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상승률에 반영 안 된 경제 현상… 디플레 위험 여전

    • 게리 실링(게리 실링 & CO, 대표)

입력 2016.03.05 03:05

게리 실링(게리 실링 & CO, 대표)
게리 실링(게리 실링 & CO, 대표)
미국 1월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 목표치에 가까워지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눈 녹듯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 지표를 과대평가해 디플레이션 위험을 잊어선 안 된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물가 자료를 보면 가격 변동이 심한 식료품과 정유를 제외한 1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0.3% 상승해, 4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연간 소비자들이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가격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지난달 1.7% 상승했다. 연준이 올해 연말로 목표하고 있는 1.6%를 넘어선 셈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매우 과장해서 보여준다. 일단 상품의 질적 개선은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새롭게 출시된 컴퓨터는 이전 제품에 비해 10배 이상 속도가 좋아져도 가격은 그대로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과 가중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오렌지가 사과보다 저렴해지면 사람들이 오렌지를 더 산다는 경제적 현상은 반영하지 못한다.

 美 물가상승률에 반영 안 된 경제 현상… 디플레 위험 여전
주택시장에서도 물가 지수에 대한 왜곡이 나타난다. 주택 소유자들이 주택을 임대하는 가격은 소비자물가지수의 24%, 근원 소비자물가지수의 31%를 차지한다. 학자금 대출, 직업 불안정, 낮은 신용등급 등의 문제 때문에 수많은 잠재 주택 소유자가 주택 구매를 미루고 세들어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 임대 가격은 2007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 임대 가격을 제외하면 1월 근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2%에서 1.2%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3%에서 0.6%로 줄어들 것이다.

원자재 시장에서 발생하는 디플레이션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 물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지난해 구리(20%), 철광석(25%), 대두(13%), 설탕(12%)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원자재 지표(Bloomberg Commodity Index) 역시 26% 떨어졌다. 유가도 크게 내려갔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해 2월 기준 배럴당 63달러에서 최근 32달러로 하락한 상태다.

미국 소비자들은 유가 하락으로 절약하게 된 돈을 소비보다는 저축을 하거나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자동차 소유자들은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약 86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빚을 갚고 저축을 하는 데 썼을 뿐, 소비는 크게 늘리지 않았다. 소비 위축이 계속되면 물가도 하락 압력을 받는다.

물가가 상승하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이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물가가 하락해 재화나 서비스 비용이 감소하면 스스로 현명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왜곡된 가격 요소를 제외하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은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과 정부의 재정 정책에 영향을 주는 물가 상승률 지표를 너무 빨리 예단해선 안 된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