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2007년 발간한 저서 '블랙스완(Black Swan)'을 통해 매우 드물게 일어나고, 통상적이지 않은 사건들의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자산 시장의 붕괴는 자주 일어나지 않지만, 일단 자산 시장이 무너지면 개인의 부는 물론 경제 전반은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탈레브는 투자자들이 '블랙스완'이라고 하는 리스크를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이런 명제에 입각한 헤지펀드를 만들고, 다른 투자자들의 자문을 받았다(참고로 해당 펀드는 2005년 폐쇄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정말로 재앙이 일어날 확률이 낮다고 생각할까? 오히려 주식시장의 붕괴, 전염병, 전쟁과 같은 위험을 과대평가하지는 않을까?

'블랙스완'의 가장 큰 문제는 과거 경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가령 어떤 일을 예측할 때 사람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에 따른 변수를 고려해 결정을 내린다. 만약 애틀랜타에서 지난 50년 동안 날씨가 화창한 날이 74%였다면 애틀랜타에 갔을 때 날씨가 화창할 확률은 74%로 보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한 예측을 위해, 최근의 세계 기후 패턴이나 계절적 변화 등과 같은 자료를 반영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예측에는 엄청난 불확실성이 있다. 화산 폭발이나 운석 충돌처럼 매우 드물게 일어난 사건일수록 발발 가능성을 예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를 오랫동안 충분히 모으지 않았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그리고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지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이 없다면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예측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주식시장의 붕괴 원인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면 주식시장이 다시 무너질 확률 또한 계산할 수 없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에게 이는 매우 큰 문제다. 시장의 붕괴, 통화정책의 변화, 채권 디폴트(채무 불이행)처럼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은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해당 사건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 훌륭한 이론이 없다는 것이다. 통계적 분석은 약간 도움이 될 뿐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진단하지는 못한다.

과거 경험이 별다른 지침을 주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리스크를 예측하고 있을까?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07년에 마틴 와이츠먼 하버드대 교수는 과거 수십 년간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어떻게 고수익을 올렸는지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는 현상을 '주식 프리미엄 퍼즐'이라고 부르는데, 금융경제학자들은 수년 동안 이를 연구해왔다. 그중에서도 와이츠먼의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다. 투자자들은 뚜렷한 투자 철학이 없을 경우 주식시장에 큰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주식시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꾼다. 주가에 대한 추정을 자주 바꾸는 것은 일종의 리스크다. 투자자들이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앞으로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이해할 수 없는 투자자들은 주식을 회피하기 시작한다. 그의 연구는 블랙스완이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투자자들이 과거 기록이 보여주는 것보다 비정상적인 사건이 더 많이 발생할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와 윌리엄 괴츠만 교수, 김다솔 교수는 26년간의 설문조사 데이터를 검토,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주식시장 붕괴나 지진이 실제보다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탈레브의 예상과는 정반대다.

연구 결과가 투자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금융시장의 붕괴 가능성을 보고, 이와 관련된 상품에 투자한다고 해서 금융시장 평균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주식이 지속적으로 과대평가됐다고 믿는 투자자들보다 장기간에 걸쳐 주식을 사서 보유한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이 훨씬 더 높았다. 돈을 버는 방법은, 블랙스완이 등장한다고 할지라도 블랙스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