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땡처리라니? 신뢰를 사고파는 相生모델될 것

입력 2015.01.31 03:03

[오프라인의 온라인화] 펠루소 길트 CEO

오프라인 매장의 재고 처분 고민 덜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윈윈'
"장소의 중요성 사라진만큼 차별화 힘써
쇼핑이란 행위 자체의 즐거움 구현해야"

2007년 뉴욕에서 창업한 인터넷 쇼핑몰 길트(Gilt)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또 다른 상생(相生) 모델을 보여준다.

보통 옷 가게는 재고 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재고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길트는 오프라인 옷 가게의 재고 상품을 처분함으로써 오프라인 매장을 돕는다. 길트는 시즌이 지난 명품 상품을 최대 70%까지 세일해서 판다.

단순한 '땡처리' 사이트였다면 윈윈하는 모델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길트는 한정된 시간, 한정된 물량을 오직 한정된 회원에게만 판다. 이런 형식을 '프라이비트(private) 쇼핑 클럽'이라고 부른다. 명품 브랜드는 자신의 제품이 저렴하게 팔리는 것이 널리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고, 소비자는 명품을 저렴하게 사기 원한다. 길트는 이 두 가지 수요의 접점을 찾은 셈이다.

펠루소 길트 CEO
펠루소 길트 CEO
보통 뉴욕 시간으로 낮 12시에 100개나 200개 한정으로만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는데,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금세 동이 나버리기 때문에 한 때는 뉴욕의 직장 여성들이 점심 시간에 밖에 나가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길트 개장을 기다리는 게 유행하기도 했다. 길트는 약 1000만명 가량의 회원을 보유하고 6000여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해 2012년 5억5000만 달러(약 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듬해부터는 기업 공개를 준비하면서 매출액 발표를 중단했다.

최근 뉴욕 본사에서 미셸 펠루소(peluso·44) 길트 사장(CEO)을 만났다. 그녀는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28세의 나이에 여행 사이트를 창업한 뒤 매각했고, 다시 시티그룹으로 돌아가 최고 마케팅 책임자를 역임하다 2013년 길트 사장으로 영입됐다.

쇼핑몰 첫 화면 제품이 사람마다 달라

―길트가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백화점 쇼핑이라고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예컨대, 여러 가지 제품이 전시된 매대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고, 가격을 봤더니 30%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고, 매장 직원으로부터 질 높은 서비스를 받죠. 길트는 그런 경험을 그대로 온라인 환경으로 가져오는 데 노력했습니다. 둘째, 저희는 소비자 개개인에 최적화된 쇼핑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저희는 고객에게 우리가 가진 제품 전부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저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어느 소비자가 어떤 물건을 즐겨 사는지 파악하고,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품만 보여줍니다. 그래서 회원마다 쇼핑몰 첫 화면에 떠오르는 제품들이 전부 다릅니다. 셋째는 할인입니다. 우리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브랜드를 골라서 절반 이상 저렴하게 제공합니다."

―다른 쇼핑몰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저희는 전 세계 모든 드레스를 다 팔지 않습니다. 가장 엄선된, 최고 품질의 제품을 우리가 직접 고른 다음 그것을 소비자에게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명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데 부정적인 편입니다. 길트는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바꿨나요?

"소비자가 인터넷 쇼핑을 할 때는, 몇 차례 심리적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먼저 진품 여부입니다. 저희는 브랜드를 관리하는 매니저들을 직접 만나 재고를 받아옵니다. 재고 상품을 관리하는 하청업체와는 일체 만나지 않아요.

플리커
길트의 홈페이지 쇼핑 화면. /플리커
둘째는 몸에 잘 맞는가입니다. 저희는 '치수 예측(fit predictor)'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 브랜드에서 옷을 샀고 그것이 잘 맞는다면, 그 옷에 비교해서 지금 구입하려는 제품은 사이즈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 지를 알려주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어떤 브랜드에서는 미디엄(M) 사이즈인데, 어떤 브랜드에서는 그 정도 사이즈가 스몰(S)로 표시되기도 하죠. 그래서 그 차이점을 알려주면, 고객들은 혼동 없이 사이즈를 예측할 수 있는 겁니다. 다 데이터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세 번째는 제품의 품질입니다. 컴퓨터 화면으로 본 제품과 실제 받은 제품의 품질이 동일해야 합니다. 저희는 그래서 모든 제품의 사진을 직접 찍습니다. 브루클린에는 길트와 계약을 맺은 사진 스튜디오 23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하루에 사진을 수천장 찍습니다. 다시 말해 계약을 맺은 브랜드로부터 사진을 받아서 올리지 않습니다. 브랜드 사진은 그 제품이 가장 예뻐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왜곡·수정돼 있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2008년 금융위기 덕분에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재고가 늘어나 고민하던 업체로부터 쉽게 제품을 공급받았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당시 브랜드들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입장이었죠.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일을 찾아서 해야만 했고, 생각하던 틀과 방식을 아예 바꿔야만 했어요. 그것이 길트로 이어진 셈입니다. 그러나 재고는 늘 생기게 마련이고, 저희는 그걸 받아서 팔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제품 사진 직접 찍어…브랜드 사진은 '뽀샵' 처리된 게 많으니까

―앞으로 쇼핑 트렌드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요즘은 '매장' 밖으로의 혁명이 진행 중입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직접 매장을 방문하는 걸 훨씬 선호했어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요. 그러나 그것이 지금 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 화면, 특히 모바일 화면을 통해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거나 직접 보고 싶어하며, 친구들의 평가를 보거나, 자신의 평가를 인터넷에 남기고 싶어합니다. 물리적인 장소의 중요성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쇼핑몰은 차별화에 더 힘써야 합니다. 이제는 매장이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에 관계없이, 어떻게 하면 쇼핑이라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구현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기사를 보니 사장님은 사무실을 사내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닌다고 했습니다. 여전히 그런가요?

"네, 몇 달에 한 번씩 자리를 바꾸면서 돌아다니고 있죠. 처음 CEO로 부임한 첫 8주는 매주 자리를 옮겨다녔어요. 지금은 이 인터뷰실 너머로 보이는 저쪽 어디쯤 자리가 있는데, 8명이 같이 쓰는 테이블입니다. 제가 그쪽으로 간 지 벌써 두 달쯤 지났으니까 곧 옮길 때가 됐네요. 이건 정말 재미있어요. CEO라면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직접 이해하고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저는 무엇이 그들을 동기 부여시키고, 당혹스럽게 만드는지, 어떻게 하면 팀 운영이 더 잘 될지를 바로 옆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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