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낙관도 비관도 금물

    • 아서 크뤼버(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 리서치헤드)

입력 2016.04.23 03:05

고속성장도 금융위기도 없을 것… 1990년대 일본 따라갈 가능성

아서 크뤼버(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 리서치헤드)
아서 크뤼버(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 리서치헤드)
향후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낙관론자들은 중국 지도자들이 지방 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국영기업들을 개혁하고, 민간 부문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시장을 개방하고, 금융 부문의 규제를 더 풀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중국 경제가 앞으로 10~15년간 한 번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중국 정부가 개혁에 실패하면서, 경제 성장세가 꺾이거나 금융위기가 발발할 것이라고 본다.

사실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생각만큼 극적이지 않다. 중국이 난관을 극복하고 경제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거나, 반대로 중국 경제가 갑자기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중국은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이후 걸었던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 경제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수출과 투자 증가를 발판 삼아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총생산(GDP)과 총 교역량 기준으로 세계 2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했다. 일본 기업들은 기술의 사다리를 타고 빠르게 올라갔고, 미국과 유럽의 경쟁 기업들을 곧 제칠 것 같았다. 일본의 금융시장이 개방된 덕분에 도쿄는 차세대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로 여겨졌다. 일본 내부의 저축률은 높았고, 재정 상태도 건전했다. 일본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부채비율이 낮았다.

동시에 수면 아래에는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기업 부채는 점점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1990년대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거품이 터지자 자산가격은 수년 만에 4분의 1토막이 났다. 일본 기업들은 부채의 덫에 갇혔다. 기업들이 필사적으로 부채 감축에 나서자 일본 정부는 돈을 빌려 재정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일본 경제는 구조조정에 실패했다. 일본 정부가 개혁에 성공했다면 일본 경제는 부채의 덫에서 벗어나 계속 성장할 수도 있었다.

물론 중국을 일본과 비슷하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중국 경제는 일본보다 활력이 넘친다. 중국은 65세 이상의 노인인구와 경제활동인구(15~64세)의 비율이 1대6으로, 1980년대의 일본과 닮아있다. 중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5분의 1 수준으로, 1970년대 초반의 일본과 비슷하다.

중국의 1인당 GDP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중국 경제가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중국의 인구 구조는 상대적으로 젊다. 1990년대 이미 고령화 문제를 겪은 일본보다 위기를 잘 헤쳐나갈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인구 구조도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2040년에는 중국도 일본처럼 1명의 노인인구당 경제활동인구는 겨우 2명일 것이다.

시진핑 그래픽
중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중국 지도자들의 용기에 달려 있다. 하지만 중국 지도자들은 일본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 지도자들은 자만심에 취해 있다. 1980년대 말까지 일본 정부 관계자들과 다수의 전문가는 일본이 전통적인 자본주의 경제 모델보다 우월한 하이브리드 경제 모델을 찾아낼 것이라고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중국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국가 주도의 경제 발전 모델에 대해 과신하고 있고, 비판에 귀를 닫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의 과도한 부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려던 야심 찬 계획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됐다. 큰 배를 조종하는 선장과 선원들이 눈앞의 큰 빙산을 무시하고, 선박 설계의 우수함을 강조하는 꼴이다.

중국 지도자들이 너무 소심한 것도 문제다. 일본과 중국이 겪었던, 그리고 겪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은 모두 국가의 규제를 줄이는 것과 연관이 있다. 만약 일본이 서비스 부문의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 부문을 더 개방하고, 더 많은 외국 투자를 용인했다면, 일본 경제는 1990년대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정부와 기업의 결탁이 공고했던 탓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금 비슷한 일이 중국 베이징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주가 폭락과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국영기업의 개혁을 주저하는 것 역시 중요한 자산을 손에서 놓고 싶어하지 않는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많은 잠재력과 역동성을 갖고 있다. 앞으로 수년간 중국 정부가 여러 조치를 활발하게 취하면서 부채가 더 늘어나는 것을 막고, 2020년까지 연 5%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 낮은 국유기업을 폐쇄하거나 민영화시켜 국유기업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아울러 서비스 분야를 민간과 외국에 개방하고, 가장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 금융기관이 대출을 하도록 금융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중국은 일본의 덫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는 중국의 리더들이 더 분발할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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