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and E (Experience Marketing·경험 마케팅)

입력 2016.05.14 03:06 | 수정 2016.05.14 08:49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겸 CEO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소마(SOMA) 지역 브래넌가 888번지. 면적 3300㎡, 6층 규모의 건물 안에 들어서자 영국 런던, 인도네시아 발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모로코 등 세계의 가정집을 그대로 본뜬 사무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또 한편에는 사무 가구가 샌프란시스코 동네 공원을 떠올리도록 배치된 가운데, 직원들은 대형 쿠션에 눕듯이 기대서 업무를 보기도 하고, 오두막집·캠핑카에 들어가 회의 준비를 하기도 했다. 회사 통로 한쪽 벽에는 큼지막하게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것을 기대할까? 그 해답이 우리 회사가 추구해야 할 가치다."

이곳은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Airbnb)의 본사다. 에어비앤비에서 실제로 예약할 수 있는 숙소 모습과 똑같다. 직원은 정해진 자리 없이 매일 세계를 여행한다는 마음으로 근무하고 싶은 장소를 고른다. '소유'보다는 '공유' 개념이 자리 잡은 에어비앤비 사옥에서 직원들은 매일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었다. 최근 미국 포브스지(誌)는 에어비앤비를 직원이 1000명 이상 근무하는 회사 중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1위로 뽑아, 컨설팅 업체 베인&컴퍼니(2위), 페이스북(5위), 구글(8위), 애플(25위)보다 직원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에어비앤비는 공동 창업자 3명이 생계를 위해 방 한켠을 낯선 사람에게 내어주고 돈을 받았던 데 착안해 2008년 설립됐다. 창업자들은 낯선 나라로 놀러 오는 숙박객에게 공기 침대(airbed)로 만든 잠자리와 아침밥을 제공하는 것 자체로도 색다른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모두가 '말도 안 된다'며 반대했던 사업이었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겸 CEO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8년 만에 당당히 기업 가치 기준으로 세계 유명 호텔 체인 1~3위(힐튼·메리어트·하얏트)와 순위를 다투는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창업 초기 기업)'으로 성장했다. 추정 기업 가치만 해도 255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하는 공유 경제 1위 기업이다. 공유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했던 당시,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가 이토록 거대한 변화를 일으킨 비결이 궁금했다.

에어비앤비 본사에서 브라이언 체스키(Chesky·35)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국내 언론과 처음 단독 인터뷰하는 체스키 CEO는 177cm에 근육질 체격으로, 검은색 티셔츠와 남색 면바지의 편안한 차림이었다. 그는 1분에 한 번꼴로 'I believe(나는 믿는다)'라는 문구로 말을 시작했다. 기자가 질문하면, 또 다른 질문을 꺼내 답을 이어갔다. 그가 마음 속으로 그리는 에어비앤비의 지향점을 찾기 위해 현실과 상상력의 경계를 여러 번 넘나들어야 했다.

―에어비앤비는 공유 경제 대표 사업 모델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번 새 사옥 구조는 '경험'을 중시하겠다는 의지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에어비앤비는 단지 60초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에게 사업가가 될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우리는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조건으로 일할 때 사람들이 느끼는 열정을 활용했습니다. 에어비앤비에 빈방을 올린 호스트(host)들은 주인 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여행객들에게 아침밥을 해주거나 인상 깊은 경험을 선물하려 노력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교감, 지역 고유 문화와 분위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은 잊지 못할 감동으로 이어집니다. 손과 머리로 하는 노동력은 기술 발달로 대체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마음에서 비롯된 사업 모델은 영원히 대체하지 못할 것입니다."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창조적 기업문화 만든다

에어비앤비 사옥
사업 초창기, 에어비앤비는 사용자 100명을 모으는 데에 1년이 넘게 걸렸다. 눈에 보이는 실적이 없으니 투자금을 유치하기 힘들었다.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업자 3명 중 2명이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것도 투자자들에게는 신뢰감을 주기 어려운 요인이었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비전을 믿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서 체스키 CEO는 회사 내부에서 매출 목표치를 숫자로 적는 대신, 에어비앤비를 사용한 호스트와 게스트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를 회사 곳곳에 붙였다. 스스로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비전을 끊임없이 재확인한 셈이다. 직원들은 에어비앤비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움직이는지를 확신하고 업무에 열중했다. 작은 차이였지만, 효과는 컸다. 사용자가 늘면서 투자는 자연히 따라왔다. 현재 에어비앤비 누적 이용객은 7000만명을 넘어섰다.

―2008년 8월 에어비앤비 창업 이후 단기간에 급성장했습니다. 개인의 열정이 회사를 키운 원동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우리는 에어비앤비의 호스트를 고객이 아닌 동업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스스로가 1인 사업자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조직합니다. 에어비앤비로서는 믿을 수 있는 동업자 수천, 수만 명을 얻은 셈입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는 계기는 금전적 이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에는 게스트와 호스트 간에 양방향 평가를 남길 수 있는 리뷰 시스템이 있고, 이곳에 올라온 후기는 불특정 다수에게 모두 공개됩니다. 연중 예약이 꽉 차는 ‘수퍼 호스트’(superhost)가 탄생하는 건 이들이 호스트 일을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에어비앤비는 본사 직원을 뽑을 때도 ‘호스트’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봅니다. 채용 과정에서 다양한 절차를 거치지만 ‘묘비명은 무엇인가’ ‘직접 한 선물 중 가장 인상 깊은 물건은 무엇인가’등 평소의 생활 태도나 가치관을 물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인지를 평가합니다. 이런 철학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 덕분에 에어비앤비가 컸다고 믿습니다.”

―사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낯선 사람과 공유 경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신뢰’라는 가치가 무너지지 않도록 고민했습니다. 온라인 세계에서는 정보가 너무 없어도 서로를 믿기 힘들고, 정보가 넘쳐도 혼란스럽기만 할 뿐입니다. 소셜 미디어 계정, 신분증 확인 등 간단한 절차만으로 전혀 알지 못했던 서로의 신원을 확인하고 믿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회사 조직을 구성하고 키워나가는 데에도 ‘신뢰’는 놓치지 않으려 했던 핵심 가치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입니다. 조직 안에 구성원 개개인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신뢰가 강력하면, 조직의 의사 결정에는 그다지 많은 절차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덕분에 조직 내 빠른 의사 결정과 혁신이 가능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실제로 게스트가 예약할 수 있는 숙소들을 그대로 옮겨놨다. 호스트 가정의 거실과 똑같이 생긴 사무실, 호스트 가정의 캠핑카를 닮은 회의실에서 에어비앤비 직원들은 업무를 보고 회의를 한다. 개인 칸막이가 없이 탁 트여 있고 통유리를 설치해 소통 효율성을 높였다.
에어비앤비는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실제로 게스트가 예약할 수 있는 숙소들을 그대로 옮겨놨다. 호스트 가정의 거실과 똑같이 생긴 사무실, 호스트 가정의 캠핑카를 닮은 회의실에서 에어비앤비 직원들은 업무를 보고 회의를 한다. 개인 칸막이가 없이 탁 트여 있고 통유리를 설치해 소통 효율성을 높였다. / 전효진 조선비즈 기자
―일하기 좋은 직장 1위로 선정됐습니다. 기업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가십니까.

“기업 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어렵지요. 직원들이 그냥 느끼는 것일 뿐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창업자의 배경과 사업 제품 자체가 내는 에너지가 기업 문화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이 때문에 에어비앤비의 기업 문화는 굉장히 창의적인 곳에서 비롯됩니다. 단순히 외적인 부분만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가 다녔던 디자인 스쿨에서는 여러 사람과 협업해서 결과물을 내는 ‘스튜디오 컬처(studio culture)’라는 게 있습니다. 협업하는 문화가 에어비앤비의 기업 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제품 자체가 풍기는 에너지도 기업 문화에 영향을 줍니다. 에어비앤비는 낯선 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환대하는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브랜드 자체가 내뿜는 밝은 에너지가 있습니다. ‘예술과 기술의 결합(marriage of art and technology)’은 에어비앤비의 창조적 기업 문화를 낳았습니다.”

―에어비앤비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 사회적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작될 때는 언제나 불확실성과 불명예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하지만 동시에 지역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하죠. 각국에서 생기는 규제와 마찰은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어 풀어갈 것입니다. 공공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한 에어비앤비는 지역 경제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정부가 에어비앤비를 금지한다면 전 세계 시장에서 일어나는 소비가 다른 곳으로 옮겨갈 뿐입니다. 물론 각 나라의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충실히 현지의 법규에 따른 의무를 다할 것입니다.”

―호텔과의 알력을 해결할 방안은 있습니까.

“단 한 번도 에어비앤비가 호텔과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에어비앤비가 이기고 호텔이 져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호텔의 평균 숙박 기간은 2박이며, 에어비앤비 사용자들은 4~5박을 묵습니다. 서로가 다른 카테고리에서 생산물을 만드는 ‘포지티브 섬(positive-sum)’이라 할 수 있지요. 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에어비앤비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사용 목적이 다릅니다. 만약 낯선 곳을 1주일간 여행하고 싶고, 현지인처럼 살아보고 싶은 경험을 얻되 합리적인 가격을 원한다면 에어비앤비는 최적의 선택일 겁니다. 에어비앤비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푸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상장 계획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장기적으로 회사는 어떤 모습으로 키워나갈 생각입니까.

“저를 비롯한 공동 창업자들은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는지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에어비앤비의 첫 호스트가 됐습니다. 저는 앞으로 에어비앤비에 방을 등록하고 전 세계 낯선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호스트’를 위한 회사로 키울 것입니다. 요즘에도 주기적으로 전 세계 호스트와 게스트를 만나서 소통을 합니다. 에어비앤비가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해 듣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에요. 회사 자체로 보면 현재로서는 상장(IPO)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오로지 직원들을 위한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들이 진심으로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회사 말입니다. 직원들이 ‘인생에서 최고의 일을 하고 있다’ ‘좋은 기업 문화에 푹 빠져서 일하고 있다’ ‘일을 통해 깊은 영감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에어비앤비는 지난달 전 세계 에어비앤비 수퍼 호스트들을 본사로 초대해 개인의 성향에 따른 맞춤 여행을 지원하기 위한 차세대 전략을 공개했다. 이전에는 가격대와 여행지를 입력해 숙소를 찾는 ‘서칭(searching)’ 개념을 적용했다면, 이제는 개인의 여행 방식과 성향을 입력하면 여행자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지역사회와 숙소가 추천되는 ‘매칭(matching)’ 방식을 도입한다. 에어비앤비 측은 8년간의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유 경제의 대상을 자산(빈방)에서 서비스(여행 경험)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침대가 있는 가정집의 모습을 본뜬 에어비앤비 회의실.
침대가 있는 가정집의 모습을 본뜬 에어비앤비 회의실. / 전효진 조선비즈 기자
―경험을 위주로 하는 새로운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회사의 비전이 새로 정립됐다고 봐도 됩니까.

“모든 CEO가 해야 할 일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우리 직원들에게 ‘목표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에어비앤비의 비전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에어비앤비 사용자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경험을 주고 감동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현지인처럼 살자(Live like a local)’는 기업 철학처럼 누구든지 낯선 곳을 가게 돼도 이방인처럼 느끼거나 외롭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에어비앤비는 단순히 숙박 공유 사업을 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경험을 선물하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막연하고 거창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믿습니다. 이제 막 ‘요술 램프 지니’(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병 속에서 나왔을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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