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로 매력적인 곳, 런던·뉴욕·베를린

입력 2015.03.28 03:03

[Cover Story] 컨설팅 기업 세빌스 "다른 건물로 대체될 수 없는 대체 불가능성에 투자하라"

제러미 헬스비
제러미 헬스비

지난해 12월 한국 부동산 시장에 신기록이 하나 수립됐다. 신한 BNP파리바 자산운용이 가지고 있던 서울 중구 회현동의 '스테이트타워 남산' 빌딩이 아부다비투자청에 3.3㎡당 2490만원, 총 5031억원에 팔린 것. 3.3㎡당 매매 가격이 국내 업무용 부동산 거래 사상 최고였다.

이 거래를 성사시키고 주도한 회사가 바로 영국계 부동산 컨설팅 업체 '세빌스(Savills)'다. 1855년 설립돼 세계 주요 부동산 컨설팅 기업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빌딩 관리 서비스도 제공하는데, 서울 광화문 근처의 서울 파이낸스 센터(SFC) 빌딩, 명동 눈스퀘어 쇼핑몰도 이 회사가 관리한다. 지난해 약 2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를 8년째 이끌고 있는 제러미 헬스비(Helsby·59·사진) 사장을 런던 본사에서 만났다.

우선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이 어떤지 물었다. 그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부동산은 현재 연 5~6%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투자처"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는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그러면 투자처를 찾아야겠죠? 주식시장은 늘 흐름을 탑니다. 그러나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흐름의 폭이 작습니다. 단언컨대 부동산만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는 정말 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저금리 기조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겁니다."

2018년 뉴욕 맨해튼 섬 서남부 지역에 들어설 예정인 미국 타임워너 그룹의 신사옥 조감도.
2018년 뉴욕 맨해튼 섬 서남부 지역에 들어설 예정인 미국 타임워너 그룹의 신사옥 조감도. 이번 사옥 개발 프로젝트는 2008년 이후 뉴욕 최대 규모이며, 총 개발비용이 150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 세빌스는 구사옥 매각을 중개하고 신사옥 개발 자문에 참여했다. / 세빌스 코리아 제공
―부동산 투자가 안정적이라고요? 2008년 금융위기도 부동산 버블이 터졌기 때문 아니었습니까?

"2006년부터 사람들은 거의 미쳐 있었습니다. 당시에 사람들은 부동산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입지의 부동산을 사들였습니다. 그것이 불씨가 됐습니다. 부동산을 살 때는 미래 가치를 고려하죠. 정상적인 시기였다면 그랬을 겁니다. 그러나 2006년에는 원래 사서는 안 될 곳의 안 될 빌딩까지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탐욕에 기반했었습니다."

―그렇다면 부동산에는 어떻게 투자하는 게 좋을까요?

"딱 세 가지만 고려하면 됩니다. 입지, 입지, 그리고 입지입니다. 2008년으로 되돌아가 봅시다. 당시 사람들은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었습니다. 아무도 안 샀으니까요.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어요. 만약 애초에 정말 좋은 위치에 있는 좋은 집을 샀다면, 아무리 부동산 시장이 엉망이었어도 열에 아홉은 팔 수 있었다는 겁니다. 지금 저 앞에 빌딩 보이시죠? (그는 창 밖으로 보이는 길 건너편 12층짜리 건물을 가리켰다) 저런 건물은 언제든 처분할 수 있고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런던 도심인 옥스퍼드 서커스 역에서 고작 2블록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딱 1마일만 북쪽으로 올라간다고 합시다. 당장 살 때는 저 빌딩보다 저렴하고 수익률도 매년 8%로 아주 높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망가지는 순간 처치 곤란해집니다. 이게 2008년에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입지가 좋아야 한다는 건 너무 당연한 말씀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목적에 따라서 투자처는 늘 바뀝니다. 주거용 부동산을 예로 들면, 어떤 사람은 자녀 교육에 좋은 장소를 찾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바닷가 근처에서 휴양을 즐기고 싶을 것입니다.

국가벼 자산 가격 변동성
중국 충칭시 애플스토어 전경
세빌스는 지난 2013년부터 중국에 들어서는 모든 애플스토어를 개발하고 관리한다. 사진은 중국 충칭시 애플스토어 전경 / 세빌스 코리아 제공
 그러나 딱 한 가지,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대체 불가능성'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 투자한 건물이 다른 건물로 대체되느냐, 주변에 똑같은 건물이 또 생겨서 내 건물에 대한 수요가 떨어질 우려가 있느냐를 보라는 겁니다. 예컨대 자녀 교육에 더 좋은 학교가 10마일 외곽에 새로 들어선다면? 휴양지가 새로 개발되면서 창밖을 내다보면 공사판만 보이고 매일 공사 소음이 들려온다면? 부동산 가치는 바로 폭락하겠죠. 런던이 우수한 투자처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런던은 도시 개발에 대한 규제가 아주 심한 곳입니다. 새 건물을 지을 수도 없고, 기존 건물을 다시 짓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즉, 지금 여기 빌딩을 하나 사면, 그 빌딩은 그 자체로 유일하다는 특징을 갖게 되는 겁니다.

반대로 미국 텍사스를 생각해봅시다. 그곳은 주거용이든 업무용이든 투자처로 매력적인 장소가 아닙니다.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어느 날 한순간에 집 4000채를 새로 지어 올릴 수 있거든요. 땅이 너무 넓어서요."

―한국의 경우 인구 성장세 둔화에 따른 부동산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인구 문제는 전혀 염려하지 않습니다. 대도시 도심의 공급은 언제나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죠. 시골 인구는 줄어들지만, 도시로는 끊임없이 인구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직장이든 쇼핑이든 기회를 찾아서 몰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도심에 투자하라는 겁니다. 특히 물리적으로 확장이 불가능하거나, 규제 때문에 신축이 불가능한 도심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선진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인구 문제를 가장 작은 문제로 판단합니다."

세빌스의 매출 중 60% 정도는 부동산 매매 중개 수수료이며, 나머지 40%는 대부분 부동산 관리에서 나온다. 세빌스는 미국 타임워너 본사 빌딩을 개발했고, 2013년부터 중국 내 애플 스토어 개장 업무를 애플에서 위탁받아 처리하고 있다. 세빌스는 올해까지 7년 연속으로 영국의 권위 있는 브랜드 랭킹인 영국 비즈니스 수퍼브랜드(UK's Business Superbrand)에 포함됐다.

제러미 헬스비 사장은 1980년 세빌스에 입사해 35년 동안 한 직장에서만 일했다.

―투자를 할 때 대체 불가능성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것인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가, 정치적으로 위험 요소가 없는가 등등요. 어느 한순간 대박을 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건 투기입니다. 투자는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겁니다. 많은 분이 무감각하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인프라입니다. 여기에는 수도나 전기 같은 기간 시설을 비롯해 경찰력, 소방력, 정치적 안정성도 포함됩니다. 예컨대 수도관은 어떻게 깔려 있는지, 경찰은 몇 분 만에 출동하는지, 범죄 건수는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입지만큼이나 중요한 정보입니다."

오이 모양을 닮아 ‘거킨(Gherkin·절임용 오이)’으로 불리는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 ‘30 세인트 메리 액스’빌딩.
오이 모양을 닮아 ‘거킨(Gherkin·절임용 오이)’으로 불리는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 ‘30 세인트 메리 액스’빌딩. 세빌스가 매각 중개를 맡아 7억2600만파운드(약 1조2000억원)에 매각했다. / 세빌스 코리아 제공
부동산 거래 사상 3.3㎡당 최고 가격으로 팔린 스테이트타워 남산
세빌스가 매각 중개를 맡아 국내 사무용 부동산 거래 사상 3.3㎡당 최고 가격으로 팔린 스테이트타워 남산 / 세빌스 코리아 제공
 부동산 장점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부동산 투자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먼저 부(富)를 지킬 수 있다는 겁니다. 건물은 물리적으로 늘 존재하며, 갑자기 한순간 날아가지 않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만, 건물 자체는 남습니다. 적어도 지진이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투자자는 빌딩을 소유하고 이를 통해 재기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장기적인 수익을 낸다는 겁니다. 요즘 런던에서는 건물을 임대할 때 '장기 임대(long lease)'가 잦은데요. 짧게는 10년, 길게는 25년까지 장기 임대를 합니다. 저희도 지금 이 빌딩을 2년 전에 재계약했는데, 20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세빌스라는 회사가 갑자기 망하지만 않는다면, 이 건물은 매년 4~5% 수익을 20년간 보장할 겁니다. 그리고 세빌스는 어지간해서는 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까지 160년 이상 살아남은 회사니까요. 마지막은, 일종의 진리 같은 건데요. 임대료(rent)는 장기적으로 항상 올랐다는 겁니다. 그리고 런던에서는 무조건입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부동산의 단점이라면 현금화가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주식은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처분이 가능하지만, 집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게 부동산 투자의 거의 유일한 단점인 듯합니다."

주거용 부동산 투자 비중 커질 것

―지난 160년간 부동산 트렌드는 크게 어떻게 바뀌었으며, 우리는 거기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먼저 글로벌화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래 영국인은 영국에서만, 한국인은 한국에서만 투자했습니다. 35년 전 제가 처음 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국제적으로 일하는 직원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4년 뒤 글로벌 직원이 딱 2명 생겼는데, 그중 하나가 접니다. 미국 워싱턴 D.C. 사무소에 부임했습니다. 첫 번째 글로벌 진출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 직원 2만6000여명 중 글로벌 직원이 3000명을 넘습니다. 지금은 모든 투자 기관이 기본적으로 해외 투자를 첫째 투자 대상으로 삼습니다. 세계가 아주 작아진 겁니다. 둘째는 리스크 관리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개념이 아예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부동산 펀드 같은 것을 통해 다양한 분산 투자가 가능합니다. 기관투자자들은 어느 한 부동산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건물에 동시에 투자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망 투자 지역을 꼽는다면 어디입니까?

"런던, 뉴욕, 베를린 정도를 꼽습니다. 대체 불가능성이 높고, 경제와 정치가 안정적이며, 어느 한순간 무너질 것 같지 않습니다. 아시아에선 호주 시드니나 멜버른이 최상위권입니다. 투자가 쉽고, 시장의 투명성이 높습니다. 홍콩, 도쿄, 서울이 그다음입니다. 다만 정부 규제가 서구와 다르고 많아서 외국인 자본이 투자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홍콩을 제외한 중국 본토는 그다음입니다. 정부 규제가 많고 외국인 자본이 직접 자율권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 제한적입니다."

―세빌스가 부동산을 새로 개발할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계십니까?

"첫째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무조건 입지입니다. 둘째는 트렌드입니다. 요즘은 핵 가구가 대세입니다. 싱글족도 늘어나고 있죠. 그런 상황에서 방 4개짜리 대형 아파트를 짓는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셋째는 도시 개발 계획입니다. 거기에 따라 준비해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다음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일단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커질 겁니다. 과거에 기관투자자들은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계약 기간이 짧았기 때문입니다. 길어야 2년 정도였습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2년마다 공실(空室)이 될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택 장기 임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점유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리스크가 줄고 기관투자자들에게 만족스러운 투자처가 된 겁니다. 특히 요즘 아시아 쪽 투자자들은 주택 매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아시아에서 주택은 주거 공간이자 '갖고 싶은' 공간이기도 했거든요. 그들의 글로벌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사무용 빌딩 이상으로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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