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1개 가르쳐주면 28개 스스로 터득… 무섭게 진화하는 인공지능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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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3.14 03:03

      1970년대 중반 동네 전자 오락실에서 유행했던 추억의 벽돌 깨기 게임 '브레이크아웃(Breakout)'. 이 게임은 공을 보내 벽돌을 깨고, 밑으로 떨어지는 공을 받아쳐 또 다른 벽돌을 부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공의 속도는 빨라지고 벽돌 구조도 복잡해진다. 게임기 속 화면을 바라보는 눈동자의 움직임은 더 빨라지고, 게임을 조작하는 조이스틱을 더 빨리 움직여야 게임을 따라갈 수 있다.

      구글의 딥마인드 연구팀은 이런 오락실 게임을 스스로 학습해 사람만큼 잘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지난달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딥마인드는 영국의 인공지능 회사로 지난해 구글이 4억달러(약 4400억원) 이상을 주고 인수한 회사다.

      컴퓨터가 사람처럼 게임을 익히고, 최고난도 게임 단계까지 도달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딥마인드 연구팀은 반복적인 실행으로 실수를 줄이는 '강화학습적 딥러닝(Deep Reinforcement Learning)'으로 이를 설명한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처음 게임을 하면 공을 한 번 튕겨내고 끝낸다. 하지만 10번, 100번, 1000번 게임 횟수를 거듭하면 공을 어떻게 받아치고 어떤 벽돌을 공략해야 게임을 정복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벽돌 뒤쪽으로 공을 보내면 쉽게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낸다.

      컴퓨터는 이런 알고리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칙과 절차)을 가지고 다른 게임도 공략할 수 있다. 막대기로 공을 받아치는 '퐁(Pong)'이나 상대방과 공을 주고받는 '테니스(Tennis)' 게임 역시 '브레이크아웃'과 유사한 게임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법으로 딥마인드 연구팀이 인공지능 컴퓨터에 게임 1개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자 인공지능은 다른 28개 게임의 공략법을 터득했다. 물론 모든 게임을 사람보다 더 잘한 것은 아니다. 실험 대상인 총 49개 게임 중 20개는 컴퓨터의 게임능력이 사람의 70% 미만이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사람 대신 컴퓨터가 그래프와 시장 정보를 분석, 투자 전략을 제시하고 인공지능 컴퓨터가 진료와 질병 연구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업 실적 데이터를 제공하면 이를 기사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까지 등장했다.

      세계적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인공지능이 계속 진화하고 사용이 늘어난다면, 10년 안에 모든 사람의 지적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아프리카에 사는 어린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20년 전 미국 대통령을 능가하는 지식 접근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 IBM이 수퍼컴퓨터 왓슨을 기반으로 만든 인공지능 장난감 ‘코그 니토이(CogniToy·왼쪽)’ , (두번째 중간) 마이크로드론이 제조한 소포 배달용드론(무인 비행기), (세번째 중간)비디오 카메라로 항공 촬영이 가능한 스테디드론의 드론 ‘QU4D’, (네번째 오른쪽)애플의 인공지능 비서 ‘시리’ .

      인공지능 차, 사고 줄이고 운전 시간 절약

      사람의 도움 없이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무인운전차)는 수많은 센서와 카메라, 레이저 스캐너, 레이더, 위성항법장치(GPS) 등의 부품을 사용한다. 사람으로 치면 카메라는 눈의 역할을, 센서와 레이저 스캐너, 레이더 등은 귀와 코의 역할을 해 앞뒤와 좌우를 살필 수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이런 무인자동차에서 사람의 두뇌 속 신경망과 같다. 가상의 신경망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차례로 배치하고 조합해 차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속도는 어느 정도를 내는 게 좋을지 판단한다. 도로 지형과 주차 공간을 학습한 다음엔 다른 차나 장애물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어운전으로 사고 위험을 줄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오는 2050년까지 전자동 자율주행차로 교통사고가 크게 줄어 매년 미국에서만 최대 1900억달러(약 213조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고가 감소하면 교통체증도 줄어 사람들이 운전에 허비하는 시간도 하루 50분씩 절약할 수 있다. 사람이 주차하는 것보다 기계의 도움을 받아 자동주차를 하면 차량 간 간격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57억㎡(약 17억평)의 주차 공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맥킨지의 분석이다.

      라지 라지쿠마(Raj Rajkumar) 카네기멜런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무선통신으로 자율주행차에 다른 차량의 위치와 교통신호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자율주행차는 다른 차량과 보행자에 안전 정보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금융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켄쇼(Kensho)는 애플 '시리'처럼 사람이 음성으로 질문하면 100만건 이상의 금융 관련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날씨, 경제 통계, 역사 정보와 같은 데이터를 조합해 최적의 답변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허리케인 3개가 상륙하면 미국 주택 건설업체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 '북한 핵실험 준비에 방위산업체 주가는 어떻게 움직일까'와 같은 질문에 응답하는 것이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켄쇼의 미래 가치를 보고 1500만달러(약 170억원)를 투자했다.

      의료와 법률 서비스에도 인공지능이 활약하고 있다. 미국 베일러의대는 방대한 데이터 분석으로 연구 효율을 높이기 위해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을 쓴다. 미국 블랙스톤 디스커버리가 개발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150만건의 법무 서류를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비정형 데이터 학습하며 똑똑해져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건 약 60년 전의 일이지만, 최근 들어 사용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이 확산된 요인은 무엇일까.

      골드만삭스는 대화·사진 같은 비정형(非定型) 데이터(일정한 규격·형태 없이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의 활용을 꼽았다. 과거에는 숫자 같은 정형 데이터만 기계에 주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계가 비정형 데이터까지 학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공지능 컴퓨터의 알고리즘이 정교해졌다. 이 알고리즘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 패턴을 분석해 실행 과정에서 오류를 잡아내는 능력을 개선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의 90% 이상은 비정형이다. 이 중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로 저장·가공하는 데이터의 비중은 지난 2010년 4% 수준에 불과했지만 오는 2020년에는 40%에 이를 전망이다. 인간에게 쓸모 있는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얘기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비정형 데이터의 학습으로 기계의 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프로그래밍으로 인공지능 설계에 접근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인공지능이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분석과 함께 센서 가격이 급락하고 LTE(4세대 이동통신) 같은 초고속 데이터 통신이 확산된 것도 인공지능에 영향을 미쳤다.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기계 간 통신(Machine to Machine)이 가능해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찾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로롯 및  자동차
      60년 안에 인간 지능의 90% 도달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장인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교수팀은 오는 2040~2050년이면 인공지능이 사람 지적 능력의 50% 수준에 도달하고, 2075년에는 9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보스트롬 교수는 "사람이 똑똑해지거나 스마트한 기계를 갖게 된다면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공지능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연합팀이 개발한 '유진 구스트먼'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지난해 64년 만에 처음으로 영국 레딩대의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 튜링 테스트는 컴퓨터의 원형인 가상 연산 기계를 구상했던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 고안했다. 유진 구스트먼은 심사위원의 33%로부터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라는 판정을 얻어냈다.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인터넷포털 바이두의 리옌훙(李彦宏)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최고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 이번 달 '차이나 브레인'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중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된다는 기획이다. 미국이 1969년 달에 인간을 보내는 아폴로 프로그램으로 우주 정복의 첫발을 내디딘 것처럼 인공지능 연구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차이나 브레인 프로젝트는 민간과 군사용으로 빅데이터(대용량 데이터) 분석 도구, 자율주행차, 스마트 의료 진단, 스마트 드론(무인비행기)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 CEO는 "인공지능 관련 연구가 전통적인 산업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바이두는 지난해 머신러닝(기계학습)과 딥러닝 연구의 대가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를 수석과학자로 영입, 인공지능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응 교수는 구글의 분산 컴퓨터 인프라를 활용한 인공신경망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IBM은 이달 초 딥러닝 회사인 알케미API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집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지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동차 제조사부터 엔터테인먼트 업종까지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은 신사업을 창출하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