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銀 양적 완화 美·日처럼 경제회복?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입력 2015.01.31 03:03

[칼럼 Outside]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예상했던 대로 유럽 중앙은행은 다른 주요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제도 설립 이래 가장 큰 실험에 동참했다. 양상은 지금까지와 너무 비슷하다. 먼저 중앙은행은 종래의 정책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춘다. 그런데 이 정책이 먹히지 않는다. 결국 그동안 써보지 않았던 양적 완화라는 카드를 꺼낸다.

양적 완화에는 금리로는 더 이상 변화를 줄 수 없으니, 자금의 양(量)을 늘려 기능적으로 통화 정책과 비슷한 효과를 본다는 논리가 담겨 있다.

그러나 양적 완화라는 무기가 정말 경제를 살릴 수 있는가? 미국 역시 양적 완화의 최종 결과에 다다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답은 여전히 미지수다.

양적 완화의 효과는 전적으로 금융정책 중 3개의 'T'에 달려있다. 금융 정책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transmission)','정책 변화에 대한 반응도(traction),' 그리고 '정책 일관성에 따른 신뢰(time consistency)'가 그것이다. 금융 시장이 양적 완화를 환영하고 미국도 양적 완화 정책이 성공했다고 자축하고 있지만, 3개의 T를 기반으로 하는 분석을 봤을 때, 양적 완화를 시행하려는 유럽 중앙은행은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경로(transmission)부터 보자. 미 연준은 지금까지 '부(富)의 효과(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투자자들이 소비를 늘리는 효과)'에 집중해 왔다. 양적 완화 덕분에 미국 주가는 2009년 3월 최저점에서 3배 이상 올랐고, 연준은 이에 따라 앞으로 부유한 투자자들의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은행도 비슷한 논리로 양적·질적 금융 완화 정책(QQE)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 중앙은행은 미국 같은 부의 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다. 유럽인 개개인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산은 미국인과 일본인에 비해 한참 적다.

양적 완화의 진짜 난제는 정책 반응도(traction)와 관련돼 있다. 부채가 과도하고 저축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부의 효과가 대차대조표 불황(늘어난 부채를 갚는 데 집중하다가 발생하는 경기 침체)을 해결하지 못한다. 미국의 연평균 실질 소비 성장률이 2008년 이후 1.3%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양적 완화에 찬사를 보내긴 어렵다.

양적 완화 정책은 정책 일관성(time consistency)의 관점에서도 실망스럽다. 양적 완화 정책에 결정적인 비수를 꽂은 것은 스위스 중앙은행이다. 모두들 스위스의 금융정책이 예측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지만, 갑자기 지난 15일 유로화 페그제 폐지를 선언했다. (한 달 전 만해도 페그제를 계속 지지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이러한 반전은 가늠하기 어려운 양적 완화의 한계와 영향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 중앙은행 총재가 유로화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고 한 것과 같은 공약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

양적 완화 시대에 금융정책은 어떤 규율이나 일관성도 잃어버렸다. 마치 절벽에 선 나그네 쥐(나그네 쥐는 절벽에 올라 집단으로 자살한다 . 이는 한 두 마리의 쥐가 광기를 일으켰을 때, 나머지 집단 전체가 이를 따라하는 집단 사고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들처럼 중앙 은행들은 그들이 직면한 리스크를 부정하는 데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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