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우버처럼 '매개 산업'에 주목하라

    • 임춘성(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입력 2016.02.13 03:04

돈이 돈을 벌어주는 구조

임춘성(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임춘성(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모든 기업은 생존과 발전을 위해 고민한다. 특히 새해가 되면 몇 개의 단어나 슬로건으로 마음을 다지고 전략을 구상한다. 그중 요즘 가장 빈번하게 들리는 단어는 '연결'이다. 많은 기업이 '연결'을 강조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연결의 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핵심 경영 키워드로 연결을 제시했다.

실제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등 더 많은 대상이 더 빠르게 연결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 발달하면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뜻의 '초(超)연결 시대'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모두가 연결을 강조하지만, 연결과 관련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연결의 진정한 의미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연결을 내세운 기업들은 과연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할까.

연결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면 '매개'에 주목해야 한다. '매개'는 연결의 수단이다. 비유하자면 B2B(기업 간 거래), B2C(기업과 일반 소비자 간 거래),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에서 B와 C, B와 B, O와 O를 연결하는 '2'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매개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은 직접 상품을 생산하는 대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줌으로써 이윤을 창출한다. 화폐 거래를 돕고 수수료를 받는 금융업이 대표적인 매개 산업이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플랫폼 비즈니스'도 매개 산업의 한 부류다. 국내 한 은행은 핀테크(fintech·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사업 부문을 회사 내 독립적인 부서로 따로 분리했다. 핀테크를 단순히 금융의 보조 수단으로 보지 않고 새로운 매개 산업의 하나로 본 것이다.

최근 수년간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이나 포브스가 선정한 유망 기업들을 보면 매개 산업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숙박 공유 서비스 기업 에어비앤비나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가 대표적이다. 알리바바는 해외 기업과 중국 기업을 연결해주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을 거뒀다. 현재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약 183조원에 달한다. 만든 자보다 매개하는 자가 더 가지는 셈이다.

신사업을 발굴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매개자의 입장이 되어보자. 가령 온라인 교육 콘텐츠 업체에 스타 강사를 데려오고 강사의 출연료 가운데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방법도 있다. 동시에 출연을 원하는 강사들에게도 수수료를 받는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케이블TV 경제 관련 채널에 출연하는 대다수 재테크 전문가는 돈을 내고 출연을 한다. 전문가들이 지불하는 돈은 경제 채널의 주수익원이다. 매개 비즈니스가 가능한 모델이다.

부자는 3가지 레벨이 있다고 한다. 가장 하수는 자신이 스스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부자다. 중간 레벨의 부자는 자신이 아니라 남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준다. 가장 고수는 돈이 돈을 벌어주는 부자다. 앞서 말했지만, 매개 산업은 직접 재화를 생산하지 않고, 남이 열심히 만든 물품으로 이윤을 챙긴다. 게다가 한번 만들어진 매개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인다. 매개의 다양한 종류와 역할, 매개자 입장에서의 전략을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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