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무질서'가 창의적 결과 만든다

    • 카를로 라티센서블도시연구소장
    • 더크 헬빙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 교수

입력 2016.08.20 03:05

빅데이터의 최적화된 효율성만으론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 봉쇄

경제학 이론 중 하나인 게임이론에는 '무질서의 비용'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개인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동을 할 경우 전체 시스템의 효율이 낮아지는데, 이로 인해 지불해야 할 비용을 뜻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특정 도시의 교통 관리자라고 가정해보자. 도시의 교통량을 관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중앙 시스템을 통해 전체 교통망을 분석한 후 상습 정체 구간을 찾아내 해당 구간의 정체를 해소하는 것이다. 아니면 운전자들이 알아서 선택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방법도 있다. 첫째 방법은 무질서로 인한 비용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사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이 있다.
(왼쪽) 카를로 라티센서블도시연구소장 / 더크 헬빙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 교수
(왼쪽) 카를로 라티센서블도시연구소장 / 더크 헬빙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 교수

아마존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책을 구매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아마존은 개인 정보부터 검색 기록, 전자책 어디에 밑줄을 쳤는지까지 체크하며 이용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있다. 이 정보들은 이용자들의 다음 구매를 예측하기 위해 쓰인다. 인공지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과거의 패턴은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아마존은 당신이 이전에 구매한 책 10권을 보고 당신이 그다음에 무엇을 읽고 싶어할지 추천한다.

하지만 여기서 무질서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을 때 무엇을 잃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한 사람이 읽어야 할 가장 의미 있는 책은 과거 읽었던 열 권의 책을 통해 만들어진 패턴의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무질서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우연히 찾아낸 한 권의 책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존의 '추천 도서'는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하는 데 있어 최적의 패러다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빅데이터는 우리가 원치 않는 정보들을 걸러줌과 동시에 선택의 범위를 늘려준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하는 열한 번째 책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단점이 있다. 책 구매만이 아니다. 디지털화된 다른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중앙 도시 시스템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신호등, 지하철, 폐기물 처리장, 에너지 공급 등 도시 기반 시설을 관리한다. 전 세계 도시 관리자들은 IBM이 설계한 리우데자네이루의 운영센터와 같은 '중앙통제실' 개념에 열광한다.

이렇게 알고리즘을 이용한 중앙 통제가 점차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명심할 것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테크노크라시(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많은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 및 사회 체제)가 혁신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당한 무질서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새로운 생각을 찾아내고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무질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삶에 꼭 필요한 존재인 셈이다. 만약 자연이 예측 가능한 알고리즘만을 이용했다면 DNA의 돌연변이 복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그랬다면 지구는 여태껏 단세포 유기체들로만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분산된 의사 결정은 사람과 인공지능 모두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질서의 비용은 우연을 통한 혁신을 유지하기 위해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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