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수습하고 GM 부활 이끌고… 여성 리더의 시대

입력 2016.02.13 03:04

최근 경제 경영 분야에는 떠오르는 여성 리더가 많다.

10년 전만 해도 대표적인 여성 기업인은 칼리 피오리나 전(前) 휼렛패커드(HP) CEO 정도였지만, 최근엔 메리 배라(Barra)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CEO부터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최고위직이 등장하고 있다. 경영 전문가들은 금융 위기 이후 카리스마보다는 위기관리형 소통의 리더십이 중요해지면서 이 분야에 강점을 가진 여성 발탁이 늘었다고 보고 있다. 과거의 여성 최고위직이 남성적 이미지를 풍겼다면, 최근 여성 리더들은 여성스러움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강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위기관리형 리더십

재닛 옐런
재닛 옐런 美 연준 의장
2005년 재닛 옐런 당시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주택 시장 거품 붕괴를 예고하며 연준이 자산 가격 거품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 주택 시장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경제학자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사실이 됐고, 금융 시장 붕괴 직후인 2010년 연준 부의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첫 여성 연준 의장이 됐다. 부의장 출신의 첫 의장이기도 한데, 그만큼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를 잘 수습했고, 의장 취임 후에는 금융 시장의 큰 충격 없이 양적 완화 정책을 끝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너럴모터스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메리 배라 회장 겸 CEO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업계 첫 여성 CEO인 그는 금융 위기 이후 망가진 GM의 수익 구조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한 지 2주 만에 점화 장치 결함 논란이 발생했지만 대규모 리콜을 단행하고 청문회에서는 즉각 사과한 후 품질 관리에 대한 대규모 대응 방안을 제시해 사태를 잠재웠다. 피해자 보상 부문도 객관적 접근을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 불만 없이 해결하면서 그해 경제지(誌) '포천'이 최고의 위기관리자에 선정하기도 했다.

패션을 자신만의 브랜드로

머리사 메이어
머리사 메이어 야후 CEO
칼리 피오리나 HP 전 CEO, 퍼트리샤 루소(Russo)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전 회장, 앤 멀케이(Mulcahy) 제록스 전 회장 등 10년 전 세계 경영계를 대표하던 여성 리더의 공통점은 짧은 헤어스타일과 무채색 바지 정장이었다. 액세서리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011년 미국 연예 정보지 '베니티페어'에서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여성'으로 선정됐다. 에르메스 스카프와 가방, 샤넬 정장 등을 즐겨 입어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의 비공식 홍보대사'로도 불린다.

라가르드는 중요한 발표를 할 때마다 자신의 패션을 적극 활용한다. 최근 중국 위안화의 특별 인출권(SDR) 편입을 발표할 때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 무늬 스카프와 귀걸이를 했다.

긴 금발에 눈이 파란 머리사 메이어(Mayer) 야후 CEO는 화려한 원피스 패션을 고수하기로 유명하다. 패션지 '보그'의 표지 모델뿐 아니라 패션 화보도 촬영했다.

미국 대통령 부인들의 디자이너인 캐럴리나 헤레나, 알렉산더 매퀸, 발렌시아가, 오스카 드 라 렌타 등의 드레스를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쁜 일정에도 1년에 두 번 미국 뉴욕의 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맨 행사에 참석해 최신 트렌드를 챙길 정도로 패션에 민감하다.

엔지니어 재무 출신 리더들

메릴린 휴슨
메릴린 휴슨 록히드 마틴 CEO
이공계 출신 여성 리더들이 돋보이는 것도 최근 경향이다. 메리 배라 GM 회장, 어설라 번스(Burns) 제록스 CEO, 버지니아 로메티(Rometty) IBM CEO, 메릴린 휴슨(Hewson) 록히드 마틴 CEO, 머리사 메이어 야후 CEO 등이 모두 이공계 출신으로 기업 내 정상 위치까지 올랐다.

마리아 크로 미 하비 머드 칼리지 학장이 한 인터뷰에서 "자동차 산업(의 유리 천장)이 깨지고 방산업이 깨졌다"며 "이는 미국 산업계의 전환점"이라고 말할 정도다.

메리 배라는 1980년 GM 공장에 인턴으로 발을 들여놓은 후 승용차와 트럭의 설계와 품질 등을 담당하는 제품 개발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구글 출신인 머리사 메이어 야후 CEO와 수전 워치츠키(Wojcicki) 유튜브 CEO는 각각 구글 검색 엔진과 광고 프로그램 '애드 센스' 개발을 담당했다.

재무 분야 여성 리더들도 눈에 띈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연준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경력을 쌓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프랑스 재무장관을 역임했고,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는 래리 서머스 미 전 재무장관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