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도 꿰어야 보배

입력 2016.05.28 03:06

빅데이터 2.0 시대
내게 필요한 데이터 확보가 가장 중요

 빅데이터도 꿰어야 보배
매년 세계에서 약 2조달러 규모 기업 인수합병(M&A)이 이뤄진다. 하지만 성공률은 40%에 불과하다. 매년 1조2000억달러가 M&A 과정에서 실패로 사라지는 셈이다. 그런데 성공률이 60%가 넘는 기업이 있다. 바로 구글이다. 그 비법은 무엇일까.

구글 경영진은 M&A가 성공하기 위해선 직원 간 융합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직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피플 애널리틱스'다. 직원들의 근무 중 대화 장소, 이메일을 주고받는 빈도 등을 분석해 서로 섞이도록 유도했다. 벤 웨이버 소시오메트릭솔루션스 회장은 저서 '구글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에서 "구글은 M&A 전 과정에서 빅데이터를 적절하게 활용했다"고 말했다.

최근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빅데이터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많은 양의 데이터다. 바이오 산업처럼 새로운 물질을 찾기 위해 연구해야 하는 산업이 아니다.

데이터는 스마트폰, 신용카드, 내비게이션 등을 통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욱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은 빅데이터를 신입 사원 선발부터 리스크 관리까지 다양한 경영 판단에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 1.0 시대를 넘어 빅데이터로부터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빅데이터 2.0'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①회사에 꼭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라

빅데이터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꼭 필요한 데이터를 정확한 방법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디즈니랜드는 2013년 11월부터 관람객들에게 만능 패스 기능을 가진 '매직 밴드'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밴드만 있으면 놀이기구 탑승부터 기념품 구매, 호텔 숙박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

디즈니가 이 밴드를 개발한 것은 고객들의 관람 패턴을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밴드로 수집된 자료를 보면 호텔에서 아침 메뉴로 무엇을 제공해야 투숙객이 오래 머무르는지까지도 분석 가능하다고 한다.

필요한 데이터를 찾기 위해 직접 수집할 필요는 없다. 그 데이터를 가진 기업들을 찾아 협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본 스포츠용품 업체인 아식스는 아이웨어랩이란 회사와 제휴해 발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제공받고 있다. 아이웨어랩은 '인풋'이라는 3차원 발 측정기를 개발해 전 세계 26만명 이상의 발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를 통해 발의 평균 크기뿐 아니라 인종·나이별로 발의 해부학적 특징도 알 수 있다. 앤드루 크래머 프레시언트 헬스케어 컨설팅 회장은 "사람의 신체 정보를 분야별로 수집하거나 이를 분석해 제공하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②빅데이터로 틈새시장 찾아라

빅데이터 분석의 장점은 적은 비용으로 미래를 예측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틈새시장이나 신사업 진출이 쉬워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금융권이다. 싱가포르 P2P(개인 대 개인) 대출 기업 렌도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 게시물과 친구 관계 등을 분석해 학생이나 주부 등 기존 방법으로는 신용 등급을 받을 수 없는 고객들을 평가해 대출을 결정하고 있다. 국내 파트너사인 김민정 FK BCG 대표는 "이 분석을 이용하면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어려운 필리핀, 멕시코, 콜롬비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출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스웨덴 음원 서비스 기업 스포티파이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사업에 성공한 경우다. 잡스 창업자는 과거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소유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는 실패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와 기분, 시간대에 맞춰 좋아할 것 같은 음악을 맞춤 제공 하면서 성공을 거뒀다.

조 브리든 프레시언트 모델스 LLC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하면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같은 상황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며 "빅데이터 분석은 자본력과 인적 인프라가 약한 중소기업들이 적은 비용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③이미 가진 빅데이터를 캐시카우로 만들어라

통신, 미디어, 교통 산업의 공통점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가만히 있어도 엄청난 데이터들이 저절로 모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쌓이는 데이터들을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기업들은 이를 위해 별도 사업부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일본 히타치(日立)제작소는 최근 철도, 전력 인프라 사업 등을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컨설팅에 사용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히타치는 빅데이터 컨설팅 사업 등 서비스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18년까지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개인 정보 논란이다. 함유근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서 '이것이 빅데이터 기업이다'를 통해 "빅데이터를 사업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NTT도코모처럼 수집된 데이터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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