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리스크 가장 걱정해야 할 나라는 한국… 기술적 우위 유지해야 타격 덜 받아

    •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6.01.23 03:04

위안화 가치 떨어지면
성장 둔화 못 잡은 중국 환율 상승 유도하려 해
과거엔 위안화 하락하면 中 수출 늘고 한국에 득… 지금은 수출 경쟁자로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새해 초 중국 주가 급락은 세계경제에 충격을 줬다. 중국 정부는 주가 급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주가 급등락을 막기 위해 도입됐던 서킷브레이커가 오히려 주가 급락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중국 정부는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결국 서킷브레이커는 도입된 지 4일 만에 중단됐다.

중국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이래 수없이 많은 위기설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중국 경제는 보란 듯이 극복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중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을 때, 중국은 정부 지출을 크게 늘리며 성장을 이어갔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세계 금융 위기의 타격을 덜 받았던 것은 중국이 강하게 버텼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중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중국을 많이 연구하고 중국 정부와 관계가 긴밀한 경제학자일수록 낙관적 성향이 강하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3조달러가 넘는 외환, 튼튼한 중앙정부 재정, 통화정책 여력 등 중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실탄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과거와는 다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연 7% 미만을 기록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정부의 처방도 마땅해 보이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적절하게 시장에 개입하며 위기를 관리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증시 모습은 중국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에 한계가 왔음을 보여 준다. 연초 주가 급락을 경험한 후 중국 중앙은행 총재가 "시장의 힘을 알게 됐다"고 탄식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경제가 발전하고 규모가 커지면 상대적으로 시장의 힘이 강해지고 정부의 뜻은 시장에 반영되기 어렵다.

앞으로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외환시장에서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과거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를 달러화에 연동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위안화도 덩달아 가치가 올라갔고 위안화는 이제 가장 많이 평가절상된 화폐 중 하나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수출과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는 등 중국은 여러 가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임금이 오르고 위안화까지 강세를 보이니 외국 기업으로서는 더 이상 중국이 생산 공장으로서 매력적이지 않다.

[그래픽] 최근 1년간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
중국 정부는 점진적 위안화 평가절하를 유도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의도는 실현되기 어렵다. 위안화 환율의 방향이 결정됐다고 판단되면 자본은 한발 더 빨리 유출된다. 가치가 하락하는 화폐로부터 하루빨리 탈출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위안화 환율은 중국 정부가 의도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급등(위안화 가치 하락)할 수 있다. 급격한 환율 상승은 중국 경제에 또 다른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외환 보유액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은 위안화의 가치 하락 움직임을 예견한 자본 유출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작년 8월에는 3일간 위안화가 4.6% 평가절하되면서 중국은 더욱 급속한 자본 유출과 급격한 외환 보유액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중국은 자본 통제가 심한 국가이므로 외국 금융기관이 자본을 빼내기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내국인들이 자본 유출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서는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 통제가 심해 그동안 비금융 기업들이 '그림자 금융'을 주도했다. 기업들은 수출을 위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역외에서 조달한 달러를 중국 안으로 들여와 금리 차이를 통해 수익을 냈다. 그리고 위안화 평가절하에 앞서 하루빨리 자본을 중국에서 빼내려 하고 있다. 앞으로 위안화 환율은 더 오를 수 있다. 미 달러화 부채가 많은 일부 기업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결국 중국은 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 속에 환율의 급등락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 정부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국면이다. 중국 정부는 시장과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 경제는 지금까지 한국 경제에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중국의 고도성장은 한국 성장의 주요 동력이었다. 위안화의 가치 하락도 과거엔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됐다.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의 대(對)중국 부품 수출도 덩달아 증가해 혜택을 받곤 했다.

하지만 최근엔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중국은 한국에 의존하던 부품을 자국에서 조달하려는 경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고, 최근 하이얼의 GE 인수에서 보듯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은 오히려 한국의 경쟁 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의 가치마저 떨어진다면 중국은 한국에 더욱더 힘겨운 경쟁 상대가 될 것이다.

중국 경제가 한국에 혜택만을 주던 시절은 끝이 나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도, 중국의 환율 변화도 한국에는 큰 부담이다. 중국발 리스크를 가장 걱정해야 할 국가가 바로 한국인 셈이다.

한국 경제가 중국 리스크로부터 타격을 적게 받기 위해선 중국에 비해 기술적 우위를 확실히 유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고품질 소비재 생산 및 수출을 통해 중국 경제와의 보완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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