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중국의 리스크는 따로 있다… 펀더멘털이 문제

    • 리하이타오(李海濤·베이징 장강경영대학원 부총장)

입력 2016.03.26 03:05

돈 빠져나갈 위험은 적어… 장기 성장여부가 관건

리하이타오(李海濤·베이징 장강경영대학원 부총장)
리하이타오(李海濤·베이징 장강경영대학원 부총장)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하던 위안화 가치가 올 들어 반등했다. 미국 헤지펀드 업계는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때 수익이 나는 옵션(미리 정한 조건이 이뤄지면 수익이 나는 금융 상품) 계약에 대거 투자했지만, 원하던 바를 달성하지 못할 것 같다. 중국 외환 당국은 투기 세력과 전쟁을 선포, 3조2000억달러에 이르는 보유 외환을 써가며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섰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는 위안화 평가절하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상승을 바라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을 원하지 않는다. 티셔츠나 양말처럼 저임금을 기반으로 가격이 싼 물건을 만들어 팔아 수출을 늘리는 것은 현재 중국 정부의 경제 목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위안화 가치 하락을 기대했다면 중국 정부의 의도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다. 작년 8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절하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위해서다.

중국은 '위안화 딜레마'를 겪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 중국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중국 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안에서 빗장을 걸어 잠근 것도 이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위안화를 팔고 미 달러화를 사서 송금한다면, 위안화 가치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현재 중국 밖으로 자금을 유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외로 돈을 보내려면 합당한 이유를 명시한 서류를 금융 당국에 내야 한다.

중국 정부가 투기 세력에 강경하게 대응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위안화를 숏(매도) 하려는 헤지펀드들이 아무리 많은 자금을 갖고 있다고 해도, 외환 보유액이 막대한 중국 정부와 싸워서 이길 수는 없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자본 이동 경로를 세심하게 보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국가들이 급격한 자본 유출로 외환 위기를 겪었던 것을 중국 정부는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강력한 규제를 만들어,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강점은 정책 당국이 자본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체력
/김의균 기자
그리고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여전히 미국 금리는 낮은 수준이다. 유럽 일부 국가와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쓰고 있다. 반면 중국의 금리는 4%대다. 예전보다 성장 속도가 느려졌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이다. 투자자들이 단기간내 중국에서 돈을 빠르게 빼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현재 위안화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중국 기업의 달러화 부채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한 돈 풀기에 나서면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다. 중국 기업이 낮은 금리에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미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서고, 미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달러화 부채를 가진 중국 기업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금리가 더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가 더 오르기 전에, 중국 기업들은 달러화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달러 빚을 갚는 과정에서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하 압력은 생길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중국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달러화 부채를 갚으려고 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달러화 부채가 위기의 단초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 중요한 리스크는 따로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봐야 한다. 통화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이다. 중국 경제 내부에는 여전히 위험 요소가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문제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같은 대도시의 부동산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항상 초과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버틸 여지가 있다. 문제는 지방 소도시에 과도하게 공급된 부동산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은행에서 대출받아 집을 지었는데. 집이 팔리지 않고 있다. 지은 집이 팔리지 않으면, 건설업체가 파산하고, 결국 은행이 부담을 지게 된다. 이러면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크게 훼손된다.

중국 경제가 무사히 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을 마무리할 수 있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국유 기업 개혁은 미래 중국 경제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중국 국유 기업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하지만 덩치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민간 기업에 비해 경쟁력도 약하다. 지난해 국유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은 감소했지만, 민영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국유 기업이 성공적으로 민영화된다면, 중국 경제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중국 정부의 통화 정책보다는 재정 정책에 더 주목해야 한다. 시진핑 정부는 재정 적자가 GDP 2~3%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경제를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돈을 지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통화 정책은 위안화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재정 정책은 공공재, 인프라(기반 시설), 사회 안전망 등에 돈이 직접 흘러들게 만든다. 개인으로서는 재정 정책의 효과를 피부로 더 느낄 수 있다. 앞으로 통화 정책 못지않게 중국 정부의 재정 정책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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