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자동차가 실패한 '쌍용차 부활'… 마힌드라가 '신뢰 경영'으로 성공시켜

입력 2016.01.23 03:04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마힌드라 사장

파완 쿠마 고엔카(Goenka) 마힌드라&마힌드라 자동차·농기계 부문 사장

재규어·랜드로버와 마찬가지로 쌍용차 역시 인도 기업이 인수한 후 쓰러져가던 브랜드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예로 꼽힌다. 부활 가능성을 믿고 장기 투자했으며, 차분히 신뢰 회복을 시도했다. 결국 흑자 전환 일보 전까지 왔다.

지난 11일 인도 뭄바이 마힌드라 타워에서 파완 쿠마 고엔카(Goenka·사진) 마힌드라&마힌드라 자동차·농기계 부문 사장을 만났다.

마힌드라그룹은 1945년 인도 북부 루디아나에서 지프(Jeep) 조립 업체로 출발한 인도 재계 10위권 기업이다. 1995년 포드, 2005년에는 르노 등 해외 자동차 업체와 제휴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는 전략을 펼치며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2009년 호주 항공·우주 회사인 에어로스태프 오스트레일리아를 인수한 데 이어 2010년에는 한국 쌍용차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도 푸조 모터사이클, 일본 미쓰비시 농기 지분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먼저 쌍용차를 사들였지만, 장기 투자 약속은 무너지고 기술 유출 논란만 낳은 채 철수했다. 이 때문에 2010년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할 때도 같은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마힌드라 인수 후 6년 만에 쌍용차는 첫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실적 악화로 해고한 직원들도 복직시켰다. 마힌드라 인수 후 발표한 신차 티볼리는 해외 언론에서 '올해의 차' 등에 뽑히며 극찬받고 있다. 어떻게 상하이자동차가 실패한 쌍용차 부활을 마힌드라는 이룰 수 있었을까.

―인수 초기 '기술 유출'이나 '먹튀('먹고 튀다'를 줄인 말)'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한국인들이 마힌드라에 가진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쌍용차가 가진 기술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다. 쌍용차가 가진 잠재력과 사업 기회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우린 쌍용차와 '윈-윈(win-win)'하려 한다'는 점을 한국에서 증명하고자 노력해야 했습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인수한 2010년부터 한 번도 한국 시장에서 이익을 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바라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마힌드라는 42개월 동안 3500억원을 투자해 SUV 티볼리를 개발했고, 지난해에는 쌍용차에 3년간 1조원을 투자해 신차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근 나온 해고자 복직 합의안도 같은 이유에선가요?

(작년 말 쌍용차는 해고된 사내 하도급 노동자 6명을 복직시키고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187명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키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저희는 2009년 쌍용차 파업에서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합의안이 도출된 데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이런 조치는 쉽지 않습니다. 5년간 투자금을 계속 잃는 상황에서 어떤 투자자가 이런 조치를 달가워하겠습니까.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신뢰를 얻는 과정 없이는 장기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리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신뢰를 쌓는 과정으로 어떤 것이 있었나요?

"저희는 인수·합병(M&A)을 한 뒤 쌍용차에 마힌드라의 방식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쌍용차에 '우리는 이런 일을 이렇게 하고 있다'며 마힌드라 방식을 보여줄 뿐입니다. 예를 들어 개별 직원에 대한 성과 관리 시스템은 마힌드라 것을 쌍용차가 받아들였습니다. 한 해 목표를 설정하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스템인데, 제안을 받은 쌍용차 측이 '이건 좋다'며 적용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마힌드라 IT 시스템과 근로자 트레이닝 시스템도 쌍용차가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반대로 마힌드라가 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개발, 개발 프로세스 도입은 '이건 현재 쌍용차가 일하는 방식과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습니다. 마힌드라는 '좋다. 기존 쌍용차 방식대로 진행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방식은 인내가 필요하지 않은가요?

"M&A를 한 뒤 '도대체 언제까지 투자를 계속할 것인가'란 질문은 마힌드라에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거죠. 쌍용차가 새로운 동력을 얻어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미래 시장성을 준비하고 있는데 괜히 개입해서 바꿀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만약 인수 후에 쌍용차가 했던 방식이 심각하게 잘못된 방향이었다면 개입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부분은 없었습니다."

―M&A에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신뢰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외 M&A는 더욱 그렇습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근로자뿐 아니라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M&A는 결국 실패하고 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쌍용차는 특히 과거 인수자(상하이자동차)의 유산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한국 회사 문화와 인도 기업과 다른 점이 있던가요?

"저는 인도 친구들에게 '한국인들이 가진 절차에 대한 존경심과 규율을 배우라'고 늘 강조합니다. 생산 계획이 한번 세워지면 한국인들은 한 치 오차도 없이 그것을 준비하고 실행합니다. 인도인들이 배울 점인 거죠. 한국인들과 5시에 약속을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5시에 도착합니다. 반면 인도 사람들은 교통 체증 등을 핑계로 대면서 지각을 둘러대는 문화가 있습니다."

―반대로 인도 기업 문화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면?

"인도인은 '절약 정신'이 뛰어납니다. 절약은 같은 결과를 내는 데 자원을 적게 쓰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건 인도인의 확실한 장점입니다. 인도 기업인은 출장 한 번 갈 때 최저 비용을 계산해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다녀옵니다.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한국보다 제품 생산 비용이 적게 듭니다. 인도의 '절약 정신'과 한국의 '품질에 대한 집중력, 규율 준수'가 합쳐진다면 창조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전 한국과 인도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유산의 좋은 부분을 잘 결합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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