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경제 부르는 中 정부… 이제 그만 신용 억제 정책 써라

    • 크리스토퍼 발딩 (베이징대 HSBC비즈니스 스쿨 교수)

입력 2016.05.14 03:06

유동성 과잉의 덫

크리스토퍼 발딩 (베이징대 HSBC비즈니스 스쿨 교수)
크리스토퍼 발딩 (베이징대 HSBC비즈니스 스쿨 교수)
중국 시장은 요즘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보다 더 도박판 같다. 지난 몇 주 동안 투자자들은 강철봉부터 달걀까지 모든 것에 베팅하면서 중국의 무역량을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중국은 에펠탑 17만8082개를 지을 수 있는 철과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최소한 청바지 한 벌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면을 단 하루에 거래했다.

상품 시장이 왜 이렇게 요동쳤을까. 중국이 상습적인 투기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 자산 시장의 거품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자산 시장의 거품은 잦아들고 있지만, 새로 생긴 거품들은 중국 정부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유동성 과잉이다. 마치 핀볼게임처럼 한 자산에서 생겼던 버블이 다른 자산으로 다시 옮겨 가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부터 중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돈을 풀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신용이 창출되고 유동성이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 실물 경제에 투자할 최고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결국 과잉 생산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이런 미스매치로 인해 중국의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사회융자총액(Total social financing·중국 경제에 도는 자금량)은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보다 4배 빠르게 증가했다.

돈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늘어난 유동성은 부동산과 금융 자산으로 흘러들어 간다. 지난해 여름 상하이 증시가 급등락을 겪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풀린 돈은 중국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선전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50% 이상 올랐다. 선전의 부동산 가격 수준은 뉴욕을 제외하면 미국의 어떤 대도시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경기 부양 정책으로 발생한 과잉 생산과 자산 가격 버블이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경기 부양 정책으로 발생한 과잉 생산과 자산 가격 버블이 문제가 되고 있다. / 블룸버그
현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후퇴할 법도 한데, 중국 정부는 오히려 지금의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중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철강, 석탄 사업의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다시 신용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의 대출 규모는 지난 1월에만 67%, 1분기에는 43%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돈으로 경제 성장률을 사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다. 중국 정부가 신용을 완화하면서 중국의 좀비 기업은 물론 상품 시장과 채권 시장의 투기 세력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중국 고위 관료들은 투자자들이 실제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 정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믿고 돈을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예를 들면 2015년 7월 주식 시장이 최고점에 이르기 전부터 중국 고위 관료들은 상하이종합지수가 얼마나 더 높아질 것인지에 대해 자랑하기 바빴다.

최근 들어 중국 관료들은 중국에서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홍보하고 다닌다. 동시에 일부 주택 구매자들을 위해 계약금 조건도 완화했다. 지난 12월 중국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 집행을 발표한 뒤로 시멘트나 철강봉과 같은 건설 자재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중국 정부는 원자재 가격 투기를 제어하기 위해 거래 시간에 제한을 두고,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 이런 방법이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중국이 과도한 거품을 막으려고 한다면 신용을 억제하고, 유동성 공급을 줄이고, 자산 가격에 시장 위험이 적절하게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자산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간섭하고 은행들이나 다른 투자자들을 구제하면 당장 위험은 적어 보일 수 있다. 1990년대 일본, 2009년 미국이 겪었던 것과 같은 '거품 붕괴'가 중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하지만 자산 가격 폭락 위험은 매일 커지고 있다. 이미 일부 투자자들은 출구를 찾고 있다. 중국 시장이 제공하는 혜택보다 이곳에 도사리는 자본 통제, 조작된 가격들이 더 두렵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정국 정부가 통제력을 잃고, 위안화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고, 영원히 빚을 갚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실물 경제에서 주택이 승자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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