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4000년 전 수메르 서사시 '길가메시'에 답 있다

입력 2015.03.28 03:03

인생의 시작과 끝은 정해져 있는 법… 의미 있는 일하고, 놀고 사랑 나눠라

김대식 교수는 강연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해답으로 4000여년 전 고대 수메르인들의 서사시인 '길가메시'에 나온 교훈을 얘기했다. 이를 따로 정리했다.

인생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죠. 우리 모두 태어날 때 동의하지도 않았고 우연히 태어난 세상이죠. 게다가 언젠가는 또 죽어야 하잖아요. 결국 시작과 끝은 벽에 박혀 있는 못같이 바꿀 수가 없고, 유일하게 우리는 못과 못 사이에 있는 줄 하나 정도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거죠. 어차피 시작과 끝은 정해져 있고요. 그러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어요.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

그런데 '길가메시'에 답이 있습니다. 인류가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스토리를 짧게 얘기하자면, 길가메시라는 수메르의 엄청난 영웅이 있었습니다. 길가메시에겐 엔키두라는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둘이서 숲 속에 사는 괴물 훔바바를 죽이는 모험을 하게 돼요. 결국 괴물을 죽이긴 했는데, 친구 엔키두도 죽어버렸어요. 길가메시는 그전까지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갑자기 친한 친구가 죽으니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돼요.

수메르 서사시 '길가메시'
길가메시는 지구 끝 어딘가에 우투나피슈팀이라는 불사신이 산다는 얘길 듣습니다. 그래서 그분을 찾아가서 "어떻게 불사신이 됐습니까"라고 물어봐요. 그러자 불사신이 말하길, 자신이 젊었을 때 신들이 지구인한테 화가 나서 대홍수가 나게 했는데, 자기가 모든 동물 한 쌍씩을 배에다 탑승시켜서 살려냈기 때문에 신들이 불사(不死)의 삶을 선물했다고 해요. 이게 당연히 나중에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스토리가 되겠죠. 길가메시가 부탁을 해요. "나도 죽기 싫다. 약을 달라" 했더니 친절하게 주었어요. 그런데 제가 항상 이해를 못하는 대목이, 저 같으면 그 약을 바로 먹었을 겁니다. 근데 길가메시는 목욕을 해요. 목욕을 하는 동안에 뱀이 나타나서 그 약을 가져갑니다. 이건 약간 아담과 이브 이야기하고도 연관이 되죠.

어쨌든 약이 없어진 길가메시가 다시 약을 달라고 부탁을 해요. 그랬더니 우투나피슈팀이 "안 된다"고 해요. 길가메시가 "나는 어떻게 살라고" 하며 엉엉 울자, 우투나피슈팀이 말합니다. "네가 그렇게 울고불고한다고 안 죽는 것 아니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했더니 이럽니다. "별것 없다. 다시 네 고향에 가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친구들하고 맛있는 것 먹고, 아름다운 여인하고 사랑을 나눠라."

다 이겁니다, 사실은. 우리가 다양한 철학, 다양한 관점으로 인생에 대해서 말할 수 있지만, 결론은 이것 같아요. 의미 있는 일 하고,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고, 사랑을 나누고. 그거면 됩니다. 저희가 4000년 전에 비해 기술적으로 엄청나게 진보했지만, 존재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늘 재미있게 읽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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