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에 컴퓨터 내장하는 시대'를 넋 놓고 맞이할 건가

    •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입력 2016.01.23 03:04

4차 산업혁명 눈앞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국제사회는 이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물인터넷, 바이오산업, 증강 현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다. 대변혁이 인류에 얼마나 이로운 영향을 가져올지는 이 변화에 따른 위험과 기회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달려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인터넷의 보급과 생산 자동화를 주된 내용으로 했던 '3차 산업혁명(디지털 혁명)'을 토대로 경제·정치·사회·문화·환경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기술 혁명을 말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제3차 산업혁명에 비해 혁신 속도가 훨씬 빠르고 전례 없이 방대한 규모와 범위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 그 영향이 특정 지역이나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개인과 커뮤니티,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소수 커뮤니티가 변두리로 밀려나고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온 세상이 점점 더 연결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보안 위험이 생겨나거나,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퇴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는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새로운 기회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지금까지 고수해온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인격체, 소유권, 프라이버시, 가치에 대해 토론해 보는 것도 좋다. 우리는 개개인으로 또 집합체로서 계속 질문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과 바이오산업이 성장할수록, 이에 수반하는 윤리적 문제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맞춤형 태아를 낳고 기억을 추출하는 등 인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증강 인간(Human Augmentation)'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우리는 앞으로 사람과 사람 간 관계까지도 재정의해야 할지 모른다. 증강 인간이란 현실과 가상이 결합된 증강 현실에서 실제보다 능력이 커진 사람을 말한다. 증강 현실 기술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Getty Images / 멀티비츠
Getty Images / 멀티비츠
스마트폰의 발달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크게 바꿔놨다. 모바일 기술 덕분에 '입는 컴퓨터'가 우리 삶에 들어왔다. 머지않아 컴퓨터가 '입는 것(wear)'이 아니라 '내장(embed)하는 것'이 되면 어떻게 될까. 디지털 기기를 잠시 꺼놓고 기술로부터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의미 있고 진정성 있는 진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까. 우리가 미래에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될까. 인류는 앞으로 수년간 이런 무거운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공통적인 목적과 가치를 향상시키는 범주 안에서 일어나야 한다. 우리가 사회 일원으로서, 소비자로서, 투자자로서 내리는 총체적인 결정들은 혁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새로운 협업 방식과 거버넌스(통치·관리) 시스템을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 이 목표를 위해선 다음의 세 가지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

첫째, 제4차 산업혁명이 일으킬 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변화에 따른 영향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어느 기업이나 국가가 단독으로 결정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 민간·공공 부문의 글로벌 리더들이 디지털 혁명의 방향과 혁신이 미칠 영향을 인식하고 토론해야 한다.

둘째, 국제사회는 제4차 산업혁명을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킬지와 관련해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는 건설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 가야 한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관용의 자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열정과 포용을 행동으로 표출해야 한다.

셋째, 국제사회는 기존 경제·사회·정치적 체제를 '재정립(restructure)'할 것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거버넌스 구조와 부(富)를 창출하는 방식은 미래 수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범위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기술은 제아무리 위대하고 혁신적일지라도, 결국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 낸 것이다. 혁신과 기술이 사람을 우선시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게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