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나쁜 직원 1명이 회사 전체를 망친다

입력 2016.08.13 03:06

[Business Life] 직원 성격·재무 성과 연관성 최초 입증한 김성수 서울대 교수

직원 성격·재무 성과 연관성 최초 입증한 김성수 서울대 교수
어느 조직에나 성격이 괴팍한 조직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작 성격이 나쁜 직원의 면전에선 "성격을 좀 고쳐보는 게 어떠냐"고 말을 꺼내기조차 쉽지 않다. 나머지 소심한 직원들의 단체 채팅방엔 뒷담화만 수북이 쌓이기 십상이다.

경영진은 "일만 잘하면 되지"라며 방치하기 일쑤다. 또 주관적인 요소가 많아 조직 차원에서 관리·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항변한다. 성과가 우수한데 성격이 좀 나쁘더라도 굳이 기(氣)를 꺾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관리자도 많다.

성격이 나쁜 직원을 방치해도 기업 성과에는 정말 영향이 없을까?

20여년간 인사 관리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김성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업종이 다른 71개 기업 임직원 6709명의 성격 검사를 토대로 "성격이 나쁜 직원이 많을수록 전체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가 떨어져 기업의 재무 성과를 좌우하는 노동생산성이 낮아진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조직원의 성격과 재무 성과의 연관성을 입증한 것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 논문을 응용심리학저널에 게재해 경영학계 최고 권위의 미국 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ent)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직원의 외향성, 성실성, 그리고 정서적 안정성 등 세 가지 성격 요인이 높은 직원이 많을수록 직업 만족도와 노동생산성이 높아진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그렇다면 성격이 나쁜 일부 직원을 방치하더라도 전체 직원 성격 검사의 평균치만 높이면 될까? 오히려 기업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return on equity)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성격 검사 점수의 높낮이가 아닌 직원들 간 점수 편차(평균값과 개별 데이터의 차이)였다. 심하게 성격이 나쁜 한 명의 직원이 기업의 재무 성과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교수를 만나봤다.

―결국 성격이 나쁜 사람은 조직에서 내보내는 편이 낫다는 말씀인가요.

"극단적인 방법도 선택지 중 하나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부하와 상사 모두 각자 성격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서로 조언해줄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부하가 상사에게 직접 성격을 바꾸라고 요구하긴 어렵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대신 서로의 약점을 공유하고, 개선점을 모색할 공식적인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를 성격 개발(personality development)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사실 성격이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해법은 될 순 없지만, 이렇게 모두가 각자의 약점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성격이 나쁜 문제 직원에겐 충분한 부담을 주게 됩니다."

―주홍 글씨를 새기는 꼴이 돼 반발이 심하지 않을까요.

"그럴 수 있죠. 그러나 목적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기업에선 아무런 지적이나 견제를 받지 않고 일을 밀어붙이는 나쁜 성격을 가진 상사가 부지기수입니다. 특히 임원들이 성격 검사를 탐탁지 않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자신을 조금 내려놔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윗사람 입장에선 약간 힘이 빠지게 되거든요. 해외에서는 조직 내 생존이 불가능한 성격의 소유자가 국내 기업에는 매우 많다고 생각합니다."

―위계질서가 뿌리 깊은 국내 기업 문화에선 쉽지 않은 과정으로 보입니다.

"내부 직원끼리 서로 나쁜 습관을 지적하는 과정이 부담스럽다면 백기사를 부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감정이 섞인 피드백이 나오면 역효과를 낼 수 있지만, 외부 전문가는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문제점을 알려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핵심은 성격 검사를 인사 평가에 반영하지는 말되, 문제 직원에게 나쁜 습성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겁니다."

A4 용지 한 장 아까워 양면으로, 아니 심지어 네 면으로 나눠 쓰라고 직원들을 보채는 마당에 성격 검사에 귀중한 돈과 시간을 더 쓰라니,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조직원들의 성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성격 관리 비용은 절대 아깝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성격 검사를 도입하는 비용보다 나쁜 성격의 직원을 방치한 데 따른 비용이 크다는 게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회사가 단합을 위해 회식 비용을 직원 대신 지불하곤 하는데, 이 중 일부를 성격 개발에만 써도 더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격 검사 과정에서 과장하는 직원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외향성이라든지 몇몇 요인에 대해 자신의 수준을 높여 답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모든 직원이 비슷한 압력 속에서 성격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직원 간 서열 차이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기업들에는 어떤 조언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삼성이나 아모레퍼시픽 등 현장에서 자문을 맡았던 기업 경영진을 만나다보면 이 분야에 관심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직급 호칭 파괴 등 많은 시도도 해왔죠. 물론 회장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선까지만 말입니다. 아직도 국내 기업들의 상당수는 직원의 성격을 다룰 노하우가 부족하고, 그래서 결국 상당수 성격이 나쁜 직원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성과를 내야 하는 게 너무 많고, 마음은 급하다 보니 성격까지는 신경을 못 쓰게 되는 거죠. 기업 재무 성과를 위해서라도 나쁜 성격을 가진 직원들의 단점은 모두가 지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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