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 활동 측정 못하는 구닥다리 지표

    • 찰스 빈(런던정경대 교수)

입력 2016.05.14 03:06

찰스 빈(런던정경대 교수)
찰스 빈(런던정경대 교수)
한 국가의 경제지표는 공공을 위한 자산이나 마찬가지다. 경제지표는 국가가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이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참고로 하는 중요한 요소다. 또 국민이 정책 결정권자들의 활동을 평가하고 책임을 묻는 증빙 자료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 대부분 국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는 낡은 방식으로 측정한 것이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더 복잡해지고 소비·투자 패턴이 변하면서 경제지표를 측정하는 방법도 진화할 때가 온 것이다. 경제는 과거에 비해 무형의 자산 거래가 더 많아졌다. 또 한 국가 안에서 일어나는 경제활동에 그치지 않고 여러 나라를 거치는 국제적 거래가 흔해졌다.

정보통신기술(IT)이 발달하면서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팔고, 또 제공하는 방법 역시 크게 바뀌어 왔다. 인터넷상에서 소비자가 무료로 개방된 디지털 재화를 '소비'하거나, 실제로 돈은 지불하지 않지만 온라인 광고를 보는 걸로 대가를 지불하는 식의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무료로 개방된 디지털 재화는 소비자들에겐 상당한 가치를 제공하지만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지표에는 반영되지 못한다.

음악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1990년대 일반 소비자가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은 카세트테이프와 CD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음악 파일을 내려받거나 스트리밍(실시간 재생)해서 들을 수 있다. 그렇지만 소비 형태가 바뀌어도 경제지표는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 소비자들이 제공받는 음악 서비스는 양적(量的)·질적(質的) 측면에서 큰 폭으로 늘었는데도 전통적 GDP 산출 방식을 따르면 기존 음반계 실적이 악화했다는 점만 반영된다. 실제로 기존 통계 산출 방식이 디지털 경제 활동을 얼마나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즐기는 시간을 평균 임금값으로 곱해봤다. 그러자 지난 10년간 영국 GDP에 연간 최소 0.3%포인트 정도 오차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됐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생산의 주체도 확대되고 있다. 긱 이코노미는 산업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근로자와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를 말한다.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연주자가 필요하면 그때그때 섭외해 공연한 것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공유 경제는 특정 자산이 잉여 상태가 될 때 나 이외의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개념이다. 이렇게 잉여 자산을 활용해 유형, 무형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고 있지만 현재의 GDP 측정 방식은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엔 '소비'만 했던 소비자가 이제는 가치를 생산하는 '가치 생산자'로 바뀌고 있는데 통계엔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에 따른 소비, 거래의 개념 변화는 앞으로도 더 가파르게 일어날 것이다. 경제 구조가 변화하는 속도에 발맞춰 통계 산출 방식 역시 변화해야 한다. 각국에서 공식 경제 지표를 산출하는 통계 기관들은 현존하는 지표 산출 방식이 낡았다는 점을 직시하고 국제적인 차원에서 공동 연구에 나서야 한다. 통계 기관들은 더 이상 우리 삶과 동떨어지고 뒤처진 지표 산출 방식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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