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악영향' 있다

    •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17.02.11 03:00

[트럼프와 세계경제] 투자자가 실망할 4가지 이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주가는 놀랄 만큼 가파르게 올랐다.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재정 부양책, 에너지·헬스케어·금융 규제 완화, 기업·개인·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에 큰 기대를 걸었다. '트럼프노믹스'가 주가를 계속 끌어올릴 수 있을까.

트럼프에 대한 기업과 투자자들의 열광이 이해는 간다. 새 정부가 전통적인 보수당 식의 대기업 중심, 공급자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펼치면 기업과 부유층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중도 성향 연구기관인 세금정책센터에 따르면 트럼프가 공약에서 내세운 세제 혜택의 절반 이상은 미국의 소득 상위 1%에게 돌아간다. 반면, 일자리가 늘어나거나 블루칼라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시장 참가자들이 보여줬던 열광은 점차 사그라들 것이다. 트럼프와 투자자들의 허니문이 곧 끝날 것으로 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잘못된 정책으로 일자리 오히려 줄어

첫째, 트럼프의 재정 부양책이 장기 금리를 올리고, 달러 강세를 유도한다는 점이다. 이는 금리의 움직임에 민감한 부동산 업종 등에 악영향을 끼치고, 블루칼라 노동자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다. 트럼프가 인디애나주의 에어컨 생산 기업 한 곳을 윽박질러 1000개의 일자리를 지켰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가 당선되자 거의 4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앗아갈 정도의 달러 강세가 발생했다.

둘째,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 경제가 이미 완전 고용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에서 트럼프 정부의 재정 부양책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것이다. 미국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시장 금리 또한 오를 수밖에 없고, 달러 강세를 유발할 것이다.

셋째, 재정은 풀고 통화를 조이는 어색한 정책 조합은 전체적인 금융 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다. 블루칼라의 소득과 고용에도 악영향을 준다. 안 그래도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뚜렷이 드러낸 트럼프 정부는 앞으로 노동자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해 더 강한 보호무역 색채를 드러낼 것이다.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무역 전쟁은 글로벌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세계 곳곳의 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넷째, 트럼프의 일련의 행동들은 기업 활동에 대한 개입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에드먼드 펠프스 교수는 이런 개입이 독일의 나치와 이탈리아의 파시스트를 연상시킨다고 평한 바 있다. 만약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공산주의자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트럼프가 내놓는 각종 응급 대책들은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다. 예를 들어 트럼프팀은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겠다는 발언으로 외환 시장에 구두 개입했다. 효과는 일시적이었을 뿐이다. 앞으로 트럼프는 이보다 더 과격하고 변칙적인 방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정부의 경기 부양책, 세금 감면,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는 경기를 끌어올릴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취임한 이래 동요하고 있는 금융시장의 움직임에서 알 수 있듯, 미국 대통령의 일관성 없고 변덕스럽고 파괴적인 정책이 계속된다면 미국 내수 경기는 물론 글로벌 경제성장 역시 큰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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