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불평등 해소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등장할 것

    •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입력 2016.09.24 03:05

한 단계 나아간 자유무역협정 필요해져

로버트 실러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지난 몇 세기 동안 인류는 '지적 혁명'을 이뤄 왔다. 다음 단계의 '지적 혁명'은 국가 단위의 경제활동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혁명은 순전히 운에 따라 누구는 빈국(貧國)에, 누구는 부국(富國)에서 태어나 겪게 되는 불평등에 집중될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전보다 많은 사람이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고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서 제기됐다.

이는 전례 없는 일이 아니다. 역사학자 스티븐 핀쿠스는 저서 '1688: 첫 번째 근대 혁명'을 통해 1688년 영국 의회가 제임스 2세의 폭정에 불만을 갖고 그를 폐위하기 위해 일으킨 '명예혁명'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먼저, 영국 의회가 왕을 몰아냄으로써 전 세계 왕정 국가에 혁명의 붐을 일으킨 것이다. 그것도 유혈 사태 없이 커피하우스(18세기에 영국에서 유행했던 장소)에서의 대화와 소식지 공유를 통해서다. 명예혁명이 불러일으킨 평등 정신은 다른 국가로 흘러들었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평등 정신을 받아들이고 있다.

다음 혁명은 출생지에 따른 불평등을 없애고, 일부 국가가 누리는 특권을 완화하는 데 집중될 것이다. 최근 거세지는 반(反)이민 정서는 이런 경향과 반대로 가긴 하지만, 국가 간 불평등에 대한 인식은 통신수단을 통해 자라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이 같은 인식이 애국주의라는 개념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자국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전쟁에 참가하고 막대한 세금을 낸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이민자 개방 정책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

하지만 출생지의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쟁점은 이민 정책이 아니다. 경제적인 자유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1948년 '요소 가격 균등화 정리'를 통해 (이상적인 상황에서) 교통 비용 없이 무역이 자유롭게 이뤄질 때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요소 가격은 국제적으로 균등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대로라면 사람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다른 나라로 이주할 필요가 없다. 그저 자국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교통·통신 비용이 낮아질수록 경제 요소 가격의 균등화는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장벽들을 없애고, 그 자리에 새로운 장벽들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등 최근 논의된 자유무역협정은 이익집단들이 저마다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전 세계적인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이보다 더 나은 협정이 필요할 것이다.

경제 요소 가격의 균등화를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한 대외 무역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은 1974년 시행된 무역조정지원제도(TAA)를 통해 중소기업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매출 감소와 생산량 감소 등 일정 기준 이상 피해를 볼 경우 경영 회복을 돕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유럽세계화조정기금(EGAF)은 연간 1억5000만유로(약 1854억원)로 운영되고 있다.

다음 지적 혁명은 각국에 사는 사람들이 컴퓨터를 통해 소통하며 일어날 것이다. 이런 소통을 이끌 한 단계 나아간 협정이 체결돼야 한다. 그리고 이 협정들은 지금보다 세계 경제가 더욱 정의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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