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 결정될 것

입력 2016.05.28 03:06

[Cover Story] '빅데이터 분석의 代父' 짐 굿나잇 SAS 회장

'빅데이터 분석의 代父' 짐 굿나잇 SAS 회장

1943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솔즈베리에서 태어난 짐 굿나잇은 수학을 좋아했다. 학창 시절 아버지의 철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그의 취미였다.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석사 과정 때 인류를 달에 보내는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정도였다.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된 것은 박사 학위 후 리더로 합류한 미 농무부(USDA) 프로젝트였다. USDA는 1966년부터 8개 대학과 방대한 농업 데이터를 분석할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개발된 프로그램이 '통계분석시스템(SAS·Statistical Analysis System)', 세계 최대 민간 소프트웨어 기업인 SAS의 시작이다.

프로젝트 종료 후 연구원 등 21명으로 시작한 SAS는 현재 전 세계 1만3660명 직원을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31억6000만달러(약 3조7351억원)다.

짐 굿나잇(Goodnight·73) SAS 회장은 국내에선 직원들을 위하는 '인(仁)의 경영'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의 대부(代父)'로 불린다. 지난달 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SAS 포럼'에서 그를 만났다.

―SAS 창립 40주년입니다.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부터 관련 사업을 해오셨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미국 IT 리서치 회사인 '가트너'는 앞으로는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빅데이터는 신기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40년 전에도 데이터는 있었고, 이를 분석하는 시스템은 있었습니다. 그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하느냐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앞으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져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사물인터넷 데이터가 미래 寶庫… 제조·에너지·유통서 활용될 것

사물인터넷 데이터가 미래 寶庫
지난달 18~21일 미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호텔에서 열린 ‘SAS 글로벌포럼 2016’. 빅데이터 전문가, SAS 고객사들이 모여 현재 빅데이터 분석의 트렌드를 알아보고 SAS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에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5000여 명이 참석했다.

매년 열리는 이 행사도 4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창업 초기였던 1976년, 고객들을 초청해 프로그램에 대한 제안과 개선점을 받기 시작한 것이 이 포럼의 시작이다. 미 농무부를 위해 만든 프로그램 회사가 지금은 미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상위 100대 기업 91%를 포함한 8만여 개의 고객사를 갖게 된 것은 고객 중심 경영이 바탕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앞으로 빅데이터 분석은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전에는 기업들이 전통적인 데이터 센터에 자료를 저장했다면, 지금은 클라우드에 많이 저장하는 추세입니다. 데이터 분석을 데이터 저장 센터가 아닌 클라우드에서 진행하는 것이지요. 사실 클라우드란 가상의 저장 공간을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입니다. 전 최근 클라우드 열풍을 보며 4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시엔 모두가 IBM 메인프레임(대형컴퓨터)을 사용했거든요.”

―앞으로 클라우드 사업이 빅데이터 분석 사업에서 중요해질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클라우드는 기술이 단순하고 이미 많은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나온 많은 제품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수익 창출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빅데이터 분석 사업을 결정하는 건 IoT 기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센서 등 수집된 데이터는 제조·에너지·유통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입니다. IoT가 미래 가치가 높은 건 이용 가능성에 비해 아직 기술 발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 아직 탁월한 IoT의 활용 사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바코드가 조금 더 발전한 정도입니다.”

―40년 전과 비교해 빅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큰 변화가 뭐라고 보십니까.

“데이터 수집과 분석 방법이 다변화됐다는 것입니다. 40년 전에는 그 수단이 ‘펀치 카드 시스템(종이 카드에 구멍을 뚫어 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기기)’밖에 없었지요. 빅데이터는 용어가 아닌 기계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앞으로도 기계들은 계속해서 많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것입니다. 우리 회사 프로그램도 처음에는 컴퓨터 한 대에서 한 가지 작업만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컴퓨터에서 동시에 다양한 분석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의 代父' 짐 굿나잇 SAS 회장
짐 굿나잇 SAS 회장.
―인공지능(AI)의 발달에 빅데이터 분석 산업은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십니까.

“구글의 딥러닝(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처리 기술) 방식은 입력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 이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방식이 텍스트에서 그림, 음성, 영상 등 다변화되는 것이지요. 미국에서 AI는 20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분야입니다. 현재는 머신러닝(기계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것)과 같은 말로 사용되지요. AI뿐 아니라 앞으로도 다양한 기술이 개발될 것입니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인기 있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 방법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빅데이터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분야는 무엇입니까.

“은행입니다. 스마트폰, 센서,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은행은 최근 25년간 중요한 의사 결정 단계에 데이터 분석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분석 초기에는 데이터가 통제된 실험으로 도출됐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는 예측 모델이 개발돼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용카드가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이 사람에게 대출을 해줘도 되는지 등 오늘날 은행에서는 200여 개의 예측 모델을 적용해 경영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고객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은행입니다. 병원이나 통신사들도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 전화의 경우에는 누가 누구와 얼마나 통화를 했는지 등 통화 패턴이나 요금 지불 패턴 등을 분석해 서비스 채널 결정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경우에는 빅데이터 분석뿐 아니라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개발)의 확대도 큰 이슈일 듯합니다.

“핀테크의 발달은 SAS 같은 빅데이터 분석 기업에는 큰 기회입니다. 핀테크 기업을 비롯해 미국 내 시중 은행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각종 규제입니다. 국제회계기준 금융상품기준서개정안(IFRS 9)에 따르면, 은행들은 ‘스트레스 테스트(환율이나 성장률, 금리와 같은 변수로 시나리오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은행건전성을 진단하는 방법)’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테스트 역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측 기법으로 진행됩니다. 데이터를 통한 분석은 모든 신사업의 기본이 됩니다.”

―SAS의 연간 연구 개발(R&D)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총수익의 25%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의 수익은 R&D에 의해 창출된다고 생각합니다. R&D를 통해 제품이 만들어지고, 수익이 나기 때문에, 수익 창출은 개발 과정에 모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단기간에 수익이 나지 않으므로 개발 비용을 지불하려면 초기에 돈을 많이 투자해야 합니다. 수익이 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프로젝트는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R&D 비용을 생각한다면, 제품 개발을 시작한 후 손익분기점까지 적어도 3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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