재 연봉이 적어도 1억원 이상 되는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다닌다면 공부를 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수입이 너무도 크다.

연봉이 1억2000만원인 직장인이라면 월급이 1000만원이니 월 200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할 때 시간당 소득은 5만원이다. 만약 이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서 수업을 듣는다면, 시간당 기회비용은 5만원이 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공부는 어려서 해야 한다" 등의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이러한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회비용이 작은 사람들과 기회비용이 큰 사람들이 경쟁하면 어떻게 될까. 남는 것이 시간인 젊은 사람들과 시간당 기회비용이 5만원이나 되는 임원이 같은 공부를 하면서 승부를 보겠다고 한다면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기회비용이 큰 사람이 더 빨리 포기할 수밖에 없다.

기회비용 이미지
Getty Images 이매진스
성공한 사업가들은 기회비용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본능적으로 기회비용을 적용한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 잘 아는 사업가 중 한 사람은 가난한 집안에서 셋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천덕꾸러기로 크다가, 중학생이 되자 혼자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혼자 힘으로 성공을 이뤄냈다.

한번은 이 사업가가 주식 투자에 나선 일이 있다. 그는 몇 년에 걸쳐 투자했지만, 간신히 본전만 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년간 주식 투자에 사용됐던 금액을 은행에 넣어뒀을 경우 받았을 이자수익을 무척 아까워했다.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았더라도 이자만큼 손해를 봤다는 얘기였다. 정규 교육을 만족스럽게 받지 못한 분이지만, 기회비용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셈이다.

신입 재무분석가일수록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은 스타 재무분석가보다 과감한 주가 예측을 하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다른 재무분석가들이 어떻게 주가를 예측하였는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와 다르게 신입 재무분석가는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주가를 예측하는 비율이 높다. 당연한 얘기다. 신입 재무분석가는 잘못된 예측에 대해서 부담하는 기회비용이 적다. 그러나 스타 재무분석가들은 잘못된 예측을 했을 때 본인의 명성과 함께 연봉도 깎이는 등 여러 가지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소위 명문대 출신들이 자기 사업을 하는 비율이 적은 이유도 기회비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명문 대학을 나오면 아무리 못해도 중견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자기 사업을 하게 되면, 회사에 취직해서 받을 수 있었던 연봉이 기회비용으로 발생하게 된다. 취직이 잘 안 되는 대학이나 학과를 졸업한 학생의 경우 자기 사업을 할 때 잃게 되는 연봉이 없고, 따라서 자기 사업을 하면서 부담하게 되는 기회비용이 상대적으로 작다.

가끔 정치인들이 말도 안 되는 언행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정치인은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로부터 잊혀지기 때문에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하다. 정치인들의 기회비용은 마이너스인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잃는 것만 있고 얻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뭐라도 하면 적어도 마이너스는 되지 않을 테니 좋은 것이다. 그래서 욕먹는 짓도 과감하게 하는 것 같다.

자, 이제 기회비용의 개념을 기업에 적용해 보자.

게리 해멀(Gary Hamel)은 저서 '경영의 미래'를 통해 신생 기업이 대기업을 이기는 이유가 대기업은 위험하다고 피하는 사업을 신생 기업은 과감하게 도전해 쟁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신규 사업은 마치 위기와 같은데,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존재한다. 똑같은 신규 사업에 대해서 대기업은 위험을 더 크게 보고, 신생 기업은 기회를 더 크게 보는 것이다.

대기업과 신생 기업의 극명한 시각 차이는 신규 사업이 실패하였을 때 발생하는 영향 때문에 나타난다.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제자리인데, 굳이 어려운 신규 사업을 추진하려다 실패하는 리스크를 감당할 필요가 없다. 신생 기업은 기회비용이 대기업에 비해 낮다. 이들은 실패했을 때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신규 사업에 대해서 대기업보다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

대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고 새로운 물건을 만들기 위해 조직에 꾸준히 위기의식을 주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만히 있으면 제자리가 아니라 후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조직 구성원들이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위기의식은 개인이나 조직의 기회비용을 높여, 개인이나 조직이 좀 더 창의적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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