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투자해야 친해지는 자바 긴팔원숭이, 6개월 만에 우리에게 두 팔 들더라

입력 2015.03.14 03:03

최재천 교수는 강연에서 인도네시아 자바 긴팔원숭이 연구를 하면서 겪었던 경험담을 재밌게 들려줬다. 밀림 속을 헤치고 다니며 '맨땅에 헤딩하듯' 고생했던 내용을 따로 정리했다.

긴팔원숭이
최재천 교수 제공

"21세기에 가장 큰 발전을 할 분야가 뇌 연구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뇌를 직접 연구하는 데 한계가 많기 때문에, 영장류의 뇌를 연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근데 영장류 연구를 하러 열대 지방에 가서 조금만 얼쩡거리다 보면 누가 와서 "무슨 일로 오셨어요?" 하고 물어봐요. 십중팔구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다섯 나라에서 온 사람입니다. 그들이 영장류 연구를 완벽하게 꽉 쥐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인도네시아 구눙 할리문에 갔는데 자바 긴팔원숭이가 돌아다니길래 "요즘 누가 연구해요?"라고 물었더니 독일, 일본 사람들이 오다가 요즘 안 온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우리가 덤벼든 겁니다. 덤벼들어 보니까 왜 그 지독한 독일과 일본 사람들이 포기했나 알겠더라고요.

긴팔원숭이는 다리보다 긴 팔로 나뭇가지를 척척 잡고 숲에서 휙휙 날아다닙니다. 그걸 우리가 쫓아가다간 절벽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어떻게 합니까. 인도네시아 조수 3명하고 같이 들어가서 무전기 하나씩 들고 사방으로 흩어져서 긴팔원숭이가 우리를 발견하고 도망가면 무전기에다 대고 알립니다. 예를 들어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이 '7시 방향, 오버!' 그러면 7시 방향에서 제일 가까운 친구가 '알았다 오버!' 하고 앞을 가로막는 겁니다. 긴팔원숭이가 방향을 틀면 '3시 방향, 오버'라고 하고, 또 가로막고요.

6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이 일을 했습니다. 6개월쯤 되는 어느 날 저희가 '굴복의 나무'라고 부르는 나무에서 저들이 도망가기를 멈추고 내려다보는 겁니다. '와, 졌다. 독한 놈들이 왔구나.' 영장류 연구는, 우리가 영장류에 접근해도 도망가지 않을 때까지 친해지는 기간이 1년, 2년, 재수 없으면 3년도 걸립니다. 그런데 우린 6개월 만에 해치웠고, 이제 그 다섯 나라 뒤에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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