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소유 은행 무너질 일 없어… 민간 부채도 얼마든지 통제 가능"

입력 2016.05.21 03:06

바이충언 中 칭화대 교수

바이충언 中 칭화대 교수
김지호 기자
중국발(發) 경제 위기 논쟁이 벌어지면서 중국 인민(人民)은행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는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통화정책 여력과 수단이 충분하다"며 직접 위기론 진화에 나섰다.

바이충언(白重恩·53·사진) 중국 칭화(淸華)대 교수는 작년 5월 새롭게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자문위원에 임명한 소장파 3인방 중 한 명이다. 하버드대 경제학박사 출신인 바이 교수는 "정부 주도 혁신은 처음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봉쇄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중국 내 대표적인 시장경제론자다. 조선일보 주최 '제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방한(訪韓)한 그를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중국 부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외부에서 말하는 중국 부채 대부분은 민간 기업 부채입니다. 중앙정부 부채는 현저히 낮고 지방정부 부채도 GDP 대비 30~40%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 부채 규모는 중앙정부에서 얼마든지 컨트롤 가능합니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자금 유출로 인한 외환 부족도 위험 요소로 지적합니다.

"제가 두 가지 숫자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2000억달러입니다. 반면 외채는 7000억달러입니다.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환율 위기를 촉발시킨 국가들의 문제는 외채를 상환할 여력이 없는 것인데, 중국은 그런 문제가 없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초 중국 증시 폭락에 따른 전 세계 금융시장 혼란을 예로 들며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현상들은 중국 금융시장이 커지고 시장 친화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 성장통이라고 봅니다. 물론 중국 정부가 금융정책에서 실수한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금융시장 규제는 증권·은행·보험 등 3개 부문에서 독립적으로 감독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기관들 사이에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 대응을 잘 못 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앞으로는 금융 감독 기관들을 개혁하자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금융시장이 중국의 변동성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환율만 해도 일본이 더 큰 폭으로 움직이지만, 시장은 이를 친숙하게 느끼며 반응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앞으로도 지금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제 부양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처럼 할 수 없기 때문에 초과 공급으로 부채가 커지는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경제성장률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경기 둔화의 특징은 실업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소비도 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올해 1분기 중국 내 소비는 전년 대비 10% 증가했습니다. 도심 지역 실업률은 5%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기업 구조 조정 과정에서 실업자들이 발생할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소비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구조 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업자는 500만명 정도입니다. 중국 노동시장 인구 규모로 볼 때 큰 수준은 아닙니다. 재취업 등으로 흡수 가능합니다. 소비가 줄어드는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의 젊은 세대(90년대 이후 출생)들은 기성세대와 완전히 다릅니다. 이들은 저축을 안 하고 돈 쓰는 걸 좋아합니다. 현재 중국 경제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들어 신규 산업 등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습니다. 신사업 특허출원도 63% 증가했습니다. 민간 부문에서 시장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진 것입니다. 금융 부문도 시장 지향적으로 변하고 있고, 국영 기업의 효율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적 자원의 질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졸업생의 2%만이 대학에 갔는데, 지금은 대학 진학률이 50%나 됩니다."

―일부 전문가는 인민은행이 현재 중국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위안화 평가 절하나 마이너스 금리 같은 정책들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위안화 절하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많은 나라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추진했지만, 해결된 것은 없습니다. 단기적으로 변화가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중국은 (마이너스 금리를 실시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은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있습니다. 향후 몇 년 안에 인민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할 일은 없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과거 정부 주도의 혁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셨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가 자주 드는 사례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지방에 갔더니 비슷한 위치에 같은 다리가 두 개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왜 다리가 두 개나 있느냐'고 물으니, 공사 담당자는 '아직 강을 못 만들었다'고 답했다 합니다.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는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선택하지 못하는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프라 투자는 (어떤 경우든지) 고용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도 그런 측면에서 좋게 평가합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서 '미국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강간당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하며 보호무역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반대로 중국이 미국에 강간당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웃음). 미중 교역은 서로가 그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부상한다면 미국과 중국 경제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입니다. 미국 리더들이 선거가 끝난 후에는 차분하게 생각해서 해결책을 찾길 바랍니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美, 타국 화폐 평가절하 막을 필요 없어 나라야나 코철러코타(전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한국 증시 변동성, 미국과 큰 차이 없어 어느 시장이든 단기 투자 집착 땐 위험 김화균 (텍사스 A&M대 메이즈 비즈니스 스쿨 교수)
"영국, EU 탈퇴 땐 엄청난 비용 부담" 필리프 리그랭(전 유럽위원회 고문)
환경 영향평가 자청한 커피 브랜드 '일리', 노동 착취한 '분쟁 광물' 안쓰는 인텔… 박정현 조선비즈 기자
'진정성 마케팅'의 힘 스탠퍼드(미 캘리포니아주)=박정현 조선비즈 기자
무섭도록 2008년과 흡사…中 위기 시나리오 점검 이혜운 기자
연쇄 살인마에 당한 베르사체…죽은 회사 살려낸 해결사 유한빛 조선비즈 기자
런웨이 오른 모델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옷 주문하는 세상 유한빛 조선비즈 기자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