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발견']
최근 '기업 외교'란 책을 펴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위톨드 헤니츠 교수는 기존 '결정(decide)-발표(announce)-변호(defend)' 방식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기업의 좋은 면과 사실을 보여주면 대중이 좋은 점수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아무도 당신이 올바르게 행동하는지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감정, 즉 직관에 따라 판단을 내린다."
기업 외교를 소홀히 한 기업들은 낭패를 겪는다. 최근 우버의 한국 진입 전략 실패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미국에서 각광받는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에서도 관철하려 했으며, 한국 정부의 정책과 택시 운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불안,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
기업들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공공 외교(public diplomacy) 활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 '국제시장'이 뜨면 '꽃분이네'를 방문하고, 미 국무부 부장관과는 삼계탕을 먹고, 장모와는 치맥을 먹는다. 한국에서 출산한 아이에게는 사주를 본 다음 '세준'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한국어로 트위터를 한다. 피습 하루 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정부나 비즈니스의 관계 못지않게 우선시하는 일 중 하나로 보통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꼽았다. 공공 외교는 소프트파워 자산을 활용해 외국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여 서로 이해와 신뢰를 높이는 것으로 정의된다. 기업 외교에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헤니츠 교수가 제시한 '기업 운영의 사회 허가(Social License to Operate·SLO)'는 기업이 사회로부터 마음으로 받아들여지는 정도를 뜻한다. 다음은 기업 외교를 위해 기억해야 할 세 가지 개념이다.
첫째, 기업 외교는 공공 관계다. 미국 기업 뉴몬트는 아프리카 가나의 아하포 금광 지역에서 나오는 수익 1%를 지역사회 단체들과 공동 설립한 재단(NADef)에 기부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이익을 준다는 '경제적 정당성', 대중과 한 약속을 지키는 '상호 작용을 통한 신뢰', 문화를 존중하고 공정하게 행동하는 '정치사회적 정당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기업 외교는 개방적 태도다. 사실만큼 중요한 게 인식이다. 셋째, 기업 외교는 행동 변화다. IBM은 자사의 제품, 서비스와 관계없이 개발도상국에 국가적 의제를 조언하는 팀(global enablement teams)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 외교의 등장은 최고경영진에게 생각의 전환을 요구한다. "전통적 관계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적 명분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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