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중심 소셜미디어와 IoT 기술에 주목하라… 완전히 새 사업모델 생길 것

입력 2016.05.28 03:06

[Cover Story] 사진 정보 분석 업체… 데이비드 로즈 디토랩스 CEO

사진 정보 분석 업체… 데이비드 로즈 디토랩스 CEO

"미국의 초바니(Chobani)라는 요거트 회사는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사진들을 빅데이터로 분석, 많은 소비자가 통근길에 차 안에서 요거트를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초바니는 자동차의 컵 홀더에 끼우기 쉽고 운전하면서 먹기 편하게끔 요거트 용기의 모양을 바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죠."

데이비드 로즈(Rose·49) 디토랩스(Ditto Labs)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사진은 매일 18억장에 달한다"며 빅데이터의 분석 대상과 활용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설립된 미국의 디토랩스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사진 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업체다. 벤처 창업가 출신으로 창업 초기 기업을 육성하는 엔젤투자자이기도 한 로즈 CEO는 최근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산업의 미래에 대한 책 '마법에 걸린 사물들(원제 Enchanted objects·국내 미출간)'을 썼다.

로즈 CEO는 제조업 등 전통적인 산업군에서도 제품 개발부터 생산·홍보에 이르는 경영 전반에 대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며, 사진 중심의 소셜미디어와 IoT 기술에 주목하라고 권했다.

―기업들의 경영 전략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사업 모델이 생겨날 것입니다. 다양한 합작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뛰어난 IT 기업인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개발할 때 왜 패션업체 에르메스와 손을 잡았을까요? 스마트밴드를 생산하는 미스핏(Misfit)이 장신구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와 합작하고, 명품 시계업체 파슬(Fossil)이 미스핏을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들 간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우디 잠재 고객은 누구일까? 소셜미디어 분석하면 다 나온다

사진 중심 소셜미디어와 IoT 기술에 주목하라 완전히 새 사업모델 생길 것

데이비드 로즈 디토랩스 CEO는 조선일보가 지난 17~18일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분야 전문가로 참석해 소셜미디어에 글보다 사진과 영상이 늘어나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어 검색 중심인 전통적인 빅데이터 분석 기법으로는 이런 비정형 데이터(일정한 규격이나 형태를 지닌 숫자 데이터와 달리 형태와 구조가 복잡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그림·영상·문서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소셜미디어와 새로운 빅데이터 분석법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빅데이터 분석은 사이코그래픽스(psychographics·소비자의 개성, 태도, 삶의 방식 등 행동을 결정하는 심리학적인 기준에 따라 고객군을 세분화하는 기법)를 바탕으로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잠재적인 고객을 발굴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을 단순히 성별, 나이, 인종 등 몇 가지 요인으로 분류하는 대신, 사진에 드러난 정보들을 기반으로 개개인의 취향과 삶의 방식까지 분석해 맞춤식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겁니다. 더 정확한 수용자 세분화(광고를 소비하는 집단을 취향과 관심사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가 가능해졌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아우디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1000명 있다면, 이들의 소셜미디어를 분석해 ‘아우디 운전자들은 대체로 A브랜드 맥주를 마시고, 야외활동을 선호하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자주 간다’ 등 공통점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특징에 부합하고 다른 브랜드의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아우디의 잠재적인 고객이라고 보고, 공략할 수 있겠죠.”

―실제 사례들이 더 많이 나오고 있나요.

“디토랩스의 고객사 중 코카콜라는 미국에서 라임, 체리, 딸기 등 다양한 맛의 콜라 제품을 판매하는데 어떤 소비자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소비자들이 콜라를 마시는 사진들을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핸드백 브랜드인 마이클코어스는 소비자들이 졸업이나 입학 등 어떤 기념일에 자사 제품을 선물로 주고받는지 분석해 홍보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휴대전화가 망가진 사진을 올린 사람들을 찾고 싶어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만약 당신이 방금 아이폰을 망가뜨렸다면, 그 순간이 바로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갤럭시를 사용해보면 어떨까요’라고 권할 완벽한 타이밍 아니겠어요? 개인적인 취향과 상황 등이 드러나는 사진을 분석하면 기업들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할 만한 정확한 순간과 장소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사진 정보 분석 업체… 데이비드 로즈 디토랩스 CEO
데이비드 로즈 디토랩스 CEO.
―산업 전문가들은 빅데이터와 정보기술의 발달이 IoT시대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어떤 사업 기회들이 생겨날까요.

“휴대전화의 보급 덕분에 카메라가 작아지고 저렴해지면서, 어디든 장착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약품 보관함에 카메라를 장착하면, 약품을 꺼내고 들여 놓는 과정과 재고를 촬영해 부족한 약품이 무엇인지 사용자에게 알려줄 수 있겠죠. 실제로 준(June)이라는 가전제품 업체는 오븐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요리가 얼마나 완성됐는지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통신 부품과 센서 가격이 하락한 상황도 제조업 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할 기회로 이어질 겁니다. 미국의 디지털 제품 전문 매장인 타깃에 가보면 이미 자물쇠, 온도 측정기, 축구공, 농구공 등 다양한 IoT 제품들이 출시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디다스에서 개발한 축구공 ‘미코치(miCoach) 스마트 볼’은 공에 장착된 센서로 공을 찰 때 힘, 회전, 공에 닿는 발의 부위 등과 실제로 공이 날아가는 속도, 궤적 등 정보를 수집해 휴대전화로 전송합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투자 모금 사이트인 킥스타터에 ‘무게 측정 센서와 통신 부품이 장착된 여행용 가방’을 개발하는 아이디어가 올라온 걸 봤는데, 가방 스스로 위치와 무게 등 정보를 사용자의 휴대전화로 보내는 기능이 탑재된 것이더군요.”

―이런 변화에 개별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빅데이터와 IoT를 활용하면 소비자의 행동도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질병과 관련된 위험을 관리하는 게 핵심인 헬스케어 분야에서 신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몇 년 전 빔(Beam)이라는 미국 칫솔 생산업체의 CEO를 만나 앞으로 어떤 제품을 출시할지 물으니, 치아 보험을 판매할 거라고 말하더군요. 미국인 수백만명이 치아 보험 미가입자인데, 보험료가 월 50달러 정도로 비싼 탓이 큽니다. 빔은 빔브러시라는 칫솔 제품으로 양치질 습관과 횟수 등 정보를 수집해, 이를 제대로 닦는 소비자에게는 시중 보험사의 절반 수준인 월 20달러에 치아 보험을 제공하는 칫솔-보험 연계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이탈리티(Vitality)라는 포장용기 제조업체는 약을 안 먹으면 휴대전화로 알림을 보내고 한 주 동안 복용 횟수 등을 측정해주는 약품 용기를 개발했는데, 이 제품을 시험해본 사용자의 95% 이상이 약을 제때 챙겨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제약회사와 보험회사가 이 약품통을 생산하는 데 투자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제약사는 복용량이 증가하면 결과적으로 약품 판매가 늘어나기 때문에, 보험사는 약을 잘 챙겨 먹은 가입자의 건강 관련 위험이 낮아지기 때문에 관심을 보였죠. 그 덕분에 약품통 제조업체는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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