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본 中 탈출, 선진국형 불황 신호일까

    • 노아 스미스(스토니브룩대 교수)

입력 2016.03.05 03:05

중국 경제 어디로 가나…

노아 스미스(스토니브룩대 교수)
노아 스미스(스토니브룩대 교수)
중국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잘된 일이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지, 연착륙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 하락이 보통 신흥시장에서 목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성장 둔화인지, 아니면 경제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불황인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국가는 한 번쯤은 불황을 겪기 마련이다. 배리 아이켄그린 미 UC버클리대 교수, 박동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지난 2013년 공동 조사보고서에서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한 국가들이 어느 시점에 이르러 성장 둔화를 보이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이 불황을 겪었고 이후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도 차례대로 불황에 빠졌다. 중국 역시 당연한 수순을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불황이 동일한 상황에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신흥시장에서 경기 불황은 주로 갑작스러운 성장 정체와 함께 찾아온다. 자본 유입이 멈추고 자본이 빠른 속도로 유출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본 유입이 중단되면서 신흥국은 외환 위기를 겪는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돈을 빼낸다고 가정하면,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게 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한다. 원화에 대한 수요는 줄고 원화 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는 것이다. 일부 국가들은 자국 통화 가치가 타격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방어책을 쓰지만, 어떤 국가들은 자본 유출을 막지 못하고 통화 가치 절하를 용인하기도 한다.

중국 경제 어디로 가나…
일러스트=김의균 기자
선진국 경제 위기는 신흥국 위기와 매우 다른 상황에서 발생한다. 미국 대공황과 일본 경기 불황 시엔 자본 유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투자자들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돈을 빼가는 대신, 현금으로 들고 있거나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했다. 공격적인 투자와 지출을 줄이면서, 오랜 시간에 걸친 디플레이션을 동반하는 불황이 나타났다.

중국 경제 둔화가 전자의 신흥국형 불황을 닮을지, 아니면 후자의 선진국형 불황이 될지 관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에서 자본 유출이 가속화하면 다른 시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 헤지펀드,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들의 투기가 넘쳐 나게 될 것이다. 다른 국가의 부동산 및 다른 자산 가격에 상승 압력을 줄 수도 있다. 중국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지는 다음 두 가지에 달렸다. 첫째는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가려 하는 자본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이며 둘째는 중국 당국이 이를 어떻게 잘 방지하느냐다.

물론 중국 정부가 급격한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자본 유출입을 통제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에서 이탈하는 자금 규모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크다. 최근 중국을 떠난 자금은 1조달러(약 1217조원)로 추산되는데,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5%와 맞먹는 금액이다. 결국 이런 대대적인 자금 이탈이 중국에 대한 투자자 전반의 심리를 대변하는지, 단순히 공포에 빠진 소수 투자자의 이탈인지 가려내는 것이 중국 금융시장의 상황을 파악하는 핵심이다. 1조달러라는 액수는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최근 몇 십년 동안 남미 국가들이 외환 위기에 시달리는 상황을 생각하면 충분히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 2000년대 초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것 같은 속도와 규모로 해외 자본이 중국을 이탈한다고 생각해보라.

반대로 요즘 같은 급격한 자본 이탈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중국에서 자금을 빼내려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안정화하고 금융 위기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투자자들이 더 많다면, 자본 순유출 사태는 조만간 잠잠해지고 다시 중국으로 투자 자금이 몰려들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 정부가 급격한 자본 유출을 막을 능력이 있는지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지탱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던 보유 외환을 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이런 조치를 한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외환시장이 공포에 휩싸이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위안화 가치에 대한 불안감은 자칫 '자기실현적 예언(경제학에서 비관적 또는 낙관적인 전망이 경제 행위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경제 상황이 예상된 대로 진행되는 경우)'과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믿는다면, 중국에 투자한 자금을 급하게 회수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진짜 문제는 자금 이탈 속도가 현 수준을 벗어나면 생긴다. 중국은 급락하는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더 많은 외화를 매도해야 하고, 실탄이 떨어지는 날도 앞당겨진다. 당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중국인들까지 자산을 해외로 옮기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런 악순환에 가속도가 붙으면 단기간에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고, 투자자들 눈에는 중국의 성장 둔화가 전형적인 신흥국의 거품 붕괴처럼 보일 것이다.

최근 중국의 금융시장 불안은 '신흥국 위기'와 '산업화 국가의 경기 침체'의 중간 지점에 있다. 중국 경제가 둘 중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중국의 고속 성장기는 끝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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