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좋은 한국 패션, 스피드보단 R&D로 승부하라

    • 송지혜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파트너

입력 2015.08.29 03:05

'패스트 패션' 산업이 성장하려면

한국의 패스트패션 산업은 현재 고전 중이다.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SPA 브랜드를 포함한 국내 캐주얼 패션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3년 3.3%에서 2014년에는 0.8%로 크게 악화됐다.

한국의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자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 모델을 무작정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생산 원가를 무작정 낮출 수 없는 약점을 인정해야 한다. 일단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사업 초기부터 해외 거점을 확보하고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달려들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비용 절감을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①해외 거점 확보


패스트패션 기업은 보다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옷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경우 일정 수량 이상 옷을 생산하고 파는 방식으로 옷값을 낮춰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옷을 만들어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 패션 기업들은 사업 초기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는 것이 낫다.

유니클로
유니클로 일본 매장에 진열된 발열내복 ‘히트텍’ /블룸버그
게다가 한국 패션 기업들은 해외 생산 기지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국내 인건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 인건비가 싼 국가로 생산 기지를 옮겨야 한다. 자라처럼 해외 생산 기지와 국내외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비즈니스에 활용해야 한다.

②온라인 사업 모델 활용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가 한국 패션 기업의 성공 사례로 많이 등장한다. 이 사업 모델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아소스(ASOS)가 스타일난다와 유사하다. 온라인 기반 쇼핑몰인데 중저가 의류를 주로 판매한다. 스타일난다와 아소스의 강점은 큐레이션(상품 추천)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내 빠르게 공급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직접 의류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어디서 어떤 물건을 살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패스트패션 기업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패스트패션 기업들도 직접 공장을 짓지 않고 아웃소싱(위탁)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생산한다. 아소스와 스타일난다의 온라인 쇼핑몰은 자라로 치면 오프라인 매장 같은 역할을 한다. 온라인 매장은 재고를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고, 임대료 부담이 없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 온라인 및 모바일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한국의 패스트패션 기업들도 이런 사업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③R&D에 집중

한국 패션 기업들의 디자인, 원단 개발, 의류 제작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자라처럼 수시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신제품을 계속 만들어내는 전략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유니클로의 사업 모델을 참고하라고 말하고 싶다. 유니클로는 R&D(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이다. 세계적인 섬유회사 도레이와 협업을 통해 발열 내복 '히트텍'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에 앞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미리 찾아내서 제품을 개발하고 물건을 파는 것이 유니클로의 전략이다. 기술력이 있는 한국의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R&D에 더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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