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

입력 2015.03.28 03:03 | 수정 2015.03.28 03:47

[칼럼 Outside]
일부 흥청망청 신흥국 위험
달러의 초저금리에 빠져 통화 미스매치 위험성 간과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

미 연준이 시장에서 오랫동안 기다렸고 모두가 예상해온 금리 인상을 시작할 조짐을 보이자 그로 인해 신흥국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다들 궁금해하고 있다. 만약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을 결정한다면, 어느 신흥국들이 가장 취약할 것인가?

사실 그런 궁금증은 2013년 5월부터 제기돼 왔다.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그해 하반기부터 양적 완화 정책을 테이퍼링(점진적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하자 미국의 장기금리가 올랐고 신흥국으로 흘러가던 자본의 흐름이 반전하기 시작했다.

신흥국이 글로벌 시장 상황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상기시켜 줬듯 1982년과 1994년 연준의 긴축 정책은 신흥국의 금융 위기를 촉발시켰다. 미국 금리가 낮고 글로벌 자금시장이 안정되면 신흥국은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상황을 즐길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은 갑자기 끝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지역이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신흥국 정부들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우선 다섯 가지 개혁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유연한 환율, 많은 외환보유액, 경기 순행적이지 않은 재정정책, 경상수지 개선, 달러화 등 외화 표시 부채 감소가 그것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다수 신흥국이 이런 바람직한 정책들을 시행했다. 이런 국가들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을 덜 받았다. 그렇지 않은 국가들, 특히 중유럽과 유럽 변방의 중간 소득 국가들은 특히 심하게 타격을 받았다.

2001년 이후 많은 신흥시장은 외국 자본의 유입을 통해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충당하던 종래의 역사적 패턴을 극복했다. 채무 감소와 증대된 외환보유액 덕분에 2003~2007년의 호황기 동안 그들의 신용도는 개선되었다. 2008년 위기가 닥쳤을 때 그들은 더 많은 적자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고, 이는 2009년 경기 하강 여파를 경감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칠레를 선두로 보츠와나, 중국, 코스타리카, 말레이시아, 필리핀, 한국이 그런 나라다.

불행히도 최근 몇몇 정부가 과거의 악습을 다시 반복하면서 '경기순행적 재정정책으로부터의 졸업'이라는 소중한 경험이 다시 무의미해질 위험에 빠지고 있다. 브라질 같은 나라들은 2010~2014년 경기 회복기를 재정 강화의 기회로 쓰지 않았고, 지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 나라 중 일부는 2010년 이후 새롭게 늘어난 자본 유입을 거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유지하는 데 소모했다. 경상수지 적자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브라질·터키·남아공은 버냉키 전 의장의 2013년 테이퍼링 발표 직후 심하게 타격을 받은 '취약한 5개 신흥국(Fragile Five)'에 포함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나머지 두 나라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였는데, 이 두 나라는 이후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러시아 등의 국가들은 애초부터 개혁하지 않았다. 그들은 잠시 수출 원자재 가격 강세로 도움을 받았었지만, 이 또한 지난해로 끝나버렸다.

미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삽화
일러스트= 정인성 기자
덜 가시적인 위협은 달러 등 외환 표시 채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외환위기는 특히 달러화로 표시된 채무를 가진 국가들에 큰 타격을 주었다. 달러화로 표시된 외채와 자국 통화로 표시된 자산 간의 '통화 미스매치(자산이나 부채 또는 수입이나 지출이 서로 다른 통화로 표시돼 일치하지 않는 현상을 뜻함·편집자 주)'로 귀결됐다. 페소화나 루피아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가 절반으로 폭락하자 해당 국가의 은행과 제조업자들은 더 이상 달러화 채무를 갚을 수 없었다. 이런 부정적인 대차대조표 효과 때문에 통화가치 평가절하는 경기 축소를 야기했고, 극심한 불황으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신흥국은 2000년대가 시작될 즈음에 환율 변동성이 통화 미스매치의 위험성을 증대시킨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3년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에 다시 투자하려 할 때, 많은 신흥국은 달러화 등 외국 화폐로 차입하는 것을 거절했다. 대신 직접 투자나 사모 펀드형 투자, 또는 자국 통화로 표시된 투자만 받아들였다.

그 결과 신흥국 시장에서는 통화 미스매치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2008~2009년 통화가치 폭락 때도 과거 비슷한 위기 때보다 훨씬 잘 버텨냈다. 유로나 스위스 프랑을 빌려 집을 샀던 헝가리 같은 어리석은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흥국이 그랬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난 2008년 이후 5년간 많은 신흥국이 다시 외채를 빌리는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이 국가들의 정부는 달러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달러화의 초(超)저금리에 매료돼 달러화 부채를 늘렸다. 국제결제은행이 경고한 이유다.

중국의 민간 부문이 가장 큰 문제다. 중국 민간 부문의 차입 행태는 과거의 위기를 통해 어렵게 얻은 지혜를 거스른다. 그들은 대부분 외화로 표시된 부채를 가지고 있고, 단기 자금이며, 그림자 금융이 개입되어 있고, 주택을 담보로 잡고 있다.

아직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았는데도, 미국 경제 회복세와 통화 긴축 전망에 따라 지난해 달러화 가치는 대부분의 선진국과 신흥국 통화에 비해 상당히 올랐다. 만약 연준이 올해 중반쯤 금리 인상으로 선회한다면, 달러화의 가치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통화의 미스매치 문제를 간과해왔던 나라들은 화상(火傷)을 입게 될 것이다.


-> 경기 순행적인 재정정책

호황일 때 세금을 마구 감면해 주고 정부 지출을 늘리는 반면, 불황일 땐 세금을 올리는 청개구리 같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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