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리스크는 '저성장' 미국이 순조롭게 회복해야 글로벌 경제 최악 피한다

입력 2016.03.05 03:05

마이너스 금리·국제 유가·美 경제…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나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위안화 약세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중국 증시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선진국 사이의 통화정책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고, 세계 외환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안전 자산으로 취급되는 금의 가격은 연초 이후 20% 가까이 급등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경기를 되살려줄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회복은 이뤄질 수 있을까. 중국의 불안은 지속될까. 복잡한 세계경제 현황을 다시 진단해봤다.

앤 크루거(Krueger)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와 흥 트란(Tran) 국제금융협회(IIF) 수석전무가 인터뷰에 응했다. 리처드 쿠퍼(Cooper) 미 하버드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Eichengreen) 미 UC버클리대 교수, 리처드 그로스먼(Grossman) 미 웨슬리언대 교수는 이메일로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미 예일대 교수는 전화로 인터뷰했다.

세계경제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 '저성장'이고 낮은 국제 유가가 주요국의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지만, 일본과 유럽의 양적 완화 정책과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또 미국 경제가 순조롭게 회복할지에 대해서도 전망이 다소 엇갈렸다.


"美 경기 후퇴할 가능성… 금리 디커플링 영향은 미미"

마이너스 금리·국제 유가·美 경제…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나
IMF 수석자문위원,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지낸 국제금융·통화 전문가다. 국제 통화 시스템의 역사와 현황을 분석한 ‘달러 제국의 몰락’ ‘글로벌 불균형’ ‘글로벌라이징 캐피털’ 등을 저술했다.
배리 아이켄그린 美 UC버클리대 교수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되는 게 세계경제에는 최악의 경우인데, 올해 미국 경기가 한 차례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아직은 선진국들 사이의 금리 격차가 크지 않은 편이고, 금리 디커플링이 세계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든 일본은행이든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시행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못 미치면, 중앙은행이 돈을 충분히 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중앙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나쁘게 만들 수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듭니다. 마이너스 금리정책보다는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성장 타개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과제인데, 경제성장률을 높일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최근 몇 년 동안 평균치를 밑돈 생산성이 큰 폭으로 높아져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투자를 활성화할 만한 정책을 내놓으면 됩니다.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정부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사회기반시설(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기 좋은 상황입니다.

중국 경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제조업 부문의 성장이 거의 멈췄다는 겁니다. 다행인 점은 서비스업 부문이 성장세를 보이는 데다, 서비스업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중국의 소비지출 지표를 보면 서비스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강하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우려할 만한 문제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50%에 육박하는 기업 부채입니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중국 정부가 나서서 부채를 줄이는 정책을 펼지 알 수 없습니다."


"정치적인 문제 남았지만 미국이 세계 성장 이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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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수석부총재, 세계은행(WB) 연구담당 부총재, 미국 경제학회장 등을 지낸 국제경제 전문가다. 정부 부채를 감축하는 등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전통적인 경제 성장 방식을 지지한다.
앤 크루거 美 존스홉킨스대 교수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은 미국이 어느 정도 이끌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미국 경기가 완전히 반등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선 개선세인 편입니다.

1월 기준 실업률은 4.9%로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미 연준의 관리 목표치는 연 2%)를 기록했어요. 물가가 급등할 것이란 우려도 적은 편입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는 당초 올해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씩 네 번 올리겠다고 예고했습니다만, 인상 횟수나 인상 폭은 미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은행과 ECB 등이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한 지 시일이 꽤 지났습니다. 유로화나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충격은 이미 대부분 반영됐다고 봅니다. 수출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고요.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은 경제적인 것 외에도 정치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다음 행정부가 어떤 경제 정책을 펼지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이 진행되고 있는데,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정책의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정치) 정책이 난무하고 있어서 우려스럽군요.

저유가 상황은 세계경제 전체로 보면 실보다 득이 많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엔 유류비를 절감한 돈이 저축으로 이어져 가계 부문의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가계 저축은 장기적으로 소비와 투자로 이어질 수 있어요. 에너지 순수입국인 유럽과 일본 등은 에너지 수입 가격에 대한 부담을 덜고, 양적 완화 정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중동 지정학적 위험·中 불안… 저성장 요인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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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경제·기업국 연구원으로 일했고, ‘나쁜 행동 : 실패한 아홉 가지 경제 정책의 재앙과 교훈(국내 미출간)’ 등을 쓴 경제정책 전문가다.
리처드 그로스먼 美 웨슬리언대 교수

"주요국의 금리 디커플링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습니다.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다고 해도 미국의 절대적인 금리 수준은 여전히 낮습니다. 다른 선진국과의 금리 격차도 우려할 만큼 크지 않아요. 1996~2006년 미국과 일본 간 단기금리 차는 5%포인트 안팎,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 미국과 영국 간 금리 격차는 거의 7%포인트에 달했지만,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았습니다.

일본은행이 최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는데, 경기를 부양하려는 일본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움직임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제로 금리 정책을 취했고 2000년대 들어 양적 완화를 두 번이나 시행했는데, 경제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물론 저금리 정책 자체는 대체로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는 편입니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7~2012년 미국, 영국, 유로존 정부는 저금리 덕택에 이자 비용을 약 1조6000억달러(약 1945조원) 절약했고, 비금융권 기업들도 대출 이자를 7100억달러 아꼈습니다. 지금 같은 저성장이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저금리 상황을 최대한 이용할 필요는 있습니다. 물론 구조 개혁을 병행해야 합니다.

현재 세계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저성장이라고 봅니다. 유럽은 경기 부양에 집중해야 할 상황에,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에 대한 대책까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인 위험이나 중국의 금융시장 불안 등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떨어뜨릴 요인이 산재해 있어요.

중국은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라고 봅니다. 경제 개방이 시작된 이후 지난 35년 동안 중국의 실질 GDP는 연평균 10% 증가했습니다. 현재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이고, 아직까지 외환보유액도 넉넉합니다. 금융시장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나 통계의 신뢰성 문제 등은 중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日 양적 완화 정책 제대로 굴러가고 있어"

마이너스 금리·국제 유가·美 경제…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자문이다. 현 일본 정부의 경제사회종합연구소장을 맡아,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수출과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장기적으로 고용과 소비를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설계했다.
하마다 고이치 美 예일대 교수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취임한 2012년 이후 일자리가 150만개 늘었고, 실업률은 4.6%에서 3.3%로 하락했습니다.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은 유럽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고 봅니다. 양적 완화 조치가 없었다면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안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는데, 마이너스 금리는 물가상승률이 낮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양적 완화 수단 중 하나입니다. 이론상으로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시중은행이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게 됩니다. 주식시장을 부양하고, 가계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합니다.

달러당 120엔 선이던 미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발표한 이후 110엔 선으로 하락했는데(엔화 가치 상승), 이런 상황은 정책 의도와 정반대되는 겁니다. 이런 환율 급등락은 세계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일본의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에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런 양적 완화 정책이 국제 금융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지적이 있는데, 중앙은행은 자국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이나 유럽의 경제 상황은 미국보다 부진합니다. 주식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본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촉진하는 게 (아베노믹스의) 목표지요. 한동안 통화 가치를 낮게 유지할 수밖에 없어요. 세계경제의 기초 체력에 비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더 큰 것 같은데, 이런 비관적인 시각이 오히려 금융시장의 더 큰 불안 요인이라고 봅니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중국이 전 세계 제조업 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향후 몇 년 동안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칠 문제라고 봅니다. 하지만 일본은 GDP에서 대(對)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해 크게 충격을 받지 않을 전망입니다."


"日 마이너스 금리, 효과 없이 은행 수익만 줄일 뿐"

마이너스 금리·국제 유가·美 경제…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나
미국 보스턴연방준비은행 총재, 미 국가정보위원회 위원장, 미 국무부 경제담당 부차관 등을 지내고 미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에서 일한 경제학자다.
리처드 쿠퍼 美 하버드대 교수

"ECB에 이어 일본은행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는데,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에는 수수료를 내고 예금자에게는 비용을 물리지 못해 일본 은행권의 수익만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는 부분은 외환시장으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유로화나 엔화에 비해 미 달러화 가치가 미국 기업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상승한다면,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현재 세계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은 저성장입니다. 이 상태가 얼마나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2013년부터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선 유럽 경제가 조만간 반등할지, 아니면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계속해서 낮아질 겁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적절한 부양책 등으로 성장률 하락폭을 통제할 수 있다면,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빠른 성장 속도를 유지할 겁니다.

산유국 경제가 낮은 유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원유 생산량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유가도 반등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감산 문제를 논의 중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도 영원히 이어지지 않을 겁니다. 국제 유가는 앞으로 2~3년 안에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선진국 간 통화정책 엇갈리면서 신흥국 타격"

마이너스 금리·국제 유가·美 경제…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나
신흥국의 금융시장과 정책 전문가로, IMF와 독일 도이체방크, 미국 메릴린치 등에서 근무했다. 현재 그가 몸담은 국제금융협회(IIF)는 전 세계 금융사 약 400곳이 회원인 금융연구단체다.
흥 트란 국제금융협회 수석전무

"중국 런민(人民)은행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환율 안정과 통화정책의 독립성, 자유로운 자본 이동 보장'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만큼(불가능한 삼위일체론), 중국 정부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겁니다.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개시장조작(시중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을 사거나 파는 것)이나 시보(SIBOR·중국 은행 간 금리) 조정 등을 택한다면, 런민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국제 금융시장은 올해 내내 불안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 미 연준은 미국 경제 상황에 따라 기준 금리를 한두 차례 인상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보지만, 미국과 다른 선진국 간 통화정책이 엇갈리면서 신흥국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자금이 급속하게 이탈할 수 있고, 주식이나 외환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현대 경제는 부채 없이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물론 가계 부문의 부채가 지나치면 소비가 위축되고 금융권 대출이 부실해집니다. 공공 부채가 많으면 정부의 재정적인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균형을 맞출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요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정부가 빚을 내 경기를 부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험은 소비 수요 위축, 부채 과잉, 낮은 생산성과 그로 인한 글로벌 저성장입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2.5~2.6%로 예상되는데, 청년층이 좋은 직업을 갖고 신흥국의 생활수준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높아야 합니다.

한국은 개방 경제이고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외환시장 상황은 불안정하지만, 물가는 안정적인 편이고요. 국내외 모두 경제적인 수요가 부족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수요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기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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