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글로벌 금융 위기 올 수 있다" 對 "부실기업 구조 조정하면 문제 없다"

입력 2016.05.21 03:06 | 수정 2016.05.21 09:02

불붙은 中 경제 논쟁
30조달러 자산 中 은행 흔들리면? 美 위기 직전과 무서울 정도로 흡사

장미

"중국 경제는 심층적인 구조적 문제에 부딪혔다. 앞으로 중국 경제 성장은 L자형(하락한 후 그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부채가 증가하는 과도한 차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위험하다. 공급 측 구조 조정이 목표가 돼야 한다."

이달 9일 중국 인민(人民)일보는 종합 1면 하단과 2면 전체를 할애해 '권위 있는 인사와의 단독 인터뷰'를 게재했다. 중국에서 권위 있는 인사란 지도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고위급 관료를 말한다. 인민일보에서 자국 경제 성장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며 이전 정책을 비판하는 보도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인민일보 보도가 신호탄이 된 듯 이달 들어 '중국 경제 위기론'이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거대한 부채가 중국 경제의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중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도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 경제 위기가 미국식 금융 위기나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도 "중국 정부가 부실기업들을 계속 지원할 경우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는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중국식 경제 위기론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도 여전히 많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중국 경제의 위기는 기우(杞憂)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올해 초 금융시장 혼란 이후 진정되는 듯싶던 중국 경제 위기론이 왜 다시 불거진 것일까.

①왜 위기설 나오나

중국 경제 위기론의 핵심 쟁점은 중국의 부채 규모, 그리고 그것을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특집기사에서 "지난해 중국의 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60% 수준"이라며 "2008년 150%에 불과했던 부채가 10년도 안 돼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이 정도 빚이 증가한 국가 중 금융 위기를 피한 곳은 없다"며 "최근 중국 정부의 금융 시장 통제력이 약화하고 있는 데다가, 제도권 밖에 있는 그림자 금융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위험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3월 말 현재 중국의 총 순부채가 163조위안(약 2경9573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부채가 급증한 것은 최근 정부가 낮아지는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규제를 풀고 유동성을 대거 공급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상하이(上海)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은행 대출을 조이고 주택 매매도 제한했지만, 최근 경제 성장률이 기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입장을 전환해 규제를 풀었는데 이후 대출이 크게 늘고 주택 판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트람 볼프(Wolff) 브뤼겔연구소장은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돈을 풀어 부채를 양산하면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자문위원인 바이충언(白重恩) 중국 칭화(淸華)대 교수는 "외신에서 우려하는 중국 부채의 대부분은 민간 기업 부채"라며 "구조 조정 등을 통해 정부에서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서구 경제 전문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 위기의 재현이다.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월스트리트가 휘청거리고 이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린 상황이 중국 금융 기업 붕괴로도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②중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번지나

현재 중국의 은행권은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은행의 자산은 30조달러, 글로벌 GDP의 40%다. 중국 ‘빅4’가 그대로 글로벌 ‘빅4’다. 중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6조달러로, 미국에 이어 둘째로 크다. 중국 금융시장이 흔들린다면 세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조너선 앤더슨 이머징어드바이저스 대표는 “2008년 이후 신용 확장에 열을 올린 중국 은행권이 고수익 자산관리 상품을 판매하면서, 단기 자금에 대한 은행의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이는 미국에서 리먼브라더스와 베어스턴스 같은 유력 투자은행이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위험천만한 파생상품 거래를 주도하다가 붕괴해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초래한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은 중국 금융시장이 미국과 다르다는 이유로 위기설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본다.

바이충언 중국 칭화대 교수는 “미국과 달리 중국 은행은 국가 소유”라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대처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나카오 다케히코(中尾武彦)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도 “중국은 정부가 단행할 수 있는 재정·금융정책의 여지가 아직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중국 경제 비관론 / 중국 경제 긍정론

③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나

하지만 일본식 장기 불황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중국 내부에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일보가 ‘L자형 경제성장률’이라고 보도한 것도 이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처드 덩컨 ‘달러의 위기’ 저자는 “중국의 현재 모습은 불황이 시작되기 전인 1990년대 초반 일본 경제와 비슷하다”며 “당시 일본 경제는 홍콩 등 전 세계 건물들을 사들이며 세계를 정복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는 거품이었고 20년 동안 불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덩컨은 이어 “지난해 중국은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벽에 부딪혔다”며 “중국 경제의 호황은 지난해 이미 끝났다”고도 말했다.

이와타 가즈마사(岩田一政) 전 일본은행(BOJ) 부총재도 “중국 기업의 GDP 대비 명목 부채 규모는 일본의 버블 경제 시기보다 높다”며 “이런 기업들이 도산, 파산할 경우 일본과 같은 경제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④중국 내 구조 조정 돌파구 될까

중국 경제가 경착륙과 장기 불황을 모두 피할 수 있을지는 정부에서 진행 중인 구조 조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중국 내부에서 구조 조정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민간 좀비 기업과 부실 국영 기업을 중심으로 구조 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낡은 설비를 과감히 폐기해 생산과잉을 해소하겠다. 합병과 재편, 파산, 청산 등의 조치를 통해 ‘좀비 기업’을 과감히 정리하겠다”며 구조 조정을 선언한 바 있다.

중국 경제지 신경보(新京報)도 이달 6일 이례적으로 중국 국유 기업의 부채 규모를 조사해 공개하며 “중국 정부가 부실 국유 기업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더 이상 부실 국유 기업에 자금 방패를 제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앞으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국유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스 파울 뷔르크너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은 “중국 기업들의 공급과잉이 전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을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중국이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해야 글로벌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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