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변동성, 미국과 큰 차이 없어 어느 시장이든 단기 투자 집착 땐 위험

    • 김화균 (텍사스 A&M대 메이즈 비즈니스 스쿨 교수)

입력 2016.05.21 03:06

김화균 (텍사스 A&M대 메이즈 비즈니스 스쿨 교수)
김화균 (텍사스 A&M대 메이즈 비즈니스 스쿨 교수)
한국 주식 시장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변동성이 크다는 비판을 받는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 흐름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성향이 강해 장기 투자자들이 설 자리가 좁다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고, 외부 리스크에 따라 한국 주식 시장이 크게 출렁일 때마다 비슷한 비판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정말 한국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큰 것일까. 공식적인 수치를 가지고 직접 미국과 한국의 주식 시장을 비교해보자. 미국은 주가연구센터(Center for Research in Security Prices)에서 제공하는 수치를, 한국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국가지표체계와 블룸버그의 수치를 참고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미국과 한국의 주식 시장은 변동성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먼저 미국의 주식 시장을 분석해보자. 1964년부터 2014년까지 3개월 만기 국채 이자율과 주가지수 상승률을 비교했다. 이 기간 동안 주가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3개월 만기 국채 이자율보다 대략 5~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주식 시장의 위험 정도와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표준 편차(자료가 분산된 정도를 나타낸 수치)는 18~20% 정도였다.

한국은 어땠을까. 1998년부터 2014년까지 3개월 예금성 양도증서(CD) 이자율과 주가지수 상승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주가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3개월 예금성 CD 이자율보다 약 8.2%포인트 높았다. 표준 편차도 29% 정도였다.

해당 수치만 비교하면 한국의 주식 시장이 미국 주식 시장보다 변동성이 더 크고 불안정한 시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주식 시장의 평균 수익률이다. 만약 해당 주식 시장이 위험한 만큼 수익률도 높아진다면, 그 주식 시장은 안정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개념을 수치화한 것이 샤프지수(단위 위험당 수익률)로, 199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샤프(Sharpe) 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1960년대에 만든 개념이다. 미국 주식 시장의 샤프지수는 0.26~0.3, 한국 주식 시장의 샤프지수는 0.28이다. 한국 주식 시장이 더 리스크가 큰 시장이지만, 위험한 만큼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했다는 뜻이다.

결국 미국과 한국 주식 시장의 성격을 수치만 가지고 검토해보면 한국의 주식 시장은 미국과 비교해 크게 후진적이지 않다. 생각보다 안정적이고 투자를 위한 기본 여건도 잘 갖춰져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한국 증시가 선진국 증시보다 더 후진적이라는 주장을 여전히 자주 접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상장사가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증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주식 시장의 움직임이 갑자기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일부 중소형주는 유통 물량이 지나치게 적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요인으로 인해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더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막연한 추론에 불과한 게 아닐까 싶다.

어느 시장이든 단기적인 투자에 집착할 경우 손실의 가능성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투자자들이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산 투자를 진행하고, 기업들도 배당과 경영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한다면 한국 주식 시장이 주는 선순환 기능은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 또 같은 자료를 사용해, 평균적인 투자자들이 위험을 싫어하는 정도와, 현재와 미래 간의 소비를 나누는 정도를 추정해 보면, 한국과 미국의 평균적인 투자자들의 성향도 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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