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옐런의 자신감

    • 리사 아브라모비츠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6.12.17 03:00

금리 인상 속도 높이려는 연준, 세계 각국 더 살펴야
트럼프 경제 정책 실패하면 美성장률 떨어질 가능성

리사 아브라모비츠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리사 아브라모비츠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014년 2월 취임한 이후 줄곧 튀지 않으려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예측 가능한 연준 의장이라는 평판을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지난 14일(현지 시각) 열린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을 두고 주변에선 '깜짝 발표'라는 말이 나온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 금리를 현재의 0.25~0.5%에서 0.5%~0.75%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며 '제로 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지 1년 만이다.

그러나 사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그다지 놀라울 것이 없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깜짝 놀랐던 부분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다. 연준은 이날 발표문에서 내년에는 세 차례에 걸쳐 기준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9월 발표에선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내년 금리 수준을 당초 계획보다 0.25%포인트 더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차적인 문제로 보일지 몰라도, 이는 연준이 국내외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번 발표로 연준은 현재 미국 내 물가 급등을 우려하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 등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과거보다 덜 신경 쓰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기준금리 흐름
블룸버그
연준의 깜짝 발표에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미국의 단기 국채 금리는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른(국채 가격은 하락) 반면, 독일의 단기 국채 금리는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국채 가격은 상승). 미국 국채 금리와 독일 국채 금리의 격차도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달러화 가치는 치솟았다.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미국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연준은 각국 중앙은행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의사 결정을 내렸다. 연준은 금리를 높일 경우 달러화 가치가 올라 미국 기업이 국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해 성장 동력이 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문을 보면 연준은 이런 요인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옐런 의장은 이날 연방정부의 재정 정책 방향이 불투명한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명확한 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연준 홀로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부 채권 투자자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 많은 투자자가 장기 국채를 사들이고 있으며, 그 결과 단기 국채 금리와 장기 국채 금리의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많은 투자자가 위험 자산을 팔고 있으며, 장기 물가 상승률 예측치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연준은 독일 등 주요국 국채 금리와 미국 국채 금리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달러화 가치는 더 오르고, 잠재 성장률은 더 떨어지게 된다. 아직 연준이 미국 내 사정만을 고려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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