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다섯가지 치명적인 죄, 결국 '시장의 보복' 부를 것

    •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입력 2015.03.28 03:03

['드러커式 세상읽기']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기업 총수나 임직원의 불법 행위는 뉴스의 단골 메뉴다. 사실 기업 경영자들은 자칫 범죄자가 되기 쉬운 환경에 늘 노출되어 있다. 투자자에 대한 재무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거나, 허위 자료로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기만하거나, 환경에 해를 끼치거나, 회사의 자금을 불법 유용하면 처벌받는다. 흔히 기업의 죄(罪)라고 하면 사람들은 이런 것을 떠올린다.

드러커는 1993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업의 다섯 가지 치명적인 죄'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런데 그가 말한 죄는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들과 좀 달랐다. 좀 더 근원에 가까운 죄였다.

첫째 죄는 높은 마진을 남기려고 고가(高價) 정책을 숭배하는 것이다. 복사기를 발명한 제록스는 온갖 기능을 추가한 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제록스의 이익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주가는 급상승했다. 그러나 단순한 기능만을 원했던 대부분의 소비자는 그 높은 가격에 항상 불만이 많았다. 이 틈을 캐논이 파고들었고 제록스는 이내 위기를 맞았다. 과도한 마진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당장은 큰 이익을 남기는 것 같지만 결국 자신의 이익조차 파괴하고 만다.

둘째 죄는 시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독점 시장에서 받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가격을 소비자로부터 받아내라고 가르친다. 얼핏 맞는 말 같지만, 이는 고객에게 "언제든지 떠나라"고 하는 것과 같다. 1960년대 미국 뉴욕시 전화국은 형편없는 서비스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요금으로 원성이 자자했다. 그런데도 독점이란 지위를 등에 업고 요금을 더 인상하려고 하자, 시민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했다.

셋째 죄는 생산 원가에 마진을 추가해서 가격을 정하는 것, 다시 말해 '마크업 방식(markup pricing)'이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하면, 소비자는 자신이 지불하는 가격에만 관심이 있으며, 기업이 원가를 얼마 들여 만들었느냐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 기업은 먼저 가격을 정하고 그에 맞는 원가 구조가 달성되도록 제품을 설계해야 한다. 일본 자동차와 가전 산업이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케아 역시 이 방식으로 전 세계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넷째 죄는 과거의 주력 제품에 자원을 집중시키는 것(feeding past winners)이다. 시장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엿보이는 신제품을 출시할 즈음에도, 많은 회사가 과거의 주력 시장에 우수한 자원들을 여전히 집중시킨 채로 남겨둔다. IBM은 PC를 개발한 뒤에도 메인 프레임 사업에 많은 자원을 집중해 PC 성장에 장애가 되었다.

다섯째,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주력하고 기회를 보지 않는 것이다. 외부의 기회 창출과 무관한 내부의 인사, 행정, 관리, 재무상의 번잡한 문제들을 아무리 해결해도 조직은 단지 현상 유지 정도에 그칠 뿐, 그 어떤 새로운 기회도 얻지 못한다. 대개 역사가 오래된 기업들은 기회를 찾는 데에 둔감하고 내부에 축적된 온갖 문제를 교정하는 데에 주로 시간을 쏟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런 행동들은 단순히 경영자의 실수나 단견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었을 텐데, 드러커는 왜 굳이 죄라는 표현을 사용했을까? 그 의미를 필자는 이렇게 해석한다.

첫째, 징벌을 부르기 때문이다. 사실 죄라는 것은 절대의 개념이 아니다. 사회를 해한다고 간주되는 개인의 행동에 사회가 단지 죄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사람들은 그 고통스러운 징벌의 경험을 거치면서, 범죄가 결코 좋은 행동이 아니라는 행위 규칙을 마음에 각인하게 될 뿐이다.

기업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드러커가 말한 다섯 가지 행위가 결국은 사회로부터 징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장의 보복이 그것이다. 경쟁자와 고객이 합세하여 집행관 역할을 한다. 또는 국가가 입법을 통해 징벌에 나서기도 한다. 독점금지법이나 가격규제법의 등장도 따져보면 대부분 기업이 자초한 것이었다.

둘째, 쉽게 유혹당하기 때문이다. 위의 다섯 가지 행동은 경영자들에게 한결같이 이브의 사과처럼 달콤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면에서 그런 행동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자연스러울지는 몰라도 결코 건강하지는 않다. 자연스럽게 자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물론, 서두에 말했던 기업 총수나 임직원의 불법 행위나 비윤리적 행동은 당연히 죄가 된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은 굳이 기업이 아니라 사회 내 개인으로서 지켜야 할 보편적인 규범을 어긴 죄에 해당한다. 기업 고유의 목적을 위배하는 근원적인 죄는 다른 데에 있다. 그것은 바로 기업을 존속시키지 못하는 죄, 성장시키지 못하는 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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