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많아 생긴 불황' 해법 논쟁

입력 2016.03.05 03:05

"저금리 정책 경제 구조만 왜곡" "채권자에 영향… 통화정책 필요" "부채 늘리는 정책 미래위기 초래"

기존 경제학에서 다루지 않던 대차대조표(밸런스시트) 불황이라는 새로운 개념은 일본 경제가 겪은 장기 불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0년대 초 일본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진 후 경기가 꺾이자, 일본 금융 당국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려 돈 풀기에 나섰다. 하지만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는 민간의 경제주체들은 빚 갚기에 주력했고, 결국 지속적인 불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대차대조표 불황의 기본 논리다.

대차대조표 불황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신용 버블이 터졌고, 경제 상황은 암울했다. 각국에서는 과연 무엇이 올바른 경제정책인지에 대해 논의가 벌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처럼 미국과 유럽도 대차대조표 불황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과 유럽이 대차대조표 불황의 덫에 빠졌다는 것에는 대다수 경제 전문가가 크게 이견을 표하지 않는다. 다만 해법을 놓고는 온도 차가 있다. 대차대조표 불황에서 통화정책은 효과가 없으며 재정정책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쿠 이코노미스트의 지론이다.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의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경제 전문가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 겸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글로벌 경제를 위기에 처하게 할 수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로 은행의 수익성도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하이메 카루나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역시 "저금리 정책이나 양적 완화 등은 경제에 별다른 효과를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경제 구조를 왜곡하기만 한다"고 말했다.

반면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모두가 빚에 허덕이는 대차대조표 불황에서 통화정책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틀렸다"며 "통화정책도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채무자가 있으면 채권자도 있기 마련"이라며 "채권자들은 금리 인하와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쿠 이코노미스트처럼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국가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할 시기"라며 "장기 금리가 역사상 가장 낮은 이때 공공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재정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부채를 늘리는 성장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유가 하락이 경제 수요를 촉진하는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은 미래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물경제가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개혁 이외에는 어떠한 지름길도 없다"고 주장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