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 성공하게 하면 최상의 성과… 보스 키우는 '수퍼보스'가 돼라

입력 2016.02.13 03:04

'리더십의 대가' 핑켈스타인 美 다트머스대 교수

조지 소로스와 함께 헤지펀드계 양대 산맥이라는 줄리언 로버트슨(Robertson·83)은 이른바 '보스(boss)'였다. 그는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설립해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 동안 연평균 31%라는 전설적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수익률보다도 그를 더 존경받게 만든 것은 그가 수많은 후배를 키워낸 것이었다.

그는 은퇴 후 잠재력이 보이는 후배 펀드 매니저들을 불러 창업 자금으로 종잣돈을 쥐여주고 투자 기법을 전수했다. 후배 매니저들은 타이거 매니지먼트 이름을 따 '새끼 호랑이'로 불렸고 그들이 운영하는 자금은 '호랑이 종잣돈'이라고 불렸다. 로버트슨 밑에서 배운 새끼 호랑이들은 2000년 초반부터 월스트리트를 주름잡으며 줄줄이 톱 헤지펀드 매니저로 등극했다. 새끼 호랑이들은 '세계서 가장 성공한 헤지펀드 매니저' '가장 돈을 잘 버는 헤지펀드 매니저'에 이름을 올렸다. 로버트슨이 호랑이 군단을 이끌 수 있던 것은 단순히 그의 기질 때문이었을까?

시드니 핑켈스타인(Finkelstein) 미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10년간 로버트슨처럼 새끼 호랑이를 낳는 리더들을 추적해왔다. 핑켈스타인 교수는 경제·정치·금융·IT·패션·스포츠 등 여러 산업에 걸쳐 업계를 주름잡는 간부 수백 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각 산업에서 잘나가는 임원이나 최고경영자(CEO) 50명 중 15명꼴로 공통점을 발견했다. 같은 보스 밑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업종마다 성공한 리더를 여럿 키워낸 보스 한 명, '수퍼보스'의 실체를 확인한 것이다.

핑켈스타인 교수는 "부하 직원을 발굴해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게 창의성·잠재성을 자극하면서 동시에 본인도 성공의 길을 걷는 '수퍼보스'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저서 수퍼보스(Superbosses·국내 미출간)에서 "수퍼보스들은 주변에 뛰어난 사람들을 심고 양성하면서 본인과 조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며 "어느 조직이든지 수퍼보스처럼 인재를 관리하고 키워내면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수퍼보스
'수퍼보스' 래리 엘리슨 오러클 창업자와 후배 보스들.
핑켈스타인 교수는 리더십의 대가로 불린다. 그는 매년 최고의 CEO와 최악의 CEO 명단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지난 2014년에는 포르투갈 2위 은행 '방쿠 이스피리투 산투'의 당시 CEO인 히카르두 살가두, 도브 차니 아메리칸 어패럴 CEO 등이 핑켈스타인 교수가 발표한 최악의 CEO 5명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았다. 2015년에는 '수퍼보스' 책을 쓰느라 최악의 CEO 명단을 만들지 않았다.

핑켈스타인 교수는 2013·2015년에 세계 경영학계의 오스카상이라는 '싱커스(Thinkers) 50'에 선정됐다.

핑켈스타인 교수는 인텔 공동 창업자 로버트 노이스(1990년 사망), 오러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Ellison·71), 미식축구 감독 빌 월시(2007년 사망), 정크본드 투자자 마이클 밀컨(Milken·69), 헤지펀드 매니저 줄리언 로버트슨, 영화 제작자 조지 루커스(Lucas·71)와 방송인 존 스튜어트(Stewart·53), 폴로 브랜드 창시자 랠프 로런(Lauren·76), 슬로푸드 창시자 앨리스 워터스(Waters·71) 등을 수퍼보스로 꼽았다. 주로 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렸던 인물이다.

―수퍼보스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사람을 볼 때 남들과 관점이 다르다는 겁니다. 수퍼보스는 통상적 범위 내에서 사람을 채용한다는 원칙을 깨버립니다. 관련 경력이 없어도 적합한 인재를 발견하면 언제든지 채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래리 엘리슨 오러클 창업자는 부하 직원을 고용할 때 학벌이나 경력을 별로 따지지 않았습니다. 엘리슨 본인 역시 고등학교를 중퇴했지요. 그는 제도권 교육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이 더 자주적이고 돌발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미국에 슬로푸드 레스토랑을 처음 세운 앨리스 워터스는 요리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는 철학 전공자를 자신의 첫 셰프로 고용했습니다. 슬로푸드를 잘 이해한다는 이유만으로 말입니다."

―수퍼보스와 그냥 '일 잘하는 좋은 보스'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수퍼보스들은 경쟁심이 매우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기 때문에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시험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을 깨뜨릴 수 있는 혁신을 추구하지요. 그래서 부하 직원들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더 새롭고 완벽한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영화 제작자 조지 루커스는 사운드 디자이너 벤 버트가 영화 음향 효과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로봇이 영화에 등장하면 전자음 소리를 가공한 인위적 음향 효과를 내는 것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루커스는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소리를 가져오라고 거듭 주문했죠. 루커스는 버트가 찾아온 수많은 소리를 들어보고 '다른 건 없어?'라며 돌려보내기 일쑤였습니다. 버트는 끊임없이 일상의 소리를 찾아 여러 실험을 했고 결국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로봇 R2D2의 목소리, 라이트세이버(광선 검)를 휘두를 때 나는 웅웅 소리를 탄생시켰습니다. 버트는 30여년간 할리우드 주요 영화의 음향을 담당하면서 아카데미상을 4번 탔고 전설의 사운드 디자이너로 불립니다."

―수퍼보스 밑에서 일한 사람들이 유난히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수퍼보스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만만하고 경쟁적이지만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릅니다.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스스로 열정을 표출하기 위해 기존 관습이나 우상(icon)을 깨버리는 보스(Iconoclasts), 경쟁에서 이기고 영예(glory)를 누리려는 보스(Glorious Bastards), 인재 양성에 가장 적극적인 보스(Nurturers)들입니다. 랠프 로런, 조지 루커스,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리더는 열정을 표현하는 데 온 힘을 쏟아 붓는 사람들입니다. 랠프 로런은 누구든지 '폴로' 옷을 입으면 특권층이 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굳게 심어줬고 폴로 브랜드 자체를 트렌드화했습니다. 그것이 로런의 목표이자 열정이었죠. 로런 같은 리더는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이루는 데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찾아 키워냅니다. 로런과 함께 일했던 베라 왕 등 수많은 디자이너는 지금 미국 패션계의 리더가 됐습니다.

나는 수퍼보스인가?
 래리 엘리슨은 이기기 위해 몰아붙이는 수퍼보스입니다. 지는 걸 정말 싫어하죠. 이기기 위해서라면 최고의 사람들과 최고의 전략을 짜야 한다는 걸 잘 압니다. 이기려는 리더와 일하면 스스로 끝까지 몰아붙여 이기는 법을 배웁니다.

마지막으로 적극적으로 인재를 키워내는 리더가 있습니다. 미국 식품 회사 크래프트(Kraft)의 전 CEO 마이클 마일스는 항상 사무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직원들과 대화하기를 즐겼습니다. 그가 처음 크래프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입사했을 때, 아침마다 눈에 보이는 부하 직원 한두 명을 붙잡고 회사에 대한 비전, 목표, 업무 스타일에 대한 대화를 하며 동료들을 개인적으로 알아갔습니다. 마일스와 함께한 간부들은 나중에 캠벨 수프, 질레트, 하인즈 케첩, 허시푸드, 3M, 막스앤드스펜서 등의 수장이 됐습니다."

핑켈스타인
핑켈스타인 美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
핑켈스타인 교수가 선정한 수퍼보스는 대부분 실무에서 물러났거나 은퇴했다. 1세대 수퍼보스이기 때문이다. 핑켈스타인 교수는 현직에 있는 2세대 수퍼보스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리드 호프먼 링크트인 창업자, 팀 쿡 애플 CEO, 미국 프로 미식축구 구단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 공동 구단주 기드온 유 등을 꼽았다.

―직장에서 수퍼보스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반드시 후배를 양성해야 합니까.

"수퍼보스들이 조직 안팎으로 존경받는 배경을 살펴보면 주변에 실력 있는 인재를 두고 양성하며 도움을 주고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줄리언 로버트슨은 은퇴 후 새끼 호랑이들을 키우면서 투자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종잣돈에서 발생한 수익금에 대해 수수료를 받으면서 본인도 수익을 냈지요.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후배들을 여럿 키워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CEO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을 많이 심을수록 당신이 생각한 목표를 이루거나 혁신을 꾀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가 커집니다."

―실력이 뛰어난 인재를 채용한 뒤에는 어떻게 관리해야 합니까.

"회사에 사람을 끼워 맞추지 말고, 능력 있는 사람에 조직을 맞춰가는 겁니다. 수퍼보스들은 위압적 위계질서를 좋아하지 않고 평등하고 개방적 업무 분위기를 추구합니다. 정크본드의 황제 마이클 밀컨은 '직원들은 자신이 조직 내 평등한 팀원이라고 느낄 때 일을 더 잘한다. 그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서로 자극하고 창의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압니다."

―수퍼보스와 일하는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닐 텐데, 수퍼보스와 잘 맞는 직원이 따로 있습니까.

"수퍼보스와 일하면 커리어의 지평을 넓히고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훈련을 받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래리 엘리슨과 일한 사람들은 오러클에서 보낸 1년이 다른 회사에서 7년 일한 것과 비슷하다며 '도그 이어(dog year)'라고 표현했습니다. 개의 수명으로 따지면 1년이 사람에겐 7년에 해당한다는 뜻이죠. 만일 운 좋게 당신이 수퍼보스와 일하게 됐다면, 100% 믿을 수 있는 직원이 되세요. 그래야 더 많은 기회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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