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안 어울리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혁신은 탄생

    • 베스 콤스톡(GE 비즈니스 혁신부문 부회장)

입력 2016.03.26 03:05

첫 우주복 만든 건 NASA가 아니라 속옷 회사 작품

베스 콤스톡(GE 비즈니스 혁신부문 부회장)
베스 콤스톡(GE 비즈니스 혁신부문 부회장)
판도를 깰 혁신을 꿈꾸고 있는가. 그렇다면 크로스오버하라. 크로스오버(cross-over)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혁신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탄생하기 마련이다.

크로스오버에 따른 혁신의 예를 몇 가지 살펴보자. 1969년 아폴로 우주선에 탔던 비행사들의 우주복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만든 게 아니다. 당시 미국 여성들이 이른바 '콜라병' 몸매를 위해 입던 코르셋과 거들 등 속옷을 만든 회사 '플레이텍스(Playtex)'의 작품이다. 나사는 처음엔 대형 방위산업체인 해밀턴에 우주복 개발을 맡겼지만 수많은 과학자가 모여 '옷'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플레이텍스는 인체가 활동하기 가장 편한 옷을 만드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였기에 우주복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심장의 박동 수를 인공적으로 조절하는 데 쓰이는 심박 조율기는 의사들만의 머릿속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미 코넬대에 교환교수로 온 심장전문의들이 학생 식당에서 전기공학과 공대생들과 담소를 나누던 중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발단이 됐다.

'폴드잇(Foldit)'이라는 온라인 게임은 전 세계 게이머 수만 명의 능력을 활용해 난치병을 해결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를 해독해냈다. 폴드잇은 단백질의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게임이다. 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연구해도 찾아내지 못한 단백질 구조를 수만 명의 게이머가 단 며칠 만에 '게임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발견하기도 했다.

앞을 내다보는 리더라면, 뜻밖의 사람들이 만나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해야 한다. 창의적이고 협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크로스오버 문화를 키워야 한다.

마틴 루프 듀크대 사회학 교수는 다양한 배경의 개인들이 모여 수평적인 조직을 형성했을 때, 수직적이고 한 분야에 전문적인 조직보다 혁신이 발생할 가능성이 세 배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수평적인 조직 구조와 같이 일하는 동료를 계속 바꿔가면서 일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또 'GE 스토어'라는 아이디어 창고를 만들어 GE 산하의 각 분야에서 태동하는 아이디어들을 한곳으로 모으고 있다. 소비자나 직원들이 GE 스토어에 가면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여러 문제 해결 수단을 찾아서 맞춤형 솔루션을 고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학 부문에서 흔히 쓰이는 초음파 기술을 가져다가 오일 파이프에 누수는 없는지, 비행기 엔진에 결함은 없는지 검사하는 데 쓴다. 연구·개발(R&D)하는 연구원들은 수공예 귀걸이, 목걸이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내화성(耐火性)이 높은 소재를 가공하는 3D 기술을 개발했다. 또 바비큐를 먹는 소비자의 뇌파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데이터를 연구해 정말 맛있는 '스마트 바비큐' 레시피를 개발하기도 했다.

서점에서 전혀 몰랐던 추상적인 내용의 서적을 골라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연관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시켜 보라. 순순히 하라는 대로 하는 직원들을 키워내는 수직적 관료제를 버리고 수평적이고 협업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라. 그리고 비범한 경험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어울리게 하라. 그래야 혁신 기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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