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조달러 부채' 신흥국 딜레마… 자본 유출 막으려 금리 올리자니 빚 너무 많아

입력 2017.02.11 03:00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

신흥국 부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 완화 흐름 속에 급격하게 늘었다. 2015년 말 기준 62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흥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고, 전 세계 부채 152조달러의 약 40%를 차지하는 규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재정 동향 보고서에서 GDP 대비 민간 부채 비율이 1%포인트 오르면 금융위기 가능성은 0.4%포인트 커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멕시코·브라질·터키 등 대외 부채가 많이 늘어난 신흥국은 지난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통화 가치가 10% 넘게 급락하면서 대외 충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터키의 경우 단기 대외 부채 규모(1000억달러)가 외환보유액보다 많아, 터키리라화 가치가 지난해 17%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가장 낙폭이 크다.

정부 부채보다 기업 부채가 신흥국 부채 위기의 방아쇠를 당길 우려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신흥국 기업이 지고 있는 달러 표시 부채의 40%는 2018년에 만기가 돌아온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기업들의 부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빚을 갚거나 혹은 다시 빌리는 과정에서 체력이 약한 기업은 타격을 받게 된다. 2016년 1분기 기준 GDP 대비 기업(금융기관 제외)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신흥국은 홍콩(211.1%)이고, 중국(169.1%), 한국(105.9%), 헝가리(86.1%), 싱가포르(82.9%), 말레이시아(66.2%)가 뒤를 잇고 있다.

신흥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트럼프 정부 출범 전후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오르자 딜레마에 빠졌다. 외국 자본 유출을 막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빚이 많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경기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페소화 약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지난달 터키 중앙은행은 경기 둔화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은행 간 단기 대출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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