創意? 새로운 아이디어 내지 마라… 익숙한 것을 색다르게 엮는 게 더 효과적

입력 2016.05.28 03:06 | 수정 2016.05.28 03:13

[5 Questions] '습관의 힘' 저자 찰스 두히그 NYT 기자

2012년 5월 디즈니에서 한 신작 애니메이션의 사내 시사회가 열렸다. 상영 후 깊은 침묵이 흘렀다. 박수갈채도, 환호성도, 감동의 눈물도 없었다. 존 래시터(Lasseter) 디즈니 최고창의성책임자(CCO)는 "관객 입장에서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싶은 등장인물이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 작품이 2013년 개봉해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다. 박스오피스 사이트 모조(Mojo)에 따르면 '겨울왕국'은 전 세계적으로 12억7648만달러(약 1조5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겨울왕국 제작진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찰스 두히그(Duhigg·42) 뉴욕타임스(NYT) 탐사전문기자는 "디즈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라 친숙한 아이디어를 다른 방향으로 엮는 방법을 통해 이야기를 개선해 히트작으로 재탄생시켰다"며 "익숙한 것들의 특이한 결합이 창의성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겨울왕국의 원래 스토리는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 얼음으로 변하게 만드는 저주에 걸린 엘사가 동생 안나로부터 왕위를 빼앗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내용이었다. 엘사의 계략은 안나의 약혼자인 한스 왕자에 의해 좌절된다. 하지만 엘사가 만들어낸 눈 괴물이 통제를 벗어나자 자매는 힘을 합치고, 결국 평화를 되찾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겨울왕국 제작진은 예쁜 공주들과 잘생긴 왕자, 화려한 영상미는 그대로 남겨둔 채 스토리를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썼다. 왕자와 공주의 사랑 이야기 대신 자매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뤘다. 엘사는 자신의 힘을 두려워한 나머지 의도치 않게 자신의 왕국을 겨울에 빠뜨리고 얼음 성으로 달아난다. 안나의 약혼자인 한스 왕자는 왕좌를 차지하려는 욕심에 사로잡혀 안나를 죽이려고 한다. 엘사는 자신의 힘을 이용해 한스 왕자를 물리치고 동생의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왕국에는 다시 봄이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두히그는 "결과적으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탄생했고,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 저자 찰스 두히그. /김지호 기자
두히그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소비자의 습관을 바꾸는 기업이 승자가 된다는 내용으로 큰 화제가 됐다. 지난 17일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두히그는 여유롭게 일하면서도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습관을 분석한 '1등의 습관(Smarter Faster Better)'을 이달 초 출간했다. 그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거나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 열심히 일하는 것과 큰 상관이 없다"며 똑똑하게 일하기 위해 필요한 5가지 습관을 강조했다.

1 기존 개념을 독창적으로 결합하는 습관

―창의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쟁력으로 여겨지는데,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헬맷
선체 모양을 본떠 만든 자전거 헬멧.
“완전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기존에 있던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세요.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인종 갈등을 다룬 신문 기사를 보고 철천지원수인 폭력 집단 가문에서 태어난 두 연인(한 사람은 푸에르토리코인, 한 사람은 백인)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을 만든 것입니다. 익숙한 이야기를 택한 대신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연출 방식을 고집합니다. 전통적인 뮤지컬은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통해 줄거리의 핵심적인 갈등 요소를 설명하는데, 이를 완전히 생략했습니다. 이 뮤지컬의 오프닝 9분 동안 대사는 전혀 없었고, 모든 것이 춤으로 표현됐습니다. 관객들은 익숙한 것들이 특이한 것으로 변해 가는 과정에 열광했습니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오프닝은 지난 60년 동안 공연 예술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눈부신 성과를 이룬 지적 혁신들 역시 색다른 결합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과 정부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친 행동경제학의 경우 심리학에서 오래전 자리 잡은 원칙들을 경제학에 적용하면서 새로운 학문의 장을 열었습니다.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아이데오의 산악용 자전거 물통은 기존의 물병에 누수를 방지하는 샴푸 용기의 노즐을 접목했고, 구멍이 나 있는 자전거용 헬멧은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선체(船體)의 모양을 본떠 디자인한 것입니다.”

2 팀원을 배려하는 습관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이려면 좋은 팀을 만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주변에서 올바른 피드백을 제공하는 팀원들이 있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팀이 최고의 팀일까요. 구글은 4년간의 연구 끝에 중요한 것은 팀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며, ‘누가’ 팀원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에이미 에드먼슨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고의 팀에 있는 공통된 속성을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팀원들이 서로 신뢰하면서 회의 시간에 솔직하게 발언해도 응징을 받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NBC방송의 대표 오락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의 작가와 배우들은 제작 초기부터 상대의 아이디어를 비판하고 방송 분량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습니다. 그럼에도 SNL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엉뚱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고, 위험 부담이 큰 기획에 도전할 수 있는 규범 아래에서 작업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때때로 토론을 중단시키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는 편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습니다만, 장기적으로는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팀이 더 뛰어난 결과물을 양산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는 최상의 방법은 팀 리더의 실천적인 행동입니다. SNL에는 론 마이클스라는 제작자가 이 역할을 했습니다. 팀원들이 상대의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비판했더라도 그런 비판이 일정한 경계선을 넘지 않도록 조심시켰습니다. 그리고 공정하게 팀원들의 발언권을 보장했죠. 팀원이 팀에 묻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입니다.”

3 스토리를 상상하는 습관

―일을 하다 보면 집중력이 부족해 결국 시간에 쫓길 때가 많습니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요.

“각 조직에서 가장 생산적인 직원들을 조사해보니 대부분 출근할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접속하는 대신 회사에 출근해 무엇을 할지를 머릿속에서 차례차례 그려보는 습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매일 경험하는 압박감을 떠올려보세요. 회의 중에 갑자기 직장 상사가 느닷없이 당신의 의견을 물어볼 수도 있고, 여러 사람과 대화하다가 중요한 업무 메일에 황급히 답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심성 모형(mental model)’을 떠올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정보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방법입니다.

2010년 싱가포르를 떠나 호주로 향하던 호주 콴타스항공 32편 비행기는 모든 엔진이 산산조각 난 상황에서도 비상 착륙에 성공합니다.
최신 항공기는 약 25만개의 센서와 컴퓨터로 이뤄진 탓에 비상 상황시에 중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구별하지 않고 마구 쏟아냅니다. 그래서 인간인 조종사가 필요한 것입니다. 당시 조종사였던 드 크레스피니 기장은 계기판이 깜박이고 각종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에서 최첨단 에어버스 비행기를 작은 경비행기라고 상상하는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컴퓨터 지시에 의존하지 않고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직접 결정한 것입니다. 훗날 전문가들은 콴타스항공 32편이 가장 심하게 손상된 상태에서도 안전하게 착륙하는 데 성공한 비행기 기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심성 모형은 바쁜 상황 속에서도 집중할 곳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항상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무시해야 하는지 잘 판단하려면 본인이 할 일을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4 정보를 가공하는 습관

―정보는 많은데 막상 일을 할 때에는 어떤 정보를 활용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해 언제라도 충분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통상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할수록 결정의 질은 나아집니다. 하지만 정보의 양이 어느 지점을 넘어 지나치게 많아지면 두뇌는 한계점에 이릅니다. 그래서 정보를 철저하게 점검하지 않고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정보 가공입니다. 저는 이것을 ‘비틀기’라고 부릅니다.

미 프린스턴대와 UCLA의 합동 연구팀은 강의를 들으며 손으로 필기하는 학생들과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생들 차이를 추적했습니다. 그런데 노트북 대신 손으로 필기한 학생들의 성적이 훨씬 좋았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기록한 내용을 즉각 빼앗았는데도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만나고, 그 정보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한다면 해당 정보를 어떻게든 가공해야 합니다. 체중을 줄이고 싶으면 애플리케이션에 매일 체중과 관련된 정보를 올리는 대신 매일 체중을 측정한 결과를 모눈종이에 그래프로 그려보세요. 새로운 개념들이 잔뜩 소개된 책을 읽는다면 때때로 책을 덮고 방금 읽은 개념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머릿속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보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5 작은 목표를 세우는 습관

―항상 목표만 세우고 이를 달성하지 못해 고민인 이들이 많습니다. 올바른 목표 설정 방법이 따로 있나요.

“많은 이들이 할 일을 쭉 적어 놓은 목록을 활용하는데,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쉽게 해낼 수 있는 일들을 적어 놓고 하나씩 지워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즐기면 절대 안 됩니다. 인간에게는 종결 욕구가 있습니다. 어떤 목표가 적절한지 의문을 품지 않고 그 목표를 종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생각과 노력이 필요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대신 사소하고 하찮은 메일에 답장을 하면서 만족감을 얻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원대한 목표를 세워서는 곤란합니다. 너무 큰 목표만 잔뜩 있다면 대부분 겁을 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원대한 목표를 세운 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단기적인 목표를 따로 세우라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나만의 사업으로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후 6개월 후에 창업하기 위해서 일단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작은 목표를 근접 목표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원대한 꿈을 근접 목표로 분해하면 크나큰 목표를 성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었습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잭 웰치 최고경영자(CEO) 시절 항공 엔진 제작 부서 불량률 70%를 줄인다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방식을 동원했고, 생산 과정에서 많은 혁신을 이뤘습니다. 목표도 달성했고요. 겉으로는 능력 범위를 넘어선 듯한 야심적인 목표에 매진하면 혁신과 생산성에서 큰 도약을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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